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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81년생 장재현 감독이 쏘아 올린 'K오컬트'의 힘… "더더더더 파고들것"

[人더컬처] 영화 '파묘' 장재현 감독
영화 '파묘' 파죽지세 흥행에 "배우들과 '서울의 봄' 출신 스태프들 덕" 겸손함 보여
"영화란 극장에서 모여 보는 것,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1000만 돌파에 같은 제작사이자 곧 개봉앞둔 영화 '댓글부대' 응원 너스레

입력 2024-03-25 18:30 | 신문게재 2024-03-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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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1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장재현 감독은 “슬픔은 좋아하지만 어둠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두운 세계관에 빛을 보는 그런 느낌이 좋은 것 같다”는 연출관을 밝혔다.(사진제공=쇼박스)

 

조용하고 풍족한 시골에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학교 진학을 위해 근처 소도시로 이사를 했어도 밝고 따듯한 가족애는 변하지 않았다. 스스로 “늘 행복했던 그때의 기억이 되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끌리게 만든 것 같다”고 웃음짓는 장재현 감독은 올해 첫 1000만 영화 ‘파묘’를 만든 장본인이다. 손익분기점인 330만명이 넘고서부터 고향에 “영주의 아들” “영화 ‘파묘’의 히딩크”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리면서 화제성을 실감했다고. 

풍수와 무속신앙을 결합한 이 작품 이전에 ‘검은사제들’ ‘사바하’ 등 다소 어두운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왔던 그는 “당연히 이 세상에 신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출발점을 알렸다. 교회 집사지만 무속신앙이나 타 종교를 다루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이유도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장재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은 악령에 지배당한 사람들과 사제들의 구마의식을 한국식으로 풀어냈다는 극찬을 받으며 당시 54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두 번째 작품인 ‘사바하’는 신흥 종교 비리를 밝히려는 목사가 마주하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그렸다. 다음은 불교만 남은 거냐는 질문에 장 감독은 “단정지을 수 없지만 뭐든 특정 종교를 두고 작업하진 않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파묘3
개봉 31일 만에 올해 첫 1000만 영화에 등극한 ‘파묘’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

 

그가 정의내린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은 사회적으로 ‘오컬트’라고 정의되고 있다. 공포를 기반으로 한 그 오묘한 장르에 빠진 건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으로 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사랑이 워낙 충만한 분위기에서 자란 탓에 괴상하고 기이한, 흉칙한 것의 세계에 되려 빠져 든거죠. ‘파묘’는 결국 땅에 묻힌 상흔의 역사로 귀결되는데 우리 민족의 한은 파면 팔 수록 구한말 일제치하와 겹치더라고요. 극 중 ‘여우가 범의 허리를 잘랐다’는 대사도 나오지만 일제가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기 위해 우리 땅 곳곳에 쇠말뚝을 심어뒀다는 설을 믿는 입장이라 시나리오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파묘’에는 여러 매체에서 스치듯 등장했던 여러 일제 잔재의 흔적이 나온다. 일본 무사 다이묘의 묘사를 기반으로 은어와 참외, 음양사와 더불어 풍수와 굿에 씐 한국식 묫바람, 동티, 대살굿 등이 그렇다. MZ무속인으로 분한 김고은과 이도현이 극 설정상 나이와 경력이 한참 위인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과 허물없이 지내는 장면은 바뀐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죽은 자에게 전하는 예의와 위로’를 행하는 사람들이다.

영화 파묘3
배우들의 남다른 호흡에 극찬을 이어가던 그는 “무대인사에서 ‘할꾸’(할아버지 꾸미기), ‘최꾸’(최민식 꾸미기)란 유행어를 탄생시킨 건 평생 잊지못할 감동”이라면서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베테랑의 모습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제공=쇼박스)

 

영화의 시나리오를 한창 써내려갈 무렵 우연히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에서 캐릭터의 이름을 따오며 ‘파묘’ 버전 이스터 에그(작품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에 불을 지폈다. 땅신에게 던지는 이순신이 새겨진 100원짜리가 원래는 10원짜리라는 점 그리고  이장을 의뢰한 사람이 묵던 서울 플라자 호텔이 과거 조선총독부 자리를 보여주기 위한 명당이라는 점이 각종 SNS를 뜨겁게 달궜다.

“영화를 재밌게 봤으니까 더 알고 싶은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걸 의도하고자 했던 경우는 단 한번도 없어요. 단지 이런 반응들이 영화의 생명력을 길게 가져가는 것 만큼은 확실해요. 감사할 따름이죠. 무엇보다 ‘파묘’는 그동안 관객들이 본 적 없는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장르적 재미를 살리는 데 95%이상 집중했달까요? 영화란 어두운 극장에서 사람들이 모여 보는 거란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OTT시대가 오기 전까지 수많은 경험을 해온 최민식, 유해진 선배님들이 무대인사를 돌 때 ‘그래, 이 맛에 영화하는거야’라고 하시는데 뭔가 울컥하더라고요.”

영화 파묘
한편 중국에서는 불법 사이트를 통해 관람한 후 얼굴에 한자를 새기는 행위를 매우 모욕적이고 굴욕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사진제공=쇼박스)

 

고무적인 건 ’파묘’의 해외 반응이다. ‘파묘’의 흥행세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가 주목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에서 개봉해 200만 관객을 돌파했고 호주, 싱가포르, 북미 및 영국까지 140여개국에 팔리며 ‘K오컬트’ 장르를 전파하고 있다. 장 감독은 “‘파묘’를 찍으며 그동안 1000번도 넘게 보고 지금도 시간날 때마다 틀어놓는 영화 두편을 살짝 오마주했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는 속내를 밝히며 소년처럼 미소지었다. 주인공은 공포 스릴러의 원조 ‘엑소시스트’와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다. 

“볼 때마다 감탄하는 장면이 있어요. 드라큘라가 박쥐로 변신한 때를 놓치지 않고 십자가를 박는데 그때 대사가 ‘십자가를 정복한 지 1000년이 넘었다’예요. 그리곤 (십자가를) 불태워 버리죠. 그래서 일본 귀신이 자신을 공격하는 묘벤저스에게 ‘금강경을 외운 지 500년’이라는 장면을 찍을 때 너무 행복했습니다. 바운더리가 좁은 사람이라  계속 이 장르를 할 것 같아요. 다만 더더더더더 깊게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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