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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성의 로망…첫사랑처럼 떨리는 그 이름 '할리'

할리 데이비슨을 즐기는 'H.O.G 코리아'

입력 2014-10-2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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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 데이비슨’은 중년남성의 영원한 로망이다.

가수 故김광석은 생전 자신의 버킷리스트로 마흔살이 되면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싶다고 고백했고, 프로레슬러 김남훈 씨는 한 칼럼에서 “오토바이는 중년남성의 청춘에 대한 보상”이라고 정의했다.

할리 데이비슨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높고 많다. 우선 까다로운 2종 소형면허를 마련해야 하고 웬만한 중형차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두가지 산을 넘었다 하더라도 ‘오토바이는 위험하다’는 가족의 반대에 부딪힌다.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 동호회14
H.O.G 수원지부 회원들이 경기도 청평에서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사진=윤여홍 기자)

 

H.O.G (Harley Owners Group·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소유하고 그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 코리아 소속 회원들은 세가지 장벽을 넘어선 이들이다.

도대체 할리 데이비슨의 어떤 매력이 이른 새벽부터 이들을 오토바이 위에 앉혔을까. 호그코리아 수원지부 회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이 모이는 시간은 주말 아침 8시. 간단한 요기를 마친 뒤 9시부터 본격적인 라이딩에 들어선다. 최영철(47, 회사원)씨는 수원지부의 막내다. 할리 데이비슨을 접한 지 두달 됐다. 그는 “할리 데이비슨을 탄 뒤 가정과 회사 일에 한결 더 충실해졌다”라고 말했다.

“우리 나이 쯤 되면 스트레스가 적지 않잖아요. 골프도 접대를 위해 나가니 재미가 없고, 삶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죠. 그러다 막연하게 멋있다고 생각했던 ‘자유의 상징’ 바이크를 떠올렸어요. 일단 주말에 면허만 따놓자는 생각에 면허를 마련했고 장롱면허가 될 것 같아 무작정 ‘할리 데이비슨’을 질렀죠.”

최씨는 할리 데이비슨을 취미생활의 최고봉으로 꼽았다. 매주 투어 전날에는 설레는 마음에 잠이 오지 않기도 하지만 다녀오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할리 데이비슨 위에 앉아 특유의 진동감을 느끼며 국도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새기고 오는 것만으로 해방감을 느꼈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심하게 반대했던 아내도 최씨가 할리 데이비슨을 타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결국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 동호회3
H.O.G  코리아 수원지부 회원들이 지난 26일 경기도 청평에서 라이딩을 즐긴 후 할리 데이비슨 앞에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윤여홍 기자)

 

부부 라이더도 있다. 박영민(49, 회사원)-이은수(46, 자영업)씨는 남편 박 씨가 몰래 할리 데이비슨을 타다 부인 이 씨에게 걸린 케이스. 박 씨는 아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할리 데이비슨을 포장해 고이 모셔놓았고 의상과 용품도 차 트렁크에 숨겨놓았다. 그러나 이씨가 우연히 차 트렁크를 보게 되면서 박씨의 ‘몰래 사랑’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그 때 심하게 싸웠죠. 할리 데이비슨이 그렇게 비싼 오토바이인 것도 당시엔 몰랐어요. 하지만 남편의 할리 사랑을 말릴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전국적으로 모이는 ‘할리 데이비슨 랠리’를 같이 가봤는데 의외로 건전한 모임이더라고요. 가족단위 라이더들도 많고 여성 라이더들도 눈에 띄었죠. 결국 저도 할리 데이비슨을 마련하게 됐어요.”

남편을 말리던 이씨가 할리 데이비슨 라이더가 된지도 어느덧 7년. 고등학생인 딸들을 텐덤라이딩(뒷좌석 동승) 시킬만큼 쿨한 엄마가 됐다. 이씨는 “딸들이 대학에 진학한 뒤 오토바이를 타겠다고 한다면 지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 동호회19
라이딩을 즐기는 H.O.G 수원지부 회원들(사진=윤여홍 기자)

 

할리 데이비슨 라이더 특유의 가죽재킷과 해골 장식은 할리라이더들만의 ‘멋’과 더불어 실용성을 위한 것이다. 회원들은 “라이딩 때 바람을 막기 위해 가죽재킷을 입고 워커나 부츠를 신는다”라고 설명했다. 재킷이나 조끼에 각종 배지를 달은 것은 각종 투어에 참가했다는 증거물. 배지를 많이 달수록 라이더들의 연륜을 알 수 있다. 해골장식이나 쇠붙이는 할리라이더 특유의 멋부림이다.

회원들은 이구동성 “우리가 어디 가서 이런 해골을 붙여보겠나, 해골은 ‘할리라이더’만의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특권”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한국의 호그코리아 보유자는 약 9000여 명. 호그코리아 회원은 약 1400명 가량이다.

윤귀동((54) 호그코리아 회장은 “오토바이, 특히 할리 데이비슨에 대한 인식이 위험한 취미에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로 변하고 있다”라며 “1년에 두 차례 전국 회원들과 함께 하는 대규모 랠리에서 성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고 장애인들과 동승체험을 갖기도 한다”라고 소개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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