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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모두가 화를 피할 ‘피화당’을 꿈꾸며! 뮤지컬 ‘여기, 피화당’

입력 2024-02-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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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피화당
뮤지컬 ‘여기, 피화당’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

 

“지금 우리가 전쟁을 겪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시대에도 이 세 여인들이 겪었던 일들은 반복돼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비단 3명의 여인뿐 아니라 그 겨울 모든 여인들의 이야기이기를 바랐습니다.”

김한솔 작가는 15일 서울 종로구 플러스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여기, 피화당’(4월 14일까지 플러스씨어터) 프레스콜에서 이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더불어 “여전히 현재에도 존재하는 그 분들이 극장에 와서 화를 피하실 수 있기를, 그 안에서만큼은 희망을 가지시길 바라면서 썼다”고 털어놓았다.  

 

여기 피화당
뮤지컬 ‘여기, 피화당’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2023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뮤지컬 ‘여기, 피화당’은 병자호란 이후 창작된 것으로 알려진 작자미상의 고전소설 ‘박씨전’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왔지만 오랑케에 정절을 잃었다는 이유로 배척당해 동굴에 숨어사는 환향녀(還鄕女) 가은비(김이후·정인지·최수진, 가나다 순), 매화(장보람·정다예), 계화(곽나윤·백예은)의 이야기다.

‘피화당’이라 이름 지은 동굴에 숨어살며 이야기를 지어 내다 팔아 생계를 잇는 이들에게 상서를 올릴 용기가 없어 벽보를 붙이는 양반집 아들 후량(조풍래·조훈)과 그의 노비 강아지(류찬열·이찬렬)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한솔 작가는 ‘여기, 피화당’에 대해 “시작은 ‘박씨전’ 작가는 누구였을까였다”며 “어쩌면 ‘박씨전’의 작가가 오랑케에게 정절을 잃었다는 이유로 이혼과 자결을 강요받은 (환향녀) 이들 중 한명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들이 종이 위에서나마 그 울분을 표출하고 청에 복수하는가 하면 자신들을 저버린 무능한 사대부들을 비판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이에 극 중 극 형태로 ‘박씨전’이 들어가는데 그 내용이 세 여인의 이야기와 통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이어 김한솔 작가는 극 중 극 형태로 등장하는 ‘박씨전’을 “처음에는 숨어 사는 걸 표현하기 위해 탈을 쓰도록 했다”며 “두 번째는 부채 그리고 세 번째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이들의 목소리와 연기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여기 피화당
뮤지컬 ‘여기, 피화당’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

 

“그렇게 동굴 속에 숨어 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식으로 구성을 했어요. 그리고 ‘박씨전’ 내의 박씨, 설중매, 계화 이 세 캐릭터에서 ‘여기, 피화당’의 가은비, 매화, 계화가 탄생했죠. 그래서 극 중 극의 내용과 극 중 극 밖의 내용을 잇는 데 집중했습니다.”

 

김진희 작곡가는 ‘여기, 피화당’의 음악적 특성에 대해 “배경 자체가 조선이기 때문에 국악적인 느낌을 활용하려고 했다”며 “모든 곡을 국악적인 느낌으로 쓴다기보다는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등 절제했다”고 설명했다. 

 

여기 피화당
뮤지컬 ‘여기, 피화당’ 가은비 역의 김이후(왼쪽부터), 최수진, 정인지와 김한솔 작가, 김진희 작곡가(사진=허미선 기자)

 

“극 중 극 형태의 ‘박씨전’과 그 밖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구분하고 관련지을지가 가장 큰 과제였어요. 그래서 ‘박씨전’에서는 판소리 풍 느낌을 가미하면서 아쟁, 해금 등 국악기도 추가해 표현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판소리와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음악 어법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죠.”

 

가은비 역의 정인지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박씨전’을 풀어내는 방법이 너무 유쾌했고 그 속에서만큼은 이 여인들이 아주 신나게, 사내 대장부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전했다.

 

여기 피화당
뮤지컬 ‘여기, 피화당’ 공연장면(사진=허미선 기자)

“세 차례에 걸쳐 이야기가 완결됐을 때의 벅찬 감동이 있어요. 대본을 읽었을 때 뿐 아니라 실연을 하면서도 더 많은 감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수진은 “역사적 사실이다 보니 조심스럽게 표현해야하고 더 잘 이해하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가은비 역의 김이후는 “극 중 아무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대사가 있는데 그 이야기가 이렇게 극으로 만들어지고 관객들이 찾아주신다는 게 제일 멋지고 매력 있다”고 전했다.

“정말 그런 인물들이 작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공연 중이죠.”

여기 피화당
뮤지컬 ‘여기, 피화당’ 존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

 

매화 역의 정다예는 “저는 이 작품을 읽고 이 작품 자체가 되게 역사적인 아픈 사건을 배경으로 사회를 풍자하고 있고 비판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사실상 역사적으로 큰 사건이지만 현대에서도 각자 살아가면서 각자의 전쟁을 하고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사대부를 비판하지만 사실상 내가 그들처럼 하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내 주변에 피해자들이 있을 수도 있고 내 스스로도 그 피해자가 될 수도 있잖아요. 이 작품이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는 피화당이 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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