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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딥 차이나> 박승찬

입력 2022-08-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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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GDP가 미국의 75%를 넘어 G2 국가로 우뚝 선 나라, 세계 GDP 비중 18%에 세계경제 기여도 25%인 나라, 중국. 하지만 우리는 중국에 대해 속속들히 알지는 못한다. 시중에 중국에 관한 책은 많지만 대부분 겉핥기 식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다년 간 중국을 경험했던 저자의 현지 경험을 기초로 이론적 토대가 뒷받침된 50개의 실질적인 사례가 돋보인다. 최근 나온 중국 소개서 가운데 단연 최고다. 

 

 

* 중화사상과 ‘레드라인’ 이해해야 - 저자는 중화민족 우월주의에 기초한 ‘중화사상’의 속내에는 불안감과 자부심이 공존하다고 말한다. 그들의 이른바 ‘문화공정’은 중화민족의 우월성 고취와 외부세력으로부터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강한 불안감을 함께 대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인과 비즈니스할 때는 이런 중화사상에 입각한 문화적 우월감을 명심할 것을 조언한다. 타이완과 홍콩, 소수민족 문제 같은 체제 분열과 독립 등 정치적 이슈에 감춰진 그들의 속내와 알레르기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 맹목적 애국주의 ‘샤오펀홍’과 ‘우마오당’ -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기업과 단체에 맹목적으로 온라인 공격을 펼침으로써, 중국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단체가 바로 ‘샤오펀홍(小紛紅)’이다. 18~24세 여성으로 구성된 단체인데, 회원수가 무려 2000만 명에 달한다. 중국 공산당의 댓글 부대로 중국 민족주의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우마오당(五毛黨)도 있다. 댓글 하나에 0.5위안, 즉 5마오를 지급한다고 해 이렇게 불린다. 이들 역시 인터넷상에서 중국 정책을 적극 옹호하고 중국에 비판적인 의견에 무차별적 공격을 퍼붓는다.

 

* 광고에 실패한 도요타와 나이키 - 일본 도요타는 2003년 중국에 신차를 선보이면서 사자상이 신차에 거수경례하는 포스터를 제작했다. ‘패도(覇道),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슬로건까지 달았다. 일본의 과거 패권주의를 떠올리게 한 것도 문제지만, 사자상이 중국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광고 포스터를 모두 회수하고 차종 이름까지 바꿔야 했다. 나이키는 전체 매출의 25%를 올리던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다 중국 10대를 겨냥해 준비했던 TV 광고 ‘쿵푸더우스’로 곤욕을 치렀다. 이소룡의 유작 ‘사망탑’ 스토리를 차용하고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를 섭외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층마다 주인공에 맞서는 상대가 대부분 중국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문화 콘텐츠였다. 중국 비하라는 비판에 방영은 금지되었고 나이키는 공식 사과 성명을 내야만 했다.

 

* 신분을 상징하는 선물 - 중국에서 선물은 관심과 관시(關係)의 중요한 표현수단이자, 선물하는 이의 신분적 상징성까지 내포한다. 하지만 과도한 선물은 그에 상응하는 청탁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역효과가 나니 주의해야 한다.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 선물은 금물이다. 괘종시계나 탁상시계는 ‘(삶이) 끝난다’는 종(鐘)자가 있어 터부시 된다. 한중 교류를 기념한다며 에밀레종을 선물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과일 중 배는 연인이나 부부에게 금기다. 한자 리(梨)가 이별을 뜻하는  리(離)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귤(쥐쯔, 橘子)는 좋은 선물이다. 길(吉)하다는 뜻의 지리(吉利)의 첫 글자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 ‘해음(諧音) 문화’ 이해해야 - 한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은 것을 해음(諧音) 현상이라고 한다. 폭죽의 중국어 발음은 ‘바오주’인데 복(福)을 알린다는 뜻의 바오주가 연상되어 인기다. 결혼 연회식에선 파가 들어간 음식을 피한다. 파를 총(蔥)이라고 하는데, 충돌하다는 뜻의 총(沖)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도마뱀을 형상화한 장식이나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많은데, 비후(壁虎)라는 발음이 ‘비호하고 보호하다’는 단어로 같은 발음이다. 박쥐도 중국에선 길한 존재다. 발음 ‘비옌푸’의 ‘푸’가 복(福)을 의미하는 ‘푸’와 같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마쯔다 자동차는 일본식 한자 회사명인 ‘마츠다(松田)’을 그대로 썼다가 낭패를 보았다. 쏭티엔이라는 발음이 ‘저 세상으로 보낸다’는 쏭티엔(送天)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마쯔다’로 바꿔야 했다. 두산(斗山)의 ‘두’도 싸운다는 투(鬪)의 간자체자로, 두 가지 성조로 발음될 경우 다툰다는 뜻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발음에 유의한다.

 

*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2,6,8,9 - ‘8(바)’은 ‘돈을 번다’는 광동식 발음 ‘파차이’의 ‘파’와 발음이 비슷해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숫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8월 8일 저녁 8시 8분 8초에 시작했을 정도다. 2010년 쓰촨성 전화국 경매에서 전화번호 888-8888은 한화 약 4억 원에 항공회사에 낙찰됐다. 중국인들은 2,6,9도 좋아한다. 2(얼)은 짝을 이뤄 화합한다는 뜻이 담겼다. 6(리우)은 순조롭게 잘 풀린다는 뜻의 ‘이루순펑’의 ‘루(路)’와 빌음이 비슷해 사랑받는다. 9(지우)는 완벽함을 상징하는데다 장수한다는 뜻의 ‘지우’와 발음이 같다. 반면 중국인들이 피하는 숫자는 3,4,7이다. 3(싼)은 흩어진다는 ‘싼(散)’과 발음이 같다. ‘쓰’로 발음되는 4는 죽을 사(死)와 성조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다. 14(야오쓰)와 714(치야오쓰)는 ‘죽겠다’,‘나가 죽어라’는 뜻의 말과 발음이 유사해 상대방 공격에 활용되곤 한다. 행운의 숫자 7도 중국에선 금기다. 장례나 제사와 연관이 많은 숫자라는 이유에서다.

 

* 붉은 색과 황금색으로 마케팅하라 -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붉은색은 행운과 복, 경사를 상징한다. 붉은 색이나 자주색 옷은 옛부터 고위직을 상징해 출세를 뜻하기도 한다. 붉은색은 또 피와 색깔이 같아 악귀를 쫒는다는 의미도 있다. 베이징의 자금성이 온통 붉은색인 이유다. 중국 1000대 기업 중 30% 가량이 CI에 붉은색을 사용한다. 오리온의 초코파이도 처음에는 파란색 포장이던 것을 붉은색으로 바꿔 진출했다. 황금색은 고귀함과 부를 상징한다. 청나라 때 황제만 황금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선물할 때 황금색 포장지를 쓰면 환영받는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후’도 왕후를 상징하는 네이밍과 용기와 뚜껑까지 모두 황금색 디자인한 것이 적중한 사례다. 

 

* 중국의 암묵적 규칙 ‘치엔구이저’ - 저자는 “성공적인 중국 사업과 중국인과의 소통의 출발은 ‘치엔구이저’를 어떻게 이해하고 내재화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치엔구이저는 암묵적 규칙(invisible rules)으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중국만의 비공식적 규제를 말한다. 중국은 업종별 지역별로 치엔구이저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직함에 부(副)자가 없다는 것이다. 명함에는 인쇄되어 있지만 부를 때는 사장, 회장이라 부른다. 중국 사람들은 미옌쯔(面子), 즉 체면을 각별하게 생각한다. 중국 욕 가운데 ‘거북이와 자라의 알’이라는 뜻의 ‘왕바단( 王八蛋)’이 있는데, ‘여덟 가지 덕목을 잊어버린, 인성이 없는 자식’이라는 의미다. 체면을 지켜주는 암묵적 규칙을 반드시 따르라는 의미다. 

 

* 너무 다른 중국 남방과 북방 - 저자는 중국을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접근하면 중국이 보이지 않는다며, 보다 세분화해 줄 것을 권한다. 남방이냐 북방이냐에 따라 비즈니스 방법과 형태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중국을 남방과 북방으로 구분하는 공식적인 경계는 1908년 중국지리학회가 정한 친링산맥과 화이허강이다. 남방과 북방은 기후부터 다르다. 남방은 여름이 비교적 길고 습하며, 겨울은 따뜻하고 아열대기후다. 북방은 4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건조한 남온대 특징을 가진다. 음식문화도 다르다. 물이 많은 남방은 논농사, 추운 북방은 밭농사가 발달했다. 자연스럽게 쌀과 밀이 각자 주식이 되었다. 국내 전기밥솥 회사인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은 남방과 북방의 이런 특성을 고려한 기능 차별화로 성공 스토리를 일궈냈다. 남방에는 밥하는 기능을 더 보강하고, 북방에는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무술도 다르다. 남방 무술은 주로 주먹을 쓰는 동작이 많은 반면 북방무술은 발과 다리를 많이 쓴다. 기골이 장대하고 손과 발이 긴 북방, 체격이 왜소했던 남방 민족의 신체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 하나지만 실제는 5개인 중국 타임존 - 중국은 러시아와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4위 면적을 가진 나라다. 공식적으로 세계 협정시(UTC)에 8시간을 더한 타임존을 표준시로 쓴다. 하지만 실제 중국의 타임존은 ‘동오구’부터 ‘동구구’까지 5개에 이른다. 서쪽으로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서남부 및 티베트 서북부의 ‘동오구’부터 동쪽으로는 헤이룽장성 동부 및 지린성 동부의 ‘동구구’까지다. 북한과 인접한 동구구는 우리 시간대인 UTC+9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서쪽 티베트에 소재한 라싸의 실제 시간대는 UTC+6, 동경 75도인 카슈가르의 실제 시간대는 UTC+5에 가깝다.

 

* 지역 시장의 기후 특징부터 알아야 - 중국은 방대한 영토 탓에 적도대, 열대, 아열대, 난온대, 온대, 한대 등 6개 온도대가 존재한다. 남방과 북방의 기온 차가 매우 크다. 이런 기후 차이를 몰라 초기에 실패한 기업들이 많다. 오리온도 예외가 아니다. 1995년 평택항을 출발해 중국 남부 푸젠성으로 수출했던 초코파이가 더위에 변질되는 바람에 10만 개가 넘는 제품을 모두 소각처리해야 했다. 이후 오리온은 오랜 연구개발 끝에 포장 재질을 내열성이 강화된 필름 타입으로 바꾸었다. 최적 수분 함량 13%도 찾아냈다. 덕분에  방부제와 알코올을 전혀 쓰지 않고도 영하 35도의 흑룡강에서부터 영상 35도가 넘는 원난성에 이르기까지 6개월 넘게 품질과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 중국과 동남아 경제 쥐락 펴락 ‘3대 상방’ - 16세기 명나라 때부터 ‘상방’이라는 지역상인들이 발흥했다. 전통적인 중국 10대 상방으로 ‘3대 북방상방과 7대 남방상방’으로 구분됐다가 최근 차오상 저상 민상의 3대 상방이 자리잡았다. 광둥성 일대를 근거로 하는 ‘차오상’은 동방의 유태인들로 불린다. 텐센트 CEO 마화텅, 홍콩 최고 갑부 리자청을 비롯해 태국 기업인 절반 이상이 이곳 소속이다. ‘저상’은 중국에서 ‘제일 상방’으로 불린다. 저장성 연해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 완상그룹 루관치우 회장 등을 배출했다. 현금 보유력 면에서 최고라 중국 산업계 영향력이 가장 크다. 푸젠성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상’은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세력을 확장해 왔다. 동남아 비중은 세 상방 중 가장 높다. 함께 성장하는 ‘바오퇀 경영’ 모델로 유명하다. 샹그리라 호텔 체인 등을 운영 중인 곽씨그룹 로버트 곽 회장, 자동차유리 대왕으로 알려진 유리공업그룹 차오더왕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 8대 권역별 시장 공략 필수 - 저자는 중국을 시장 특징에 따라 8대 권역으로 나눠 공략할 것을 권한다. 동북지역은 동북 3성이다.  최근에는 다렌지역이 내수 생산기지로 부각되면서 주변의 잉커우나 단둥지역 진출기업이 늘고 있다. 북부연해지역은 베이징과 산둥성 칭다오의 2개 핵심지역을 품는다. 한중일 무역투자협력 선행지역으로 지정된 옌타이가 주목을 끈다. 동부연해지역은 창강삼각주 경제권으로 불리는 중국 소비시장의 핵심 거점이다. 1인당 GDP 2만 달러 이상의 31개 도시 중 10곳이 집중해 있다. 남부 연해시장은 광동성 광저우와 홍콩을 잇는 첨단제조가공과 소비유통의 핵심지역이다. 황하중류 시장에서는 최근 인구 1억 명 허난성의 정저우가 대표적 내륙시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후난성 후베이성 인후이성 장시성 등 2억 5000만 인구의 창장중류 지역에서는 철강과 자동차, 광(光)산업의 메카로 부상한 우한이 핵심지역이다. 서남지역도 쓰촨성 충칭 원난성 등 5개 지역 인구 2억 5000만의 주요 내륙시장이다. 빅데이터센터 유치 등에 적극적인 구이저우성, 유럽 IT 수출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충칭이 대표 경제권이다. 서북지역은 간쑤성과 분리독립을 외치는 티베트·신장웨이우얼 등으로 구성된 소수민족 지역이다. 중국 전체면적의 40%지만 인구는 6300만으로 2.3% 정도다.

 

* 아줌마부대 ‘라마’와 ‘다마’를 잡아라 - 중국 소비시장에서 ‘아줌마 부대’의 위력은 대단하다. 크게 젊은 ‘라마족’과 중년의 ‘다마족’으로 대표된다. 라마족은 1980~1990년대에 태어난 일정 경제력을 갖춘 신세대 엄마들을 통칭한다. ‘미시족’과 가깝다. ‘라마’는 맵다는 뜻의 라(辣)와 ‘엄마’라는 뜻의 마(女+馬)가 합쳐진 신조어다. ‘매운 엄마’라는 뜻이다. 한 때 홍콩과 캐나다에서 아이 분유를 집단 싹쓸이했던 강력한 소비층이다. 다마족은 1940~1950년대 생으로 라마 족의 엄마 뻘이다. 크다는 뜻의 다마(大)에서 알 수 있듯이 ‘큰 손’ 들이다. ‘다마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축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치품과 주택 등을 대거 사들인 이들이다. 특히 중국 금 보유량의 대부분이 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로 금 사재기는 유명하다.

 

* 급부상하는 ‘남성경제’ - 여성의 파워가 센 중국에서도 최근에 남성경제가 꿈틀대고 있다. 외모 중심의 소비활동에 따른 경제효과를 의미하는 ‘얀즈(顔値)경제’가 급성장하면서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주링허우’ 남성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특히 남성 뷰티 시장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남성 화장품시장은 2023년에 3조 5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2019~2020년 남성 성형수술 환자 수도 매년 50% 이상씩 증가 추세다. 행동이나 성격이 여성을 닮은 ‘낭파오’들이 늘면서 이른바 ‘예쁜 남자’에 대한 혐오감이 일부에서 일고 있지만, 이들이 중국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 란런경제, 중차오경제, 야간경제 - 란런(懶人)은 ‘게으른 사람’을 말한다. ‘란런경제’란 2010년부터 등장한 소비 트렌드로, 게으른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상품이나 서비스 산업을 의미한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급성장하면서 ‘란런방’이라는 대행서비스 제공 모바일앱이나 청소대행업체 등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세에 2000년에는 시장 규모가 200억 위안(3조 4000억원)을 넘어섰다. ‘중차오경제’는 왕홍 등 영향력 큰 소비자들이 상품을 추천해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경제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고 있는 ‘야간경제’도 침체된 중국 내수시장의 구세주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여행 쇼핑 헬스 문화 요식업 중심의 현대화된 소비 서비스가 확산 일로에 있다. 최근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서는 24시간 오픈 경제 개념이 생기면 내수 소비시장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온·오프라인이 통합되면서 야간경제 소비주체인 2030 세대가 중국 내수시장의 최대 주력군으로 자리잡고 있다.

 

* 4억 명의 싱글족들 - 최근 중국에서는 독신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2022년에 1억 명을 넘어선 1인 가구가 향후 10년 내 4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싱글족 대변혁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50%대의 급격한 이혼율 증가, 남겨진 여자라는 뜻의 ‘성뉘’라는 신조어로 대표되는 고학력 골드미스의 ‘비혼’ 확산세, 그리고 막중한 혼수 부담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남성이 늘면서 생겨난 새로운 트랜드다. ‘1자녀 산아 제한’ 기준을 어기고 불법 출생한 호적없는 아이들 ‘헤이하이쯔’의 천국이던 중국이 이제는 인구 감소를 우려할 상황이다. 급격한 인구 감소에 직면하자 중국 정부는 2021년 5월에 ‘1가정 자녀 허용’ 정책을 발표했다. 남성의 정관수술도 정부가 통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면 3자녀 허용 정책도 곧 폐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MZ세대와 ‘궈차오 열풍’ -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는 ‘애국 소비’를 뜻하는 ‘궈차오(國潮) 열풍’이 거세다. 저자는 이를 중국의 2030 세대들이 시진핑 정부를 적극 지지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매년 임금이 10% 전후로 향상되고 있다. 코로나에도 국유·민영 기업 모두 7%대 임금인상률을 기록 중이다. 과로사회, 번 아웃을 의미하는 네이쥐안, 쉬운 성과에 만족하고 적당히 살자는 ‘탕핑’ 같은 신조어가 말해주는 고학력 젊은 세대는 자신의 고달픈 삶을 정부가 살펴주고 있다고 믿는다. 2016년에 1990년대 생 3명의 여성이 창업한 ‘라몐숴’가 이런 MZ 세대를 공략해 성공한 대표 사례다. 그냥 먹는 라면이 아닌, 힘든 젊은 세대를 위로하는 휴식처라는 이미지로 젊은 소비층을 공략한 덕분에 중국 라면시장의 신흥강자로 우뚝 섰다. 콘크리트와 바닥만 있는 주택 ‘마오피팡’은 젊은 세대의 기호를 제대로 공략했다. 기존 주택보다 훨씬 싼데다 자기 기호대로 인테리어를 꾸밀 수 있어 큰 인기다.

 

* ‘중국어 함정’에 빠지지 말라 - 중국 사업은 계약에서 시작해 계약으로 끝난다. 가능한 모든 것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는 뜻이다. 옌지우옌지우(硏究硏究)란 “연구 검토해보겠다”는 긍정적 의미지만,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이 상대 앞에서 불가능하다는 표현을 간접적으로 밝히는 표현이다. ‘하이커이’라는 말도 사전적 의미는 ‘그럭저럭 괜찮다’는 뜻인데 중국에선 부정에 좀 더 가까운 표현이다. ‘짜이쉬(再說)’도 ‘다시 논의하자’는 원래 뜻과 달리 ‘협상을 더 이상 계속할 뜻이 없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중국어 문장 부호도 잘못 이해할 경우 낭패보기 쉽다. 우리말이나 영어에 없는 ‘、’로 표기되는 ‘둔하오’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 우리말의 쉼표 ‘,’와 다르다. 계약서에 찍힌 둔하오를 and냐 or냐 잘못 해석하는 바람에 거액을 배상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 중문 브랜드 네이밍의 중요성 - 중국인들은 중국어로 된 브랜드명을 선호한다. 하지만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쉽고, 제품과 연관성이 있으며,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되지 않는 네이밍이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인들은 기억하기 좋은 전파력 강한 브랜드의 중문 별명을 하위 개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 한다. 공유자전거 선두주자인 오포의 별명은 ‘작은 노란 자동차’라는 뜻의 ‘샤오황처(小黃車)’이다. 아우디 자동차도 중국에서는 조명 공장을 뜻하는 ‘덩창’으로 더 알려져 있다. 폭스바겐의 라만도 모델도 중국에선 ‘매운 만두’를 뜻하는 ‘라만터우’란 애칭으로 불린다. BMW의 중문 네이밍은 ‘바오마’다. 하지만 중국인에게는 ‘나를 만지지 마세요’라는 뜻의 ‘비에모위’가 더 인기다. 럭셔리한 이미지에 친근함을 주기 때문이다. 

 

* 전문 기업사냥꾼을 조심하라 - 중국 광고법에 따르면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는 세계급, 국가급, 최고의, 유일한 같은 표현은 제한받는다. 규정을 위반하며 광고요금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받는다. 하위법인 ‘인터넷광고 잠정관리방법’에서는 허위 혹은 과장된 온라인광고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2020년 기준으로 인터넷광고 위반 사례가 1만 건을 넘어 매년 증가 추세다. 법을 악용해 외국계 소비재 유통기업에게 소비자 투서를 전문적으로 하는 파파라치 기업들이 성행한다. 인터넷광고 위반 사례의 절반 이상이 이들에 의한 것이다. 최근 들어선 더욱 조직화, 기업화하고 있다. 세부 업종별로 특화된 파파라치 기업들이 생겨날 정도다. 외국산 화장품 기업을 노리는 화파라치, 외국 신선가공식품만 노려 10배 이상을 보상받는 식파라치 등이 있다. 

 

* 제2, 제3의 왕하이 신드롬 -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까지 ‘왕하이(王海) 신드롬’이 중국 사회를 강타했다. 왕하이는 중국에서 제1의 짝퉁 사냥꾼 혹은 모조품 퇴치의 선봉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은 선글라스와 가죽 재킷을 입고 모조품 판매 상점이나 쇼핑센터를 찾아 문제 있는 제품을 일부러 구매한 후, 관련 법규의 ‘가짜 불량제품을 팔 경우 환불 및 배상한다’는 규정을 이용해 높은 배상금을 요구하는 식이다. 왕하이는 이런 가짜단속 활동으로 매년 100만 위안(약 1억 8000만원) 이상씩, 지금까지 수천만 위안을 벌어 들였다. 이후 중국에선 제2, 제3의 왕하이가 계속 나오고 있다.

 

* ‘한류’ 악용한 짝퉁을 막아라 - 최근 한류를 활용한 짝퉁 마케팅이 심각하다. 상하이 소재 중국기업이 만든 짝퉁 생활용품 브랜드 ‘무무소(MUMUSO)’ 매장에서 판매되는 2500여 개 제품의 90% 이상은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다. 일라후이, 미니굿 등 짝퉁 한류를 활용해 제2국 시장에서 돈을 버는 중국계 브랜드가 속출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 해관을 이용해 글로벌 짝퉁을 막는 방법을 조언한다. 중국 해관 시스템에 등록하면 수출입 관리가 이뤄져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타오바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개인 또는 기업 명의로 모두 입점이 가능하며 최근 엄격한 짝퉁 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도움이 된다고 한다.

 

* 중국 시장은 한국기업의 무덤? - 저자는 우리가 중국에 대해 많은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사드 사태 때를 떠올리며 정책의 불확실성과 비즈니스 환경의 불투명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저자는 하지만 한국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롯데마트의 중국사업 철수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기아자동차나 삼성 스마트폰의 점유율 하락까지 모두 사드 탓으로 돌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차의 경우 시장 포지셔닝이 모호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중국이 전폭적인 기업 지원을 통해 ‘산업굴기’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에서 번 이익금을 한국으로 가져갈 수 없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년 회계연도 결손이 없고, 미지급된 법정납부금이나 위약금 체납금 등이 없으며, 기업소득세 등 해당 세금을 납부하고 3대 유보기금(회사적립기금, 노동자 장려 및 복지기금, 기업발전기금)을 적립하고 남은 이익금은 이사회 동의를 거쳐 과실송금할 수 있다고 한다. 합법적으로 번 돈은 합법적인 규정에 따라 자국 송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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