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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경력 가진 엄마, 재능 살려 작은 일부터 시작하세요"

[맘 with 베이비] 이기영 너츠네이션 대표

입력 2022-11-15 07:00 | 신문게재 2022-11-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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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너츠네이션 대표.(사진제공=너츠네이션)

 

방송사 PD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또 즐기면서 일한 이기영 대표. 그녀는 두 돌 된 아이가 말이 늦어지자 망설임 없이 일을 내려놓고 육아에 전념했다. 지금은 엄마이자 주부, 콘텐츠 전문 제작사 ‘너츠네이션’ 대표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등의 교육강사로 활약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아이 돌보는 일’을 해 온 엄마라면 무슨 일이든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이 대표. 그는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경력 보유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세상에 나와 보라”고 권한다. 

 

 

- 방송사 PD로 일하던 중 너츠미디어(현 너츠네이션)을 설립하셨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요.

“방송 경력 10년 정도 됐을 때 결혼해 아이를 낳고 이후 새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베이비시터가 남편과 사별 후 우울증에 빠졌는데,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던 두 돌 아기가 말하기를 멈추는 거예요. 지인인 소아과 의사에게 상의하니 ‘지금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 몇 백억을 줘도 바꿀 수 없으니 일 그만두고 아이를 돌봐라’ 하셨어요. 고민 없이 회사에 1년만 쉬겠다고 했지요. 하지만 후배가 운영하는 체계가 되었는데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어요. 개인 사업체를 만들고 공연 의뢰가 올 때마다 연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9개월 가량 육아에 전념하다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이후로는 베이비시터 없이 일과 육아를 병행했습니다.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재취업은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큰아이는 3살부터 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회의가 있을 때는 종종 와서 엄마가 하는 일을 보며 기다려 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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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과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 중인 이기영 대표.(사진제공=너츠네이션)

 

- 콘텐츠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교육까지 하고 계십니다.

“방송사 공채 작가로 입사했다가 2년 만에 그만두고 PD로 전업해 시사프로그램을 만드는 공중파 계약직 PD로 일했습니다. 시사가 잘 안 맞고 페이도 적어 케이블 방송 프리랜서로 여러 방송사나 기업과도 일했습니다. 예능부터 광고와 정책 방송까지 한 덕분에 2014년에 회사를 차리고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2015년 중국에도 진출했고 ‘왕홍’이라는 중국 판매 인플루언서들과 연계해 방송을 만들며 라이브 커머스를 배웠습니다. 코로나로 그 분야를 한국형으로 만들어 진행할 계기가 생겼고, 중국과 베트남 시장에서만 하던 e커머스 사업을 한국형 디지털 커머스로 펼치려 2020년부터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며 유튜브 e커머스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판매왕’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한국형 라이브 커머스를 지향하는 모바일 쇼 호스트를 뽑는 프로그램입니다.”


- 사명 ‘너츠네이션’은 무슨 뜻인가요.

“nuts는 ‘미친 듯이’, ‘열정적인’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너츠네이션’은 진짜 미친 듯이 사는 사람들의 나라라는 뜻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못이기고, 즐기는 사람은 돈 버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돈 벌려는 사람도 미친 사람에게는 이길 수 없잖아요? 저는 일을 즐기고 사랑하고 미친 듯이 합니다. 스트레스도 일로 풀 정도라 그렇게 사명을 지었는데 직원들도 다 비슷한 친구들만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너츠네이션’으로 브랜드 등록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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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실텐데요,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두 아이가 아니었다면 코로나 시기를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2019년 11월 둘째를 낳고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어요. 앞이 깜깜했지요. 초등학교 3학년과 갓 태어난 아기가 있는데 암이라니. 투병 끝에 이겨냈지만, 절 다시 살게 한 것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편도 고생 많았지만, 살아야 하겠다는 의지와 행복을 아이들이 주었어요. 아이들도 제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일해서 돈 벌어 더 맛있고 좋은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갖자, 엄마의 따뜻함과 안정적인 마음을 주자며 고마운 마음을 가지니 하나도 힘들지 않고 행복합니다. 아주 많이 힘든 상황에도 아이들이 힘이 된다는 걸 느끼게 되어, 저는 항상 아이들에게 그리고 제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삽니다.”


-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합계출산율이 0.81로 세계 최저입니다.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까요.

“제도적으로 개선될 순 없고, 절대적으로 의식이 개선돼야 합니다. 저는 일하고 돌아와도 집에서 아이를 돌봅니다. 출장가는 남편과 달리 매일 출근해 일하고 아이와 놀아주고 살림하고 재우고 또 집에서 일하고 자야 해요. 아이는 무조건 엄마가 봐야 하고 엄마가 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니면 엄마들은 다시 반복일 수밖에 없습니다. 육아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입니다. 한 인간의 일생을 만드는 육아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리고, 함께 아이를 키워 가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 합니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으로 저도 그런 인식을 만들어 갈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 맘플루언서, 컨텐츠크리에이터, 라이브커머스 양성과정 강사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경력 보유 여성들이 이런 직업을 가지려면 어떤 것부터 해야 하나요.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부터 가져야 합니다. 어린이집 교사로 10년 일하다 전업주부로 지내던 직원이 있습니다. 초등 1학년, 6세 아이 둘의 엄마입니다. 제일 힘들 때인데 이제 저와 1년이 안됐는데도 콘텐츠 팀장으로 편집부터 보도자료 정리까지 웬만한 일을 다 합니다. 그 남편이 회사에서 무슨 일 하냐고 물으면 처음에는 ‘그러게, 나 뭘 하지’ 했다가 지금은 ‘내가 일 다하지. 나 없으면 우리 대표님 안 돼’로 바뀌었답니다. 자신감이 늘면서 능력도 부쩍 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인 아이 돌보는 일을 했던 사람이 어디 가서 뭘 못하겠습니까. 자신감을 가지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최고위 과정인 ‘한국형 디지털 커머스’ 대표 강사를 맡았는데 수강자 중 많은 워킹맘이 있어 뿌듯했습니다.”


- 경력 보유 여성들에게 조언과 격려 말씀 부탁 드립니다.

“우선 아이에게 어떤 엄마이고 싶은지 생각해 보십시오. 물론 모든 엄마는 좋은 엄마입니다. 스스로도 만족할 삶을 살 수 있는 직업이 있다는 것은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필수입니다. 일을 사랑하고 일이 좋은 분, 여유있는 아이들 생활을 위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수익을 내고 싶은 분이라면 언제든, 누구에게든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그동안 제일 잘하고 성실했던 직원은 주부사원들이었어요. 가능하면 본인 재능을 살려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힘드시면 언제든 제게 조언을 구하세요. 저도 소통방을 만들어 주부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일하는 남편의 입장을 대변해 주곤 하거든요. 세상의 모든 엄마는 위대합니다. 평생 가장 소중한 시기가 만들어진다는 그 시기에 아이와 함께하는 건 엄마라는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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