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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질투의 화신

입력 2019-11-14 14:25 | 신문게재 2019-11-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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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연예계가 충격에 빠졌다. 그녀의 죽음을 촉발한 것은 무엇보다 악성 댓글의 영향이 컸다. 악성 댓글을 쓰는 사람들의 심리는 자신들의 처지와 대상자 간의 비교 심리가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질투에 기인한다. 질투는 인간의 감정 가운데서 가장 보편적이고 뿌리 깊은 격정이다.

평범하고 점잖은 여성들 사이에서 질투는 폭발적 역할을 한다. 만일 당신이 지하철에 앉아 있는데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성이 객차 안을 지나가고 있다면 당장 주변 여성의 눈을 살펴보라. 비교 대상인 여성보다 더 잘 차려입은 여성이라면 예외가 되겠지만 거의 모든 여성들이 그 여성을 적의에 찬 시선으로 쏘아보며 그 여자의 품위를 깎아내릴 만한 구실을 찾으려고 애쓴다. 외모뿐 아니라 고상한 도덕관도 질투의 대상이 된다. 고상한 도덕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기회를 가진 여성들은 질투의 대상이 되고 이런 죄를 처벌하는 것은 덕행으로 간주된다.

놀라운 일은 질투의 대상이 반드시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5년 영국 ‘데일리 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의 27세 남성 마우리시오 갈디가 여덟 번에 걸친 성형수술을 통해 ‘켄’인형과 닮은꼴이 됐다. 그가 17세가 되던 해에 본인의 외모가 결코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바비인형의 아름다운 외모를 질투한 후 성형수술을 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바비인형처럼 됐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외모에 대한 욕망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인형의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질투심이 강한 사람은 마음속에서부터 질투심이 뻗어 나와 항상 추구할 대상을 찾아내기 때문에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다. 특히 연예인을 향한 악성 댓글은 질투를 넘어 욕망으로 변질되어 종종 위험 수위를 넘어선다. 악플 대 선플 비율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악플은 일본의 4배, 네덜란드의 9배에 달한다.

질투는 평범한 인간 본성이 가진 여러 가지 특징 중 가장 불행한 것이다. 질투가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불행을 안기고 싶어하고 또 처벌을 받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을 때는 반드시 행동으로 옮긴다. 결국 질투하는 자신 역시 불행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질투심을 치료하는 방법은 없을까? 매사에 비교하는 습관을 없애야 한다. 즐거운 일이 생기면 그 일 자체를 충분히 즐겨야지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에 비교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질투심이 많은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내 애인은 사랑스러워, 나는 그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자도 나를 사랑하지.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은 틀림없이 더 우아했을 거야. 아, 내게 영화 속 여배우와 사랑을 누리는 행운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비교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어리석은 짓이다. 자신의 애인에게 만족하는 못하는 원인이 엘리자베스에 있든, 영화 속 여배우에 있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 엘리자베스나 여배우 모두 허망한 것은 마찬가지다. 현명한 사람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 때문에 자신의 즐거움을 망치지 않는다. 공작새는 다른 공작새의 꼬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공작새들은 저마다 자기 꼬리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자신의 가치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질투의 대상이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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