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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아프니까 청춘이다?

입력 2023-04-25 15:11 | 신문게재 2023-04-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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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게 걸렸어요.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아요.”

멀리 있지도 않았다. 한 사람 건너 알고 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 10년이 넘게 걸렸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준비로 몇년을 보냈으니 빚을 갚는 데만 꼬박 10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빚에 대한 묵직함이 10년을 훌쩍 넘기면서 쉬는 날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집 밖을 나가 무언가를 도모하는 것도 힘들어졌다고 했다. 

 

전화 벨 소리가 마치 호러영화 속 한 장면처럼 인식되는 현상도 학자금 대출의 잔상처럼 남았다.빚 전체를 상환하고 이제야 좀 편해졌지만 지난 세월에 대한 허탈감과 피곤함이 그제야 밀려들어 또 다시 혼자 휴식을 선택하게 되는 날들이 많아졌단다. 그의 친구 중에는 이런저런 일들을 도모하다 결국 포기하고 집안에 틀어박힌 이도 있다고 했다.

24일 서울시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소 6개월 이상 정서적·물리적으로 타인과 관계망이 단절된 고립·은둔 청년이 서울에만 12만 9000명 가량에 이른다. 청년 인구의 4.5%에 이르는 수치다. 비활동성 고립·은둔 뿐 아니라 멀쩡히 사회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예외는 아닌 활동성 고립도 심각하다. 성적 스트레스, 진로 선택, 취업에 대한 조바심, 또래의 평가, 어른들의 한심한 눈빛, 사회의 부정적 시각 등 그 이유도, 유형도 다양하다.

최근 아이돌그룹의 멤버, 모델 출신의 배우 등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는 이들 역시 채 서른이 안된 청년들이었다. 이는 청년들이 약해서도, “요즘 것들은 정신상태가 글러 먹었다”고 혀를 끌끌 찰 일도 아니다.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적·국가적 차원에서 그들의 SOS 메시지에 귀 기울이고 보듬을 정책들을 마련해야할 때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등은 성과에 대한 보장이 확실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득하던 때의, 그야 말로 옛말이다. 성과에 대한 보장,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전무한 때의 ‘아파야 한다’ ‘고생을 사서 하라’는 청년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남탓’이고 ‘폭력’이다.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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