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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달려~" 추억엔 과속이 없다 '미니카 동호회 태풍'

즐거운 삶의 원동력··· 놀이 그 이상의 놀이

입력 2014-09-1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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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카(사진=윤여홍 기자)


'쐐액~ 쇄액~~~.'

경쾌한 소리로 트랙을 질주하는 미니카(MINI 4WD)를 보니 잠시 잊었던 설렘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미니카와 함께 놀던 재미있는 추억이다.

매주 일요일 인천 동구 송림동에 위치한 청하경기장에는 미니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야~너 많이 빨라졌다. 한 번에 신기록이네. 연구 많이 했나봐."

"형 따라 잡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죠."

마치 동네 친한 형·동생의 대화 같지만 실제 둘의 나이 차는 20살이 넘는다. 30대 청년과 50대 액티브 시니어.

이곳 청하경기장에는 4살 꼬마 아이부터 환갑을 바라보는 50대 후반까지 미니카를 즐기는 사람만 있을 뿐 그들에게서 나이가 주는 거리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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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아저씨(가운데)와 회원들이 미니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윤여홍 기자)


청하경기장을 찾는 이들 중엔 미니카 동호회 '태풍'이 있다. 회장은 미니카의 살아있는 전설 '태풍 아저씨' 김용재(55)씨다. 그는 20년 가까이 미니카를 즐기는 마니아 중 마니아.

그는 또 오랫동안 자신의 놀이가 된 미니카에 대해 "트랙 위에선 모두 동등한 경쟁자이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태풍 팀에는 중학생부터 50대까지 20명 가까이 되는 사람이 모여 있다. 그중엔 같이 미니카를 즐기며 애틋한 시간을 갖는 부부와 낮에는 반도체를 연구하고 밤에는 미니카를 조립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책임 연구원도 있다.

그들에게 미니카는 단순한 놀이 이상이다. 지루하고 따분한 삶을 즐기며 살게 하는 활력소다.

남편을 따라 미니카를 즐기기 시작한 한선희(33)씨는 "서로 같은 취미를 갖다 보니 함께 있는 시간이 많고 결혼 생활에서 서로 멀어지지 않아 좋다"고 웃으며 답한다.

이에 남편인 김영일(33)씨는 "우리 둘에게 미니카는 삶의 원동력"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미니카 속도를 높이려면 무게가 가벼워야 한다. 하지만 너무 가벼우면 차체가 트랙에 붙지 못하고 밖으로 튕겨 나갈 위험성이 높다. 운이 없으면 수백만원 공을 들인 결과물이 한 순간에 박살난다. 그래서 최승혁(33)씨는 플라스틱 대신 가볍고 강도 높은 카본으로 직접 미니카를 개조한다.

그의 공구 상자에는 삼성반도체 책임 연구원으로서 전문성이 느껴질 정도로 쉽게 볼 수 없는 기구와 화약약품이 가득하다. 조립을 하는 그의 손길에서 미니카를 향한 강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미니카는 내 기술의 집약체"라며 "반도체를 만들지만 여러 공정 중 하나에 참여할 뿐, 미니카는 내 손 끝에서 완성품을 만드는 매력이 있다"며 "시작한 지 1년도 안됐는데 여기에 쏟은 돈이 1500만원이 넘는다"며 남다른 애착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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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운동장 운영자 청하할아버지(사진=윤여홍 기자)



현재 미니카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트랙이 있는 곳은 인천, 수원, 부산이다. 그나마 최근에 키덜트 열풍으로 미니카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이곳 청하 경기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올해 78세인 '청하 할아버지'다.

그는 2006년까지 미니카 유통업을 하다가 수해로 사업에 실패하고,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경기장 운영을 시작했다.

"하루에 한두 명밖에 안 올 때도 있었는데 2~3년 전부터 늘기 시작했다"며 "경기장 운영 수익이 많진 않지만 미니카로 젊은 사람과 만나는 시간이 즐겁다"고 밝힌다.

나이가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건 중요하다. 누군가에겐 장난감이지만 동호회 태풍 사람들에게 미니카는 인생을 즐기는 평생 놀이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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