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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로봇에 배달노하우 전수… 오늘도 안전배달"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우아한형제들 로보틱스 LAB 박진석·이동현 매니저
첫 자체 개발 로봇 ‘딜리’...11월 테헤란로 서비스 개시
실내외 동시 로봇배달서비스 구현...전 세계 유일

입력 2023-12-11 07:00 | 신문게재 2023-12-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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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 자율주행 로봇 ‘딜리’를 개발한 박진석 로봇하드웨어팀 매니저(왼)와 이동현 로봇소프트웨어팀 매니저(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철준PD)

  

“우아한형제들은 특별합니다. 배달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고 있어서 그에 꼭 맞는 로봇 기술을 개발해 비즈니스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데 빠른 신뢰성 높은 배달이 ‘딜리’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이 로봇 사업에 뛰어든 지 7년 만에 선보인 자율주행 로봇 ‘딜리’의 개발을 맡고 있는 박진석 로봇하드웨어팀 매니저와 이동현 로봇소프트웨어팀 매니저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말이다.

그동안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국내외 업체에서 개발한 로봇을 커스터마이징해 실증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지난달 선보인 ‘딜리’는 배민이 순수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이다.

배달 앱을 직접 운영하는 배민이 만든 만큼 배달에 특화된 설계와 디자인이 특징이다. 딜리는 6개 바퀴에 독립 서스펜션을 장착해 비포장 도로나 연석 같은 울퉁불퉁한 표면을 지날 때도 속도는 유지하면서 음식이 쏟아지거나 망가지지 않도록 했다.

또 앞뒤 바퀴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고속 주행시 안정적이고, 엘리베이터나 아파트 복도 등 좁은 공간에서도 방향전환이 쉽도록 설계했다. 이밖에 먼지나 비도 견딜 수 있는 IP54 방수·방진 등급을 획득해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국의 기후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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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에서 자율주행 중인 우아한형제들의 자체 개발 배달 로봇 딜리.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민이 로봇 기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약 7년 전 2017년부터였지만, 자체 기술로 딜리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박진석 매니저는 “배달 기사님들이 기피하는 시간대와 위험하거나 길이 불편해서 주문이 어려운 특정 장소들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로봇들로 실험을 해봤지만 만족할 만한 로봇이 없었다”면서 “결국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이라는 결론을 내고, 2년 전 로보틱스 LAB을 설립해 그때부터 자체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동현 매니저는 “많은 회사들이 기술과 서비스, 둘 중 하나만 가지고 있다. 기술만 있는 회사는 기술의 활용처를 찾아야 하고, 서비스만 있는 회사는 기술 역량을 가진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며 “서로 다른 두 회사가 만나면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상생하며 서비스와 기술의 수준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아한형제들은 로봇을 위한 기술도 있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노하우도 가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 생각했다”며 “우리의 배달 서비스에 적합하고 가장 필요한 시기에 명확하고 빠르게 배달하는 자체 로봇을 개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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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로봇소프트웨어팀 매니저(왼)와 박진석 로봇하드웨어팀 매니저(오)가 배달 로봇 ‘딜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철준PD)

 

이번에 선보인 ‘딜리’는 현재 실외 로봇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 1단계 사업의 후속으로 코엑스몰에서 인근 건물까지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코엑스몰 인근 건물에 있는 고객이 배민 앱을 통해 로봇 배달이 가능한 매장에서 식음료를 주문하면, 딜리가 식음료를 싣고 건물위치를 파악해 지정된 장소까지 배달하는 방식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실내외 모두 이동할 수 있는 기술력을 ‘딜리’의 강점으로 꼽았다. 딜리의 주행 속도는 사람이 빠르게 걷는 속보와 비슷한 6~7㎞/h 주행 속도로 자율주행으로 운행한다. 이처럼 실내외를 동시에 같이 커버할 수 있는 로봇배달서비스는 전 세계 우아한형제들이 유일하다.

이 매니저는 “대개 모바일 로봇들은 실내 아니면 실외만 다닐 수 있는데, 딜리는 실내와 실외 모두 다닐 수 있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설계했다”며 “로봇 안에 물품을 20㎏까지 적재할 수 있고, 도시락 기준 3~4인분의 양으로 2ℓ 생수병이 총 6개 들어간다”고 말했다.

로봇은 딱딱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딜리’의 표정에도 공을 들였다.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주고, 같은 공간에서 사람과 어울려 원활하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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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로봇하드웨어팀 매니저가 ‘딜리’의 전면부 LED에 로봇의 상태를 나타내는 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철준PD)

 

박 매니저는 “원래 장비를 의인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배달 로봇은 명확하게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표현하기 위해 전면부 LED에 로봇의 상태를 다양한 표정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현재 딜리는 △주행 중일 때 △고객을 만났을 때 △정비를 점검 중일 때 △배터리를 충전할 때 등 총 4가지의 상황을 표정으로 나타낸다. 향후 배민은 업데이트를 통해 상황별 음성 안내 기능을 담아 엘리베이터나 좁은 길 등에서 사람들에게 고마움이나 미안함의 감정을 표현하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우아한형제들이 ‘딜리’ 개발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안정성’이다. 실제 환경에서 쓰이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은 단지 연구실에서 실험용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매니저는 “자율주행 기술이 실제로 쓰이려면, 소프트웨어에도 하드웨어에도 높은 신뢰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개발에 참고할 만한 예시가 거의 없어 힘들었다”며 “자율주행 로봇을 이용해 수익성 있는 무인 배달 비즈니스를 만들어 성공한 회사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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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로봇소프트웨어팀 매니저가 딜리의 고성능 자율주행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철준PD)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탄생한 ‘딜리’는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등의 센서를 활용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주변 사물과 장애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한다. 유동 인구가 많은 보행로에서 행인을 피하고 돌발상황에서도 빠르게 새로운 경로를 생성하는 고성능 자율주행 알고리즘도 탑재했다.

박 매니저는 “도시에서 인간과 공존하며 주행하는 로봇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의 안전이다. 로봇이 주위 환경을 잘 인식해야 사람들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며 “딜리는 여러 방향으로 레이저 광선을 쏘아 주변 물체들까지의 거리를 인식하는 라이다 센서를 사용하고, 감지한 신호들을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계산해 주위 사물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는 “라이다로는 주변 사물의 형체만 알아볼 수 있는 한계가 있어 카메라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며 “카메라를 통해 사물에 대한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길 위에서 로봇이 주행할 수 있는 영역을 확인하거나 신호등의 현재 신호를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로봇에는 고정밀 지도를 이용하여 자기의 위치를 추정하는 기술이 쓰이는데, 이러한 인식 기술과 위치 추정 기술을 조합해 로봇이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며 “그 정보를 가지고 로봇에 탑재된 컴퓨터가 수학적 알고리즘을 사용해 가장 안전하고 빠른 경로를 계산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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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 자율주행 로봇 ‘딜리’를 개발한 박진석 로봇하드웨어팀 매니저(왼)와 이동현 로봇소프트웨어팀 매니저(오)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이철준PD)

 

우아한형제들은 앞으로 로봇이 배달원을 도와 더 효율적인 음식과 생필품 배달을 하고, 전통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근거리 배달을 수행하는 등 배송부터 고객에게 상품이 마지막으로 전달되는 과정까지의 ‘라스트 마일’ 배송을 로봇이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의 긴밀한 협조도 동반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된 목소리다. 이미 올해 초 ‘지능형 로봇 개발 보급 촉진법(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국내에서도 글로벌 흐름에 맞춰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박 매니저는 “정부의 규제가 완화 되고는 있지만, 지켜야 할 규정은 계속 늘고 있다. 이를 준수하려면 지자체들도 같이 협력해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지자체에서 주변에 신호등이나 횡단보도가 없는 거리를 로봇도 인식할 수 있도록 주파수로 알려주는 등 무선 통신 인프라를 제공해주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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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로봇 딜리에서 주문한 음식을 꺼내는 테헤란로 직장인 모습. (사진=우아한형제들)

 

이 매니저는 “현재 정부는 자율 주행 자동차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적극적인데, 로봇을 위한 인프라와 정부의 지원, 기술 서포트는 한정적인 상황”이라며 “로봇이 신호등을 인공지능으로 인식하는 것과 신호등이 직접 본인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은 안전성에 있어 엄청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같은 대륙은 땅이 크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굉장히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인구가 밀집돼있고 집중화 돼있다”며 “서울을 시작으로 광역시, 직할시 등으로 인프라가 구축이 되면 배달 로봇 상용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배민은 ‘딜리’를 실외 로봇 배달뿐 아니라 실내외를 아우르는 로봇 배달에도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에 개발된 ‘딜리’를 앞세워 경기도 수원 광교에서 구현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서울 내 아파트 단지에서도 실증한다는 계획이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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