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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문화경
[한상덕의 문화경] 이완구 스타 만들기
“얼굴에 분칠한 것들은 절대로 믿지 마라”라는 속어는 초보 매니저들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촬영장에 가보면 안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선생님’이라고 공손하게 부른다면 신인이다. ‘감독님’ 혹은 ‘조감독님’으로 직위를 구분한다면 인기 없는 중견배우이고 ‘저기요~’로 통칭한다면 신인이 벼락 스타가 된 거다. 감독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된다. 그래 놓..
문화평론가 한상덕
2015-04-23 16:02
[한상덕의 문화경] 신중년의 비애
초등학교 5학년 때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옆 마을 부잣집 둘째 부인의 딸이었는데 배우 임예진을 쏙 빼닮은 얼굴이었다. 아이는 때깔이 고왔고 입노릇도 부티가 났다. 소풍 갔을 때 우리가 찬물에 사카린을 타마시면 사이다를 마셨고 점심때 장아찌를 먹을 땐 계란부침을 먹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그녀를 다시 만난 건 10년 전 동창회 체육대회에서였고 그날 이후 동창회에 참석하..
2015-04-16 15:53
[한상덕의 문화경] 이영돈PD의 진짜 모습
보석점을 하는 내 친구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진짜입니까?”라고 묻는 고객이란다. 진짜가 아니어도 진짜라고 답할 것이고 진짜라면 더 화가 날 일인데도 ‘진짜 타령’을 해대는 고객은 천만금을 줘도 싫다는 거다. TV가 지향하는바 또한 ‘진짜’이거나 ‘진짜’ 같아야한다.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에게 공감하는 것은 드라마가 진짜처럼 보일 때만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t..
2015-04-09 15:59
[한상덕의 문화경] 가수 태진아의 오만
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이틀은 촌에서 생활한 지도 7년이 지났다. 처음엔 몰랐었다. 과수 나무에 꽃이 필 때쯤이면 갑자기 농부들의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지는 거다. 농약을 치지 않고 가지치기도 삼간다. 시심(詩心)이라도 생긴 것처럼 나무 다루기를 아기 돌보듯 한다. 알고 보니 그래야만 벌이 마음 놓고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닐 수 있다는 거다...
2015-04-02 15:10
[한상덕 문화경] 영화 '순수의 시대'와 '위플래쉬'가 주는 교훈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물었다.“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어떠합니까?”“좋은 사람이라 할 수 없다.”“그러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은 어떠합니까?”“그 역시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마을의 선(善)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마을의 불선(不善)한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만 같지 못하다.”공자님 말씀은 영화문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중립을 지키는 영화가..
2015-03-26 17:39
[한상덕의 문화경] 도둑질보다 더 나쁜 인간의 위선
이 방면에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연예인을 소개해달라는 사람이 꽤 있다. 그냥 밥 한 번 먹게 해달라는 거다. 눈을 찡긋하며 능글맞게 웃는 그를 향해 곧바로 면박을 안길 수는 없는 노릇. 다음에 만나 “마침, 그 시간에 스케줄이 바쁘다는데 어떻게 하죠?”라고 하면 십중팔구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딴따라 주제에….”자기 딴에는 힘 있는 사람 코스프레를 하고 싶었던 거다...
2015-03-19 14:51
[한상덕의 문화경] 기막힌 TV예능 자막
30년 전 그땐, 통기타를 친다는 이유만으로도 모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MT참가비를 면제받았고 철학도의 기타솜씨에 반해 인생을 망친(?) 여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요즈음 대학교 MT는 노래방기계부터 최우선으로 챙겨야 한다. 노랫말인지 반주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나부터도 자막이 없으면 노래 부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기계가 인류의 진화..
2015-03-12 16:05
[한상덕의 문화경] 궁금하지 않습니다 '유명인의 속사정'
다른 사람은 모르겠다. 내 경우는 화장실에서 절대로 마주치지 말아야 할 사람은 초밥을 만드는 조리사다. 세상에 볼일을 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만 화장실을 다녀온 조리사의 초밥만은 사양하고 싶다. 그의 손이 아무리 깨끗할 지라도. 대중문화를 생산하는 스타와 소비자인 팬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스타의 사생활은 감추어져야 한다. 그래야 세간의 이목과 부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2015-03-05 16:15
[한상덕의 문화경] 대박 영화의 한없는 가벼움
‘원숭이와 함께 아프리카 정글을 지배한 타잔이 왜 백인일까?’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정글에서 자연상태로 기거하면서 해결사 노릇을 하는 타잔이라면 당연히 흑인이 제격일 것 같아서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곧 ‘선’(善)이라는 할리우드 공식을 몰랐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다. 벌거벗은 타잔의 이미지를 성적 매력으로 둔갑시켜 마케팅에 이용하겠다는 제작자의 의도를 몰랐던 거다..
2015-02-26 17:44
[한상덕의 문화경] 늙은 남자들의 위험한 '자뻑'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황제 특강’ 논란을 지켜보고 있자니 과거사 한토막이 떠오른다. 은퇴한 유명 인사들을 중심으로 특강을 개설했지만 1학기 만에 폐강되고 말았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강사들은 하나같이 ‘자뻑’이었다. 학생들이 보내는 존경하는 눈빛이 마음에 든다는 이도 있었고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이도 있었다. ‘자뻑’은 자아도취를 뜻하는 신조어지만 디..
2015-02-12 16:17
[한상덕의 문화경] 전직 대통령과 노이즈 마케팅
“살아오시면서 후회되는 일은 없었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없어요!”라고 답하던 중학교 선배이자 왕년의 스타에 대한 불쾌한 감정이 아직도 남아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 감옥살이를 했고, 불륜 상대자였던 여성이 임신한 사실을 고의로 까발려 시비 거리를 제공하고도 후회도 없고 반성도 없다니. 오십대 초반의 톨스토이는 간음했고 거짓말을 일삼았다고 회심한 이후..
2015-02-05 15:28
[한상덕의 문화경] 의사의 겹치기 출연… 병은 언제 고치나
1988년으로 기억된다. 당시 분필 하나만 들고 TV에 출연한 이상구 박사의 강연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가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면 고기 값이 폭락했고 채소를 먹어야 한다면 채소 값이 금값이 됐다. 생명과학대사전에나 나오는 ‘엔돌핀’이 일상어처럼 사용됐고 ‘이상구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햇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은 법..
2015-01-29 15:17
[한상덕의 문화경] 괴물은 CCTV 바깥에 있다
“밤늦은 시간은 피하고 여학생을 상담할 때는 꼭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라던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는 “머리 위에 CCTV가 있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했다.그건 그렇고, 상담을 받으러 찾아온 이가 여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문부터 열어놓고 상담을 하라니.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어서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하는 게 상담자의 기본자세가 아니던가. 이는 남자라는 이유로 잠재적 성추행..
2015-01-22 16:54
[한상덕의 문화경] ‘반전’의 미학
쉰을 훌쩍 넘기고도 결혼할 남자를 못 찾은 내 여자 친구는 미모의 재력가다. 명품가방 선물 받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눈이 높은 것도 아닌데도 싱글로 살아가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짐작은 간다. 여친은 착한 남자보다는 치명적인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고 했다. 패가 뻔히 보이는 착한 남자의 다음 행동은 궁금하지 않기에 기대가 없고 기대가 없기에 희망도 생기지 않더..
2015-01-15 14:50
[한상덕의 문화경] 종편 뉴스해설, 누구를 위해 종(편)을 울리나
1969년 7월 어느 날로 기억된다. 너나없이 집안에 텔레비전이 없던 나와 친구들은 유료로 TV를 볼 수 있는 만화방으로 몰려갔다. ‘토끼가 방아를 찧던 달’에 인간이 첫발을 내딛는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그럴 리가, 하면서 달려가 보니 동네 할머니 표현대로 ‘비료포대처럼 생긴 옷을 입은 이상한 사람’이 꼬리에 무언가를 달고 우주를 헤엄치고 있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2015-01-08 18:09
[한상덕 문화경] '다큐인 듯 다큐 아닌 다큐 같은' 판타지를 그리다
초등학교 동창회 송년회를 다녀와 40년이 지난 초등학교 5학년 통지표를 꺼내보니 “발표력은 뛰어나나 주위가 산만함”이라고 적혀있다. 이왕지사 “주위는 산만하나 발표력이 뛰어남”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터다. “미인이지만 잠이 많다”와 “잠이 많지만 미인이다”라는 말은 분명 다르다. 말할 필요 없이 후자 쪽이 더 좋은 인상을 주게 된다. ‘종말 잔존 효과’라는 심리학적 메커니즘이..
한상덕 문화평론가
2014-12-30 16:13
[한상덕의 문화경] '미생'에서 인사(人事)의 완생을 배운다
마누라를 위한답시고 냉장고 청소를 하다가 슬그머니 화가 났다. 지난 해 먹다 남은 추석송편이 꽁꽁 얼은 채 남아있는 거다. 매사 정확하고 빈틈 없는 줄 알았더니…. 하지만 아내는 오히려 큰소리다. 사람은 자기 할 일이 따로 있다는 거다. 남의 영역에 들어왔으면 일만 하든지 아니면 아예 침범하질 말든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드라마시장에서도 유효하다. 이야기에 적합한 캐스..
2014-12-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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