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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국가지배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입력 2021-03-2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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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의 투기 의혹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4일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부동산 투기에 나선 공무원, LH 직원, 시도의원, 국회의원 등 398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책임자에서 실무자까지, 그리고 그것을 관리해야 하는 국회의원도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정보가 흐르는 곳에는 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있었던 셈이다.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믿기 어렵다.

국가지배구조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합리적인 정책이 마련되고 이 정책의 문제점들이 의회에 의해 제어되고, 그리고 범죄가 발생하면 이를 처벌하는 조직적인 시스템이다. 이번 LH 사건은 불합리한 부동산 정책 자체의 실패, 이를 수행하는 조직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이 정책의 견제할 의무가 있는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관리 부서 및 국회의 무능과 부도덕성을 드러낸 사건이다 .

LH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부동산 매집에 나선 시점이 2018년부터라고 한다. 그동안 범죄행위가 발각되지 않고 진행됐다는 점에서 국가지배구조가 무너졌음을 알 수 있다.

국가지배구조의 붕괴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대통령의 소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청와대의 친인척에 대한 문제를 검토하는 특별감찰관은 아직도 공석이다. 조금 좀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대통령의 친인척들에 대한 구설이 들린다. 각종 특혜의혹이지만 시원한 해명은 없었다.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지라도 객관적으로 이를 입증하는 시스템이 없다. 본인들도 답답하겠지만 시스템의 부재로 의혹은 더 커진다. 대통령의 일방적 자신감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로 확대된다.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관이다. 행정부는 국회의 질문에 답변할 의무가 있다. 청와대 직원이 국정을 논하는 국회에서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회가 자신의 의무를 수행할 수 없는 기관이 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견제가 없는 일방적 행정은 이제 조직 내부로 퍼져간다.

문재인 정부를 대표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은 3년 6개월이나 재임하면서 수많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국민에게 집 걱정만 안겼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일방적 인식은 돋보였다. 부동산 문제를 오로지 투기 세력의 문제로 국한해서 정책을 입안한 집념은 용감했다. 투기 세력을 잡으려면 자신의 조직 내에 존재하는 투기 문제부터 점검했으며 조금은 나은 성과가 있었을 것 같다 .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특혜의혹 등 갖가지 의혹이 세상에 퍼지고, 관련자가 기소돼도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고개 빳빳하게 들고 인사권을 휘두른다. 법무부 장관은 그야말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수사지휘권자의 수사지휘를 배제하는 조치는 이미 무너진 국가지배구조의 일면을 보여줬다. 검찰총장의 독립성은 내부통제의 핵심적 사항이다. 내부통제를 잃어버렸다면 이미 지배구조는 무너져 내렸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판단일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와 공수처 설치는 행정부의 자의적 국정 운영의 틀을 형성했다. 국가지배구조의 완전한 종식을 의미한다. 한 기관이 수사와 수사종결권을 갖는다는 것은 통제받지 않는 기관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다. 경찰이 행정안전부의 통제를 받는다면 권력에 의해 수사가 종결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 검찰총장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경찰의 수사를 지휘한다면 권력의 견제와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경찰에 의해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검찰의 불합리한 조치는 경찰에 의해 견제될 수 있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이러한 상호 견제 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권력에 의한 자의적 지배가 가능해졌다. 더욱이 공수처는 권력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수단이다. 이제 권력형 비리가 발생해도 이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기능이 사라졌다.

이번 사건으로 공공의 민낯이 드러났다. 규제와 처벌로 경제활동을 틀어쥐고 공공이란 이름으로 사익을 추구했다. 몇몇 공직자 처벌로 끝낼 일이 아니다. 조직적인 공공의 범죄다. 공공을 통제할 국가지배구조의 재건이 필요하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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