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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박혜상의 두 번째 정규앨범 ‘숨’…“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

입력 2024-02-0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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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상
한국 최초로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음반을 발매한 성악가 박혜상(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이번 앨범은 아무도 안 들었으면 좋겠는 마음이 컸어요. 너무 개인적이고 내면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라서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또 한편으로는 지난 2년여 동안 이 앨범만을 생각하며 제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얻은 ‘아무 것도 없어도 되는 구나’라는 깨달음을 전하고 싶기도 했어요.”

한국인 성악가로는 유일하게 클래식 명가 도이체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DG)에서 음반을 발매한 소프라노 박혜상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새 앨범 ‘숨’(Beathe)을 두고 “두 가지 마음이 자꾸만 왔다 갔다 한다”고 밝혔다. 

 

박혜상 DG Kartusche Stereo
박혜상의 두 번째 정규앨범 ‘숨’ 커버(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베를린 국립오페라 등의 무대에 서며 ‘글로벌 차세대 디바’로 급부상한 박혜상의 ‘숨’은 2020년 발매한 ‘아이 앰 헤라’(I Am Hera)에 이은 두 번째 정규앨범이다.

2일 발매한 ‘숨’은 “2년 반 전 팬데믹 당시 고민의 시간, 어둡고 힘든 시기”를 보내며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일까라는 의심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슴을 가득 채우면서” 준비한 앨범이다.

“왜 사는가 그리고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고민에서 시작됐어요. 죽음을 대하면서 사람들이 겪는 7가지 감정적 단계를 담고 있죠. 우울 혹은 절망하다(Depress) 화도 났다가 받아들이기까지 7가지 과정을 스토리라인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죽음에 대해 깊이 묵상하다 보니 저 스스로도 우울해져 동굴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죠.”

그렇게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죽음이 이렇게 어둡고 힘들고 다가가기 쉽지 않은 거라면 사는 게 너무 팍팍하다는 생각이 들던 차 우연히 ‘세이킬로스의 비문’(Epitaph of Seikilos)을 발견했다”고 털어놓았다. 세이킬로스의 비문에서 루크 하워드(Luke Howard)의 곡 ‘시편’을 떠올린 박혜상은 루크 하워드에게 기존작에 세이킬로스 비문을 넣은 편곡작 ‘While You Live’를 의뢰해 앨범에 수록했다.

“1, 2세기에 살았던 세이킬로스라는 사람이 아내를 잃고 묘비에 적은 글이에요. 동시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음악이기도 하죠. 그런 ‘세이킬로스의 비문’ 중 ‘결코 슬퍼하지 말라. 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라는 문구에 힐링이 됐어요. 당연한 이야기가 당연하지 않게 다가왔죠. 그런 사이클로스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 사람의 철학이 너무 좋아서 두 번째 앨범의 주제를 ‘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로 정했죠.”

박혜상
소프라노 박혜상(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결코 슬퍼 말라. 살아 있는 동안에 빛나라’라는 세이킬로스의 메시지는 아쟁 연주에 그의 목소리를 얹은 우효원의 레퀴엠 ‘Woo: Requiem aeternam(Eoi Gari)(어이 가리)’에도 실린다. 박혜상은 이 주제를 정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 그 여정 중 ‘자각몽’을 경험하기도 했다.

박혜상은 “그 꿈속에서 저는 산꼭대기에 있었고 신비한 에너지가 저에게 다가왔다. ‘라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지난날이여 안녕’(Addio del Passato)을 부르면서 산을 내려와 물가에 다다랐을 크게 숨을 들이켜고 물속으로 들어갔다”고 꿈에 대해 설명했다.  

 

박혜상
소프라노 박혜상(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제가 물속으로 완전히 사라졌을 때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이 몇날 며칠 파티를 열어요. 흑백 꿈이다가 형형색색으로 바뀌면서 무지개가 뜨고 꽃과 나무들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저는 물속에서 숨을 쉬며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었죠. 물속에서 숨을 참으며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가장 두려운 순간에 살아 있음을 느꼈어요.”

그 강렬하고도 소중한 꿈을 뮤직비디오와 앨범 커버 그리고 앨범 명 ‘숨’으로 한데 꿰었다.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수중촬영을 결심한 박혜상은 태국으로 가 프리다이빙 코스를 수료했다. 공연을 위해 독일에 머물면서도 틈나는 대로 프리다이빙 코스를 밟은 끝에 수중 촬영으로 앨범 커버를 완성했다.

올해 LA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악단과의 협연이 예정된 그는 13일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리사이틀(2월 13일 롯데콘서트홀)을 개최한다. 그는 “최근에는 붕어가 됐을 때, 영혼이 완전히 없어지고 누군가 저를 대신해 제 안에 들어와 본다고 느껴질 때 노래를 제일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예전에는 행복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행복하고 모든 게 좋아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꼭 행복하지 않아도 살아진다는 걸 배웠어요. 배부름은 배고프지 않아서는 알 수 없고 음악도 고요함이 없이 알 수 없죠. 그렇게 모든 게 반대되는 것들이 같이 가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저는 행복함 보다는 슬픔이 많은 사람이에요. 이번 앨범을 통해 제 스스로를 조금씩 이해하면서 (극단의 두 감정들이) 평행선으로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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