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모호한 단어들의 투자위험

입력 2022-05-29 16:00 | 신문게재 2022-05-30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20427010006902_1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어차피 투자는 미래의 가치를 상상해 오늘의 지분을 사는 일이다. 그만큼 막연하고, 일단은 관념과 허상의 가치를 기대의 대상으로 한다. 분석가들은 기업의 미래이익을 추정(estimated)하거나, 기대(expected)한다고 하고, 예측이 잘못되면 미스(miss)했다고 한다. 심지어 미래사업 이익을 설정(projected)해 투자에 반영하기도 한다. 

 

 

그래서 투자시장은 주식이든 주택이든 갈수록 투자자 사이에서 수사(rhetoric)되는 말들이 드라마틱하고 판타지를 연상하는 말들의 아우라(aura)를 활용하며 공연히 들썩이게 하는 단어들이 무책임하게 나돈다. 

 

여기에 더 거품을 얹는 증권시장 주변의 거간꾼들이나 SNS상의 라우드 크라이어(loud drier)들이 주식이나 주택의 투자시장에는 아주 많다. 요즘은 이런 류의 일을 업으로 삼아 유튜브나 팟케스트를 기업형으로 도전하는 일단의 정보사업자들도 있다. 얼마 전 그 중 하나는 대선 정국에 끼어들어 세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심지어 매스미디어조차 요즘은 슬그머니 이런 기류의 잡음도우미로 끼어들기도 한다. 참 걱정되는 소통세상의 편린이다. 순진한 투자자들은 이런 난기류에서 시장의 투자모드(mode)를 찾아보려 하지만, 곧잘 이런 탁류 같이 호도하는 투기무드(mood)에 빠지기 쉽다. 

 

끊이지 않는 투자시장의 정보 호사가(nosy parker)들은 오늘도  어느 시장의 나변에서 투자자들을 매일 부추기고 언제나 들뜨게 하거나 코너로 몰아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자기 장사속이다. 물론 때론 가공의 공포도 소란상품(noise goods)으로 끼워서 판다. 이런 호사가들이 쓰는 언어의 수단은 근사하고 거부하기 어려운 가치미학적 레토릭들이거나, 단호하고 추상같은 언어단두대들이 대부분이다. 

 

투자분석가로서 가장 경계하며 관찰하는 정보기류들이 바로 모호한 단어들이 무시로 묘사되는 증시의 현실들이다. 그 중에 사회, 소셜이란 단어는 정말 근사하고 따뜻하지만 그 회계적 가치성은 모호하다. 그 자체로 선하고 맑은 상상을 주는 인문언어의 마력이 있지만, 회계가치성에서는 다른 얼굴이 담겨 있다. 

 

미디어란 단어도 그렇고, 커머스도 그렇고, 컨텐츠란 단어도 그렇고, 마켓플레이스란 단어도 소셜이란 이 글자와 만나면 회계모호성을 더 키우는 것 들 중의 하나이다. 벤쳐란 단어도 그렇고, 인큐베이터란 단어도 그런 범주에 드는 신종 문명의 상업언어들이다. 그런데 이 단어들이 바로 여기에 소셜을 붙이면 더 매혹미가 있다.

 

2022년 5월에 소셜 미디어업계가 발칵 뒤집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소셜 커머스가 당연히 연동되고 소셜 벤쳐도 관련성을 지닌다. 페이스북이 오래 전에 이미 난관의 신호를 보내긴 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소셜미디어로 성장한 비지니스 모델들이 위기를 만나고 있다. 트윗트, 스냅챕 등이 지금 미국증시에 근심덩어리가 되고 있다. 스냅이란 회사는 5월 중 하루에 주가가 3분의 1이 사라졌다. 

 

우리도 안정권에 있는 네이버조차 고점 대비주가 하락이 큰 편이고, 카카오도 지난해 시가총액 경사가 이젠 지나간 무지개처럼 기억이 바랜다. 우리 영화 ‘오징어’도 고맙게 잘 키워주었지만, 한때 영화판을 뒤집을 것 같던 넷플릭스도 요즘 주가가 벼랑에 있다. 이들이 주로 소셜과 미디어와 마켓플레이스가 융합된 비지니스 모델들이다. 여기에 결제서비스들이 거들고 있고, 그 언저리를 가상화폐도 기웃거리는 중이다.

 

그런데 러시아발의 무도한 전쟁으로 세계상황이 리얼과 실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연일 놀랍게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급등하는 것도 그 탓이다. 그런데 무슨 수평적 접속경제에 힘이 붙겠는가. 정보와 소통과 유통과 판매와 소비와 물류는 수평적 연결비지니스이다. 그 뒤에는 저장과 이동의 비용이 있고 특히 커질수록 장소의 이동이 넓게 퍼진다. 그 비용이 눈물만큼만 올라도 이들의 수익은 즉결심판대에 오른다.

 

장소를 특정하고, 단골소비자도 이해하고, 판매관리와 재고도 잘 규격화된 타켓이란 미국 유명 소매점포회사가 이 와중에 수익이 내려가 역시 5월 중에 주가가 단숨에 250달러에서 150달러로 급락했다. 이처럼 사회, 즉 소셜이 붙는 사업들은 소마진 대범위의 망사업(net commerce)이기 때문에 작은 비용의 충격도 견디기 어렵다. 

 

이건 사회적 용어의 특징이다. 교육도, 복지도, 문화도 사회가치와 연동하면 낮은 수익과 넓은 범위에 걸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개는 공공과 정부가 담당을 한다.

 

스마트기술이 나오면서 소셜비지니스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실물의 공세가 파상적인 이 시점에서 소셜비지니스는 이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 더 강해지고 현명해지는 비즈니스 모델들의 진화가 나오긴 하겠지만, 현재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소셜비지니스들은 상당한 시간동안 신중한 스탠스를 권하고 싶다. 이런 사업들은 취지는 좋은데 늘 수지가 문제다.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