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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묵묵부답으로 응했던 자연의 메시지에 겸손하게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Culture Board] 공예기획전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입력 2023-04-05 18:30 | 신문게재 2023-04-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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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공예기획전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모든 공예의 소산물들이 땅에서 왔기 때문에 땅으로 돌려준다는 개념이었어요. 그간 공예품을 땅에 놓는 경우는 없어요. 이 전시가 첫 시도죠. 그런 개념의 연장선으로 메인홀 인스톨레이션도 굉장히 자연적인 소재로 작업을 하시는 장성 작가님 작품으로 꾸렸습니다. 그 옆 ‘마더 네이처’(Mother Nature) 방도 우리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태초의 자연을, 플랜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공예만 가지고 구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공예기획전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6월 4일까지 문화역서울284)의 예술감독 강신재 보이드플래닝 대표는 “유구한 세월 동안 자연이 (인류에게) 보낸 메시지에 겸손한 자세로 보내는 답장”이라며 “각 방별로 이름을 지어 의인화하고 그 공간에 보내는 짧은 편지형식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공예기획전
공예기획전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자연의 한자를 풀이하면 ‘스스로 그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구한 세월 동안 자연이 메시지를 보냈지만 무시했잖아요. 예를 들어 4월에 피던 벚꽃을 3월부터 볼 수 있는 경험들은 지국 온난화의 결과이고 자연이 보낸 메시지들이죠. 그래서 각 공간들은 땅의 소산물로 만들어진 공예품으로 꾸린 자연의 풍경이자 우리가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는 지난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한국공예전 ‘다시, 땅의 기초로부터’를 재구성·확장한 기획전이다. “참여 작가분들도 굉장히 자연적인 소재들을 사용하는 분들로 선정했다”는 전시에서는 ‘시간이라는 이 곳’ ‘내가 서 있는 땅’ ‘껴안으려 바라보는’ ‘다른 말, 같은 숨’ ‘여유로운 변화’ ‘평행하게 걷는 우리’ ‘단단한 숨을 모아’ 7개 파트에 89명 작가의 작품 500여점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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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기획전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메인홀에 꾸려진 ‘시간이라는 이 곳’ 파트에는 장성 작가의 신작 ‘기븐’(Given)과 그의 이전작인 대형 플라스틱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다. ‘돌들의 초상화’를 콘셉트로 한 이 작품에 대해 장성 작가는 “그간 작업에 대한 고해성사와 같다”고 표현했다.

“그간은 제가 플라스틱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죄책감 같은 것이 있었어요. 어느날 그 작업을 중단하면서 돌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어요. 돌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돌과 자연, 사람의 관계는 어떤지, 그 돌이 가진 재능과 사용성, 그 존재 의미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한, 자연의 입장을 좀 더 많이 반영한 작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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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기획전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보령, 일리노이 주 근교 등에서 만난 돌들은 그들을 만난 장소의 위도와 경도를 표시해 정체성을 부여했다. 전시장 입구를 꽉 막고 선 이전작들은 장성 작가의 표현처럼 “이 전시의 악역, 빌런”이다. 그는 “자연광이 들어오면 개나리 같기도 하고 나무 뿌리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밀라노 위크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은 ‘내가 서 있는 땅’과 미켈레데 루키-박강용&류남권, 마리오 트리마르키-이형근&이지호, 프란체스코 파신-허성자가 짝을 이룬 이탈리어 디자이너와 한국 장인의 협업, 섬유공계가 문보리 작가 작품으로 꾸린 ‘다른 말, 같은 숨’ 그리고 각 파트를 잇는 브릿지에서 만날 수 있다.

 

2층에는 9명의 젊은 디자이너와 9명의 미디어 아티스트의 매칭으로 다채롭게 연출한 ‘평행하게 걷는 우리’와 편지의 추신에 해당하는 파트로 10명의 유리공예작가, 29명의 신진작가 작품들이 거대한 빛으로 변주된 ‘단단한 숨을 모아’가 자리잡고 있다. ‘단단한 숨을 모아’에 대해 강 감독은 “거대한 빛의 덩어리와 유리공예의 향연”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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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기획전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유리공예 작가 서른아홉명의 작품을 한데 모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거대한 빛 덩어리를 만들고 그 빛을 유리공계가 감싸도록 구성했죠. 유리에서 나오는 색채와 빛의 조화가 아름다운, 이 전체가 하나의 큰 오브제죠. 박선민 작가와 그의 제자들이 동시에 출품하는 등 굉장히 유의미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밀라노 위크에 참여했던 도예가 이능호 작가는 2층에 전시된 ‘집- 그 이후’를 통해 꿈을 이야기한다. 이능호 작가는 “지금까지 해온 씨앗을 모티프로 한 덩어리 작업을 도자기 오브제로 연출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매달린 투각 기물들은 싹에서 나와 제2의 어떤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의미가 강합니다. 씨앗에서 더 멀리, 여러 곳으로 확장돼 가는 ‘무한성’에 중점을 둔 작업이죠. 그 무한한 확장성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꿈에 대해 표현해 봤습니다. 아래의 (검은 도자는) 전통 물레 기법으로 작업한 세라믹으로 속은 비었지만 상서로운 기운을 담고 있죠. 생명력이 넘치는 좋은 기운들로 꽉 찬 씨앗이 이번 전시를 기회로 발화하기를, 그래서 다녀가시는 분들이 꿈을 가지고 나아가실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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