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음악

[비바100] 셰익스피어와 벤자민 브리튼, 한국의 첫 ‘한여름 밤의 꿈’에서 만나다

[Culture Board]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입력 2024-04-10 18:30 | 신문게재 2024-04-11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한여름밤의 꿈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동명 희곡에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 수상자이자 도이치 그라모폰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벤저민 브리튼(Benjamin Britten)이 작곡한 아리아로 꾸린 현대 영어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4월 11~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한국 최초로 무대에 오른다.

1960년에 초연된 현대 영어 오페라로 한국 첫 공연은 볼프강 네겔레(Wolfgang Nagele) 연출, 펠릭스 크리거(Felix Krieger) 지휘로 꾸린다. 아버지의 뜻에 따르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사형을 당하던 아테네를 배경으로 두 쌍의 연인이 얽히고설키며 펼쳐지는 왁자지껄 소동극이다.  

 

서로 사랑하지만 아버지의 결혼 강요로 야반도주를 강행하는 헤르미아(Hermia)와 라이샌더(뤼산드로스 Lysander), 헤르미아의 아버지가 결혼상대로 점찍은 명문가 자재로 도망친 연인을 찾아나선 드미트리어스(데메트리오스 Demetrius), 자신에겐 관심도 없는 그를 사랑해 무작정 따라나선 헬레나(Helena).
 

[KNO] 한여름밤의꿈 연습장면(24-0403)_016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하지만 요정들의 잇단 실수로 헤르미아와 결혼하려 야반도주를 한 라이샌더도, 그들의 추격에 나선 드미트리어스도 엉뚱하게도 헬라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각 로랜스다.


여기에 인도 소년을 두고 부부싸움이 잦아진 요정들의 왕과 왕비 오베른(Oberon)과 티타니아(Titania), 결혼을 앞둔 테세우스(Theseus)와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타(Hippolyta), 오베른의 수하이자 장난꾸러기 요정으로 좌충우돌 4각 로맨스의 원흉인 퍽(Puck), 테세우스 왕의 결혼식날 공연될 연극 ‘피라모스와 티스베’ 출연배우지만 퍽의 장난질에 당나귀 머리 남자로 변해 티타니아와 사랑에 빠지는 보텀, 코믹 캐릭터인 마을 장인들 등의 이야기도 재미를 더한다.

상황을 수습하려는 오베른 왕의 명령을 수행하던 요정 퍽이 잇달아 실수를 저지르며 꼬일 대로 꼬여버린 사랑이야기라는 서사의 큰 줄기는 그대로 따른다.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이 원작과 다른 점은 중점을 두는 인물이다. 원작이 히폴리타와 테세우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페라는 요정들의 왕과 왕비인 오베른과 티타니아를 전면에 내세운다.

더불어 ‘한여름 밤의 꿈’은 한국에서는 그 무대를 쉽게 볼 수 없는 카운터테너가 주역인 작품이다. 카운터테너가 연기하는 요정들의 왕 오베른이 이야기를 이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오베른과 티타니아는 티타니아를 숭배하던 인도 왕비의 아들을 시종으로 두고 싶어 하는 오베른에 죽을 듯 싸워대는 부부다.

 

이들 역시 퍽의 실수에 우여곡절을 겪다 결국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요정들의 왕 오베른은 이 캐릭터로만 8번이나 무대에 올랐던 카운터테너 제임스 랭(James Laing)과 처음으로 이 작품에 출연하는 장정권이, 그의 아내인 티타니아는 소프라노 이혜정·이혜지가 번갈아 연기한다.

 

[KNO] 한여름밤의꿈 연습장면(24-0403)_016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장정권의 전언에 따르면 오베른은 “티타니아와 죽을 듯 싸우면서도 시기와 질투, 젊은 연인들을 이어주려는 따뜻한 마음, 모든 역경과 고난을 행복과 평화로 만들고자 하는 너그러움 등을 가진 캐릭터다.”

‘한여름 밤의 꿈’의 또 다른 특징은 아이돌그룹 신화의 멤버이자 ‘헤드윅’ ‘시라노’ ‘썸씽로튼’ ‘서편제’ ‘젠틀맨스 가이드’ ‘에드거 앨런 포’ 등의 뮤지컬배우이기도 한 김동완이 처음으로 오페라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오페라 데뷔작에서 김동완이 연기하는 퍽은 오베른의 수하로 ‘처음으로 눈에 띈 이를 사랑하게 되는’ 마법꽃 심부름을 번번이 실수하는 통에 한바탕 소동극을 만들어내는 요정이다.

애초부터 잘 알려진 셀러브리티로 캐스팅하려고 했다는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이자 예술감독의 귀띔처럼 “노래 없이 내레이션으로만 표현하는, 혼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좌충우돌하는 캐릭터로 영국식 영어가 중요하다.” 이에 영국식 영어를 따로 배우기도 한 김동완은 퍽에 대해 “엉망진창, 혼돈, 모자람 그 자체”라고 소개했다. 

 

한여름밤의 꿈5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연습현장(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이 가진 최고 미덕은 문학거장 셰익스피어의 이야기와 더불어 현대음악의 거장 벤저민 브리튼의 음악이다. 김동완의 설명처럼 “오페라를 잘 모르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굉장히 변칙적이고 지루할 틈이 없는 음악”이다. 지휘자 펠릭스 크리거는 “벤저민 브리튼 음악은 낯설고 어렵지만 사이사이 빛나는 무언가가 있다. 현대음악이지만 전통적인 작법을 쓰고 있고 멜로디 역시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베스 의상을 입고 있는 티타니아, 전형적인 영국군 헬멧을 쓰거나 승마바지, 베네치아 스타일의 망토와 가면 등을 쓴 오베르 그리고 티타니아를 둘러싼 어린이 합창단 의상은 1600년대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쓰던 시대의 동인도 회사 관련 이미지를 불러온다. 그 중 소녀들이 입는 간호사복, 오베른과 티타니아가 죽도록 싸우는 계기가 된 인도 소년 등은 영국 역사 중 식민활동의 상징이기도 하다.

제목처럼 ‘한여름 밤의 꿈’ 속처럼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랑하면서도 죽도록 서로를 할퀴는 오베른과 티타니아, 타의에 의한 방해에도 사랑을 굳건히 지켜가는 뤼산드로스와 헤르미아, 데메트리오스와 헬레나의 변화가 흥미롭다. 더불어 글로만 읽었던 이야기들이 음악으로, 무대로 옮겨졌을 때 벌어지는 상황, 새로움 등은 덤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