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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 환자, 마라톤 완주한 사연은

웨어러블 의료기기, 시간·장소 관계없이 건강 확인 … 정보유출·검사오류 문제도

입력 2017-01-2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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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보행보조 의료용 웨어러블기기인 ‘H-MEX’가 지난 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7에서 시연되고 있다.

2012년 런던 마라톤대회에서 하반신마비 환자인 클레어 로마스라는 여성이 17일 만에 42.195㎞ 풀코스를 완주했다. 영국의 보석 디자이너였던 그는 2007년 낙마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걸을 수 없었다. 그녀가 대장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리워크(ReWalk)’라는 웨어러블 보행로봇 덕분이었다. 이스라엘 리워크로보틱스이 만든 이 로봇은 척추손상 환자에게 걸을 수 있는 희망을 줬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받았다. 로봇을 착용한 환자들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게 해줬다는 의미로 리워크를 ‘자유’라고 부르고 있다.


웨어러블은 몸에 착용하는 기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편의성과 휴대성을 극대화시킨다. 웨어러블기기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헬스케어다. 산업연구원 통계 결과 전세계 헬스케어 분야 웨어러블기기 시장 규모는 2013년 5억달러(약 5500억원)로 2017년엔 10배 이상 성장한 60억달러(약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인은 바쁜 일상 속에서 제대로 건강을 챙기거나 운동을 하기 어려워 헬스케어 웨어러블기기에 관심이 많다. 생체신호 인터페이스기술이 적용된 이 의료기기는 위치기반시스템을 활용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위치기반기술은 신체활동이 불가능한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최근 정부가 2020년까지 대표적인 미래성장동력인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사업’에 총 1270억원을 투자하기로 밝히면서 의료기기 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정부는 착용 가능한 소재·부품, 플랫폼기술 개발에 1110억원을 투자하고 상용화를 위한 사업화 지원센터 구축에 1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웨어러블 의료기기 개발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7’에서 하반신마비 환자의 보행을 돕는 의료용 웨어러블기기인 ‘H-MEX’,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허리부상을 방지하고 근력을 보조해주는 산업용 ‘H-WEX’, 노약자의 보행근력을 돕는 생활용 ‘HUMA’ 등을 공개했다.
세계적 스포츠웨어업체 언더아머는 각종 건강정보를 스마트폰과 연계해 기록하는 신발을 선보였다. 이 운동화를 착용하면 달린 거리나 속도, 칼로리 소모량 등 운동기록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휴대용 저주파치료기도 등장했다. 동아ST 계열사인 엠아이텍은 지난해 편의성을 강조한 휴대용 저주파자극기 ‘레쥬’를 출시하고 약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기기는 피부를 통과한 전기가 신경을 자극하는 원리로 전기펄스가 피부에 부착된 겔전극을 통해 신경과 근육에 전달돼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한다. 두드림·주무름·지압·조합 등 4가지 자극모드로 작동되며, 총 15단계까지 강도를 조정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이밖에 현재 출시된 웨어러블 의료기기로는 운동량·칼로리·걸음수 등을 측정해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나이키의 ‘퓨얼밴드’, 앱을 통해 의사가 수술 중 환자의 사진과 맥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구글의 ‘구글글라스’, 혈당측정센서가 내장돼 1초에 1번씩 혈당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스마트콘택트렌즈’, 앱을 통해 개인의 운동량과 식사량을 분석하는 SK텔레콤의 ‘헬스온’ 등 다양하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웨어러블 의료기기는 질병 정보를 24시간 수집 가능해 예방적 치료가 가능해지고 건강검진에 따른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며 “객관적인 건강 정보를 토대로 의사가 질병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남용, 다양한 결과 해석에 따른 신빙성 저하, 상업적 이용 등으로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대부분의 웨어러블 의료료기는 방대한 의료정보를 담은 만큼 개인정보의 유출 및 악용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환자의 개인정보 47억건을 팔아 넘긴 업체와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식약처의 공식 승인을 받지 않은 앱이나 의료기기를 사용하다간 잘못된 정보제공과 이에 따른 처치 오류로 역효과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기심으로 기기를 구입했다가 복잡한 기능 탓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라베이스에 따르면 웨어러블 의료기기 소비자의 33∼50%가 기기 구매 이후 6개월 안에 사용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 기기에 지나치게 많은 기능을 담아내려다 보니 기능과 사용법이 복잡해져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웨어러블 단말기가 수집한 생체신호 정보가 병원에서 측정되는 수치와 달라 신뢰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휴대폰처럼 무선으로 건강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아 전자파의 인체흡수율(SAR)도 고려해야 한다. 백 교수는 “인체에 근접 또는 접촉한 상태로 장시간 사용할 때가 많아 다른 전자기기보다 전자파의 영향이 더 클 확률이 높다”며 “편의성을 위해 가벼운 석유화학 합성소재를 쓰는 만큼 장시간 사용하거나 기기가 과열되면 유해물질이 방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이어 “웨어러블 의료기기 보급을 활성화하기 전 △기기 구입 비용부담 완화 △건강보험 적용 △환자 개인 의료정보 보호 △검사수치 오류 최소화 및 안전성 제고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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