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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사라 모리스의 '솔방울'과 '기업'…생태계와 사고체계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공존

입력 2023-09-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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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모리스
13년만에 두 번째 개인전 ‘Pinecones and Corporations’연 사라 모리스(사진=허미선 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는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 있는데 저는 그 이미지의 사후성을 표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할 때 제 의식에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매우 안정적인 미국 의회 건물에서의 폭동사태였어요.”

2010년에 이어 13년만에 개인전 ‘파인콘스 앤 코포레이션스’(Pinecones and Corporations, 10월 8일까지 갤러리현대)를 여는 사라 모리스(Sarah Morris)는 7일 한국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  

 

사라 모리스
13년만에 두 번째 개인전을 연 사라 모리스의 ‘Pinecones and Corporations’(사진=허미선 기자)

 

사라 모리스는 30여년 간 비서사적 시각 언어로 도시 환경, 사회관계망, 유형학, 권력 구조의 매커니즘 등을 담은 회화, 영화, 장소 특정적 벽화 및 조각, 포스터, 드로잉 등을 선보여온 작가로 최근 함부르크 다이히토어할렌에서의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했다.

이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쿤스트뮤지엄 크레펠트, 젠트룸 파울 클레, 쿤스트 뮤지엄 슈튜트가르트 등 순회전을 계획하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퐁피두 센터,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프라다 재단,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등 유수의 글로벌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사라 모리스
13년만에 두 번째 개인전을 연 사라 모리스의 ‘Pinecones and Corporations’(사진=허미선 기자)

 

“그 안정적인 (의회) 건물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무너지는 걸 보면서 권력이 매우 유동적임을, 변화하며 연속적이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그 폭동에서 영감 받은 ‘더 팰리스’(The Place)를 비롯해 ‘이스트맨 코닥’(Eastman Kodak)은 저에게 특별한 감성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죠”

그는 “코닥은 필름, 카메라, 폴라로이드 등을 만든 매우 유명한 회사였다. 개인, 가족을 비롯해 전쟁의 현장 등 무한 확장할 것만 같았지만 최근 그 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대형 건물들 중 일부를 매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디지털과 아날로그 간 문제 등 발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라 모리스
13년만에 두 번째 개인전을 연 사라 모리스의 ‘Pinecones and Corporations’(사진=허미선 기자)

 

“기업도, 우리도 빠르게 진화하는 사회에 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잖아요. 결국 ‘아주 튼튼하고 거대하다’ ‘영원할 것이다’라고 믿었던 것들에게 취약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파인콘스 앤 코포레이션스’에서는 이처럼 자연과 사회라는 유기체의 일부이자 구조적 유사성을 담은 ‘솔방울’과 ‘기업’을 통해 생태계, 인간의 사고체계, 사회 시스템을 다루고 있다. 

 

씨앗부터 싹을 틔우고 잎과 줄기를 올리고 꽃을 피운 후 열매를 맺는 자연의 생태계와 꼬리의 꼬리를 물며 고민의 결과를 도출하는 인간의 사고체계, 자본과 권력의 중앙집권화가 심화된 정치·경제·산업 등 사회 시스템 그리고 그들이 맞이하는 변수, 그로 인한 변화 등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20여점의 신작들을 만날 수 있다.  

 

사라 모리스
13년만에 두 번째 개인전을 연 사라 모리스(사진=허미선 기자)

 

“우리가 생각하는 아주 정적인 것들도 결국 정적인 것이 아니더라고요. ‘파이어 플라이’(Firefly)는 바람, 운동, 흘러가는 어떤 움직임 등으로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사회 역시 그렇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저의 회화 작품을 통해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은 물론 우리가 지각하는 방법을 좀 고민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우리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면서 알아지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리곤 솔방울을 표현한 ‘파인콘’(Pinecone)에 대해 “솔방울이지만 그 뒤에 수많은 데이터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 미국에는 ‘파인콘’이라는 유명 AI 데이터 기업이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무의 나이테를 모티프로 한 ‘Annual Ring [Trees]’은 “나무를 잘랐을 때 보이는 나이테는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의미하지만 또 그 순간은 너무 짧기 때문에 단절 혹은 꺾임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을 보탰다. 

 

사라 모리스
13년만에 두 번째 개인전을 연 사라 모리스의 ‘Pinecones and Corporations’(사진=허미선 기자)

 

“딱정벌레, 반딧불 등 우리 주변의 자연과 많은 유기적인 것들이 파괴돼 가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파인콘이라는 회사도 저도 하나의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렇게 우리는 누구나 기업 안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죠. 결국 우리와 기업이 이분법적인 대칭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음을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파리, 아부다비, 오사카 등을 그의 시선만으로 다룬 3편의 영화 ‘스트레인지 매직’(Strange Magic, 2014)과 ‘아부다비’(Abu Dhabi, 2017), ‘사쿠라’(Sakura, 2018)도 상영된다. 이어 촬영을 마치고 편집을 준비 중인 홍콩에 대한 사유를 담은 영화는 “엠플러스 뮤지엄에서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라 모리스
13년만에 두 번째 개인전을 연 사라 모리스(왼쪽)와 평론가 윌리엄 J. 시몬스’(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내한에 사라 모리스와 동행한 평론가 윌리엄 J. 시몬스(William J. Simmons)는 “사라 모리스의 기법, 작업 프로세스는 의미론적 혹은 언어론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주 친밀하고 소소한 나만의 이야기와 대서사적인, 세계를 엄청 흔든 그런 이야기가 공존할 수 있다는 데서 영감을 주는 작가”라고 평했다.

“(사라 모리스가 팬데믹 기간 동안 매일 아침 먹은 자몽을 표현한 ‘Grapefruit [Citrus]’처럼) 아침에 일어나 자몽을 먹는 것과 정말 나라가 망할 것 같은 시민들의 불안이 공존하는 그런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게 (그의 작품은) 나의 관심사에 대한 고민과 물음을 생각하게 하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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