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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택배 파업도, 파업 피해도 '빈익빈부익부'

입력 2021-06-15 14:19 | 신문게재 2021-06-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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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생활경제부장
택배노조 파업이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일부 지역에서 ‘택배 대란’이 현실화 되고 있다.
 
우체국은 이미 지난 11일부터는 모바일 인터넷과 콜센터 등을 통한 방문택배(국내 택배·EMS) 접수를 중단했으며, 계약택배의 경우 냉동·냉장 등 신선식품 접수를 중단한 상태다. 우체국은 파업에 참여한 위탁택배원 대신 일반 우편물·등기·소포를 배달하는 집배원들을 투입해 배송에 나서고 있다.

민간 택배사들은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송장 출력 제한, 집화 중단 등 조치에 나섰다. 한진택배는 울산과 경기 성남·광주, 경남 거제, 전북 군산과 정읍 등지에서, 롯데택배는 울산과 경남 창원, 서울 은평구, 경기 이천시 등지에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창원과 울산, 경기 성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파업 영향을 받고 있다. 같은 지역이라도 대리점별로 소속 택배기사의 파업 참가 여부에 따라 배송 상황이 다르다는 게 택배사들의 설명이다. 

편의점 GS25는 경기 성남과 이천, 강원도 춘천 지역의 택배 수거와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그런데 택배파업으로 배송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종로와 중구, 강남,서초, 성동, 마포와 같이 서울의 중심지역이나 수도권 신도시들은 빠져있고 지방이나 서울과 수도권 외곽지역이 주로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택배 종사자들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번 택배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택배기사는 “강남, 종로 등 사무실 밀집지역이나 서울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를 같은 알짜 지역을 확보한 택배기사들은 7시 출근해서 4시 퇴근하며 월 수입이 1000만원이 육박하는 데 뭐가 아쉬워서 파업을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지방에서 상대적으로 넓은 지역을 담당하는 기사들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끼니도 거르며 12시간 가까이 일해도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500만원 남짓한데 그나마 차보험료, 할부금, 기름값, 부가세와 각종 소모품비 빼면 월 수입이 300만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말한다. 

게다가 담당지역이 넓으면 넓을 수록 기름값 등이 더 많이 나가니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택배기사일 수록 비용은 더 든다는 것이다. 

서울보다 지방에서 훨씬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우체국 택배기사들의 파업 참여율이 높은 것도 이같은 이유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파업에 참가하는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그런 지역의 택배기사들”이라며 “그들에게는 10년 넘게 그대로인 택배수수료를 몇 십원 올리는 게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인구가 밀집한 도심이나 신도시 지역은 택배파업에 따른 배송 지연이 없는 반면 지방이나 도심 외곽지역일 수록 택배 파업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택배대리점 관계자는 “사실 택배분류문제나 출근시간 같은 것은 이번 택배파업의 일면일 뿐”이라며 “지방의 택배단가를 현실화한다든지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지방이나 인구밀도가 떨어진 곳에 살면 택배비를 더 내야 한다는 이 말을 들으니 사람들이 왜 꾸역꾸역 서울과 수도권으로 밀려드는지 알 듯도 싶었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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