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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구조 변경·고령자 판매…은행 DLF ‘불완전판매’ 정황 수두룩

입력 2019-10-01 15:19 | 신문게재 2019-10-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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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1일 발표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의혹에 대한 중간 검사 결과를 보면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DLF 상품의 구조 변경이 이뤄졌는가 하면 내부 반대를 묵살하고 상품 심의기록까지 조작했을 뿐만 아니라 상품 대부분이 고령 투자자에게 판매됐다.

◇ 내부반대 묵살에도 판매 강행

우선 은행들이 만기·배리어(기준치)·손실배수·수익률 등을 정해, 증권사에 이런 조건에 맞는 DLS 발행을 요청하고 해당 DLS(파생결합증권)를 펀드(DLF)에 편입해 운용할 자산운용사도 은행이 선정했다. 은행은 이렇게 만들어진 DLF를 판매할 때 내부 상품(선정)위원회의 심의·승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2017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설정한 DLF 380건 중 2건만 상품선정위원회를 거쳤다. 하나은행도 2016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설정한 DLF 753건 중 상품위원회에 부의된 사례는 6건에 불과했다. 심의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일부 위원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 의견으로 적어넣는가 하면, 구두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위원을 상품 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으로 교체해 ‘찬성’ 의견을 받았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 상품 심의기록 조작

자산운용사는 과거 금리 추이를 토대로 DLF 수익률 모의실험(백테스트) 결과를 은행에 제시했다. 최근 같은 ‘마이너스 금리’가 과거에는 없었던 만큼, 모의실험 결과는 당연히 ‘손실확률 제로’였다. 은행은 아무런 검증 없이 이런 결과를 투자자에게 제시했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채권금리 하락으로 DLF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상품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리어를 -0.20%에서 -0.32%로, 손실배수를 200배에서 300배로 각각 바꾸고 만기를 2개월 줄여 판매를 독려했다. 기존 고객에게도 손실 가능성을 통보하지 않거나, 높은 환매수수료(7%)를 강조해 환매를 차단하려 애썼다.

◇ DLF 투자자 절반이 60대 이상

이번 검사 결과 DLF 투자자의 절반이 60대 이상인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중 60대 이상은 48.4%였고, 법규상 고령자인 70대 이상 비중도 21.3%에 달했다. 90대의 초고령자도 8명이나 DLF에 14억원을 투자했다.

또 유사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전혀 없는 투자자들의 비중도 높았다. 이들은 전체 가입금액의 21.8%를 차지했다.

금감원이 공개한 DLF 분쟁조정 신청 주요사례를 보면 1분간의 전화통화로 1등급 위험상품인 DLF를 판매한 사례가 있었다. 은행 직원의 권유에 믿고 가입한 고객에게 남는 건 60.1% 손실이었다.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는 중간검사 결과 20%(잠정치) 내외로 나왔다. 이번 문제가 된 DLF를 주로 판매한 우리·하나은행의 판매서류 3954건을 전수 점검한 결과다.

◇ 금감원 “은행 잘못…우리·하나銀 추가 검사”

금감원은 우리,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 상품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중간 검사 결과 파악된 내용들에 대해 추가로 사실관계를 확정할 부분이 있어서다. 하지만 중간 검사 결과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앞으로 손해배상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 여부와 배상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

DLF·DLS 상품 피해자의 눈물<YONHAP NO-2704>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우리, 하나 은행 파생결합상품인 DLF·DLS 상품 피해에 대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 및 호소문 발표’에서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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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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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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