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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IPEF·CPTPP 등 다자협력기구 활용 무역 다변화"

[인터뷰] 제프리 샷 피터슨 PIIE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2-05-24 07:10 | 신문게재 2022-05-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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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전광우)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무역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주제로 글로벌 웨비나를 개최했다.

강사로 초청된 제프리 샷(Jeffrey Schott)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국제 무역질서의 비정상적인 뉴 노멀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만반의 대비를 강조했다.

국제무역 정책 및 경제제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그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미·중·러에 대한 안보 외교 및 경제 전략과 정책 우선순위를 재 정립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를 비롯해 미국과 G7 국가들과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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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샷(Jeffrey Schott)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위원

 

◇ “IPEF·CPTPP 등 다자기구 조기가입 적극 추진해야”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IPEF에 적극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 중국의 부단한 견제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23일 공식 출범한 IPEF에 가입해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경제통상 프레임 구축에 동참하기로 했다.

제프리 샷 선임연구위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라는 새로운 글로벌 냉전 기류는 전쟁이 일단락되더라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세계 각국의 이런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IPEF 같은 다자주의 협의체 가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IPEF를 만드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에 가입해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는 것이 한국에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디지털 경제·반도체·배터리 등 새로운 통상 의제와 품목에 있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IPEF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일단 미국과는 디지털 경제·반도체·배터리 등 신 통상 의제 및 품목에 있어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중국과도 경제 및 투자 협력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러시아로부터는 경제· 외교적 관계에 일정부분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한국 새 정부의 ‘균형 있는 정책적 행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프리 샷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이미 속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뿐만 아니라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까지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중국보다 먼저 CPTPP에 조기 가입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야 역내 협력체제 구축에서 우리가 더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역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동시에 중국에 편중된 무역구도를 다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프리 샷 선임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존의 정상궤도에서 이탈한 국제 무역 질서의 비정상적인 뉴 노멀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조된 전 세계적 식량·에너지 가격 급등 및 안보 위기가 보호무역주의 국제통상 질서를 부상케 만들고,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마비시키고, 나아가 ‘서방 대 러시아’라는 신 냉전 구도 형성 등의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출발한 만큼, 미·중·러에 대한 안보 외교 및 경제 전략과 정책 우선순위를 재 정립하는 데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세계적으로 고조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과 G7 국가들과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프리 샷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무역환경에서는 한·중 혹은 한·중·일 무역협상만으로는 작금의 글로벌 위기를 돌파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와의 디커플링(탈 동조화) 과정에서는 관련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공급망 강화 구축이 필요하다”며 “단일 국가와의 무역협상 보다는 RCEP 등 다국적 통상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국·아세안(ASEAN)과의 경제협력 및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전광우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제프리 샷(Jeffrey Schott) 선임연구원이 18일 열린 웨비나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줌 캡쳐)

 

◇ 당분간 글로벌 경기 둔화 불가피

제프리 샷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도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유럽 에너지 쇼크,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 및 글로벌 공급망 차질, 중국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교역 봉쇄, 러시아 제재로 인한 교역 상대국의 경제적 충격, 그리고 신흥국 식량 및 연료 부족 위기 등을 들었다.

세계 무역 역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교역 수준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경우 결국 자국 보호주의가 더욱 강화될 우려가 높다고 관측했다. 따라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 역시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제재 등 글로벌 보호무역과 관련한 요구가 증가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와 선제적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그는 특히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금융·무역제재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 충돌이 완화되더라도 전쟁 자체는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며, 전쟁 이후에도 전쟁 배상금 지급이나 피난민 문제 같은 잠재적 해결 과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게는 가중되는 식량난에 경제성장률 저하, 정치적 갈등 격화 같은 추가적인 난제들이 남아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제프리 샷 선임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에 이은 경제성장률 하락의 악순환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특히 전쟁 이후 강화되고 있는 에너지와 식량 등 전세계적인 ‘자원 무기화’ 현상에 깊은 우려를 내보였다. 이로 인해 친환경 에너지 기반 경제로의 전환속도가 더뎌되고, 기업들의 공급망 확보 경쟁에 따른 부담이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이것이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며 경제성장률 하락 등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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