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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 “내 독창적인 DNA 집합체” ‘녹턴시티’ 윤협 “2004년과 지금의 제가 겨루는 끝없는 게임”

입력 2024-02-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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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협
점과 선으로 도시의 밤풍경을 구현하는 윤협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스케이트 보딩이랑 음악에서 받았던 경험들이 표현돼 있어요. 독창적인 저만의 DNA를 갖게 해준 고마운 영감의 요소들이죠.”

점과 선으로 구현한 도시의 밤풍경에 어머니의 음악학원에서 음악을 들으며 떠올린 것들, 움직임을 상상하면서 타는 스케이트 보딩, 오랑주리에 소장된 모네의 ‘수련’ 시리즈, J.F 케네디 공항이 제법 안정감을 주던 때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공항 등이 스며들었다. 

 

이처럼 어려서부터의 일상에서 영감받은 것들을 투영한 자신의 작품을 윤협 작가는 “독창적인 저만의 DNA 집합체”라고 표현했다. 밤을 배경으로 점과 선으로 이뤄진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그가 영감받았다는 모네의 ‘수련’ 시리즈가 떠오르는가 하면 도시의 네온사인이 연상되기도 한다. 

 

윤협 녹턴시티
‘윤협: 녹턴시티’ 중 ‘Night in New York’(사진=허미선 기자)

 

점과 선은 따로 혹은 합체되며 악보의 음표를 연상시키는가 하면 검은 강물에 비친 도시의 마천루는 음에 따라 움직이는 음악재생 프로그램의 이퀄라이저 비주얼 이펙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늘 움직임을 상상하면서 탔다는 스케이트 보드의 동선을 표현한 듯 보이는가 하면 그래피티 작업과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페인팅을 할 때는 음악을 생각하기도 하고 스케이트 보드를 생각하기도 해요. 점은 제가 바이올린을 연주했을 때 그 악보에 있는 스타카토 음표들이에요. 현악기를 연주할 때는 그 음계를 유연하게 변경하는데 그런 느낌이 제 유연한 붓의 움직임에 많은 영감을 줬죠. 스케이트 보드를 탈 때는 캔버스 위에서 곡선을 그리는 듯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거든요. 결국 모두 다르게 표현되고 있지만 정신적인 것은 하나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에서 태어나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협은 2014년 랙앤본(rag&bone)이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진행한 뉴욕 맨해튼 하우스턴가 소호 벽화 작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윤협
그의 독창적인 DNA 중 하나인 스케이트 보드(사진=허미선 기자)

 

스케이트 보드 기반 벽화, 라이브페인팅, 그래픽디자인, 음악 앨범 커버 등을 비롯해 나이키 SB(Nike SB), 유니버설 뮤직 그룹(Universal Music Group), 바비브라운(Bobbie Brown), 유니클로(Uniqlo), 베어브릭(Be@rbrick), 허프(HUF), FTC 등 브랜드 협업도 활발히 진행했다.

‘윤협: 녹턴시티’(Yoon Hyup: Nocturne City, 2월 24~5월 26일 롯데뮤지엄)는 그의 20년 예술활동을 처음으로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어린시절 스케치부터 최신작인 16미터 대형 파노라마 회화 ‘뉴욕의 밤’(Night in New York) 그리고 회화에서 조각으로 변주한 ‘저글러’(Juggler)와 이를 또 다시 새롭게 발전시켜 새로 선보이는 ‘리틀 타이탄’(Little Titan) 시리즈 등 23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윤협
회화에서 재창조된 저글러와 리틀타이탄(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16미터 대형 파노라마 회화 ‘뉴욕의 밤’이다.

 

자전거로 브루클린부터 베어마운틴까지 왕복 200km를 달리면서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야경으로 그는 그 풍경이 “마치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보는 듯 했다”고 전한다. 이는 전시장 끝에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돼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작품은 첫 미술관 전시가 열리는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를 바라본 ‘기사의 관점’(A Knight’s Perspective)이다. 

 

마치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장편소설 ‘돈키호테’(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 중 스스로를 기사라고 믿는 시골 지주 알론소 키하노(Alonso Quijano)가 칼을 치켜들고 맹렬히 달려들었던 풍차를 닮아 있다. 이를 윤협 작가는 두렵기도 하고 기대하게도 되는 ‘미지의 미래’라고 표현했다.

“이번 ‘녹턴시티’를 준비하면서 저한테는 정말 대규모 개인전이었어요. 그래서 준비 과정 또한 먼 여정을 간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죠. 전시가 다가오면서 롯데타워가 도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듯한 이미지가 자주 떠올랐어요. 서울이라는 도시는 저한테 미래적인 이미지를 줬던 것 같아요. 미래라는 건 미지의 세계지만 어쨌든 나아가야 하는 운명을 갖고 있잖아요.” 

 

그렇게 ‘기사의 관점’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도전 정신, 마음 자세 등을 담은” 작품이다.

 

윤협
‘윤협: 녹턴시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즉흥의 표현이 제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예요. 재즈를 생각하시면 같은 곡이라도 구조는 동일하지만 그 안에서 즉흥적인 표현이 많이 들어오잖아요. 자유 연주 구간이 있는 재즈처럼 제 도시도 그래요. 큰 구조는 있되 그 안에서 색깔들과 자잘한 요소들로 그 순간순간의 직관적인 표현이 완성됩니다.”

“처음 점을 찍었던 때를 기억하냐”는 질문에 윤협 작가는 “정확히 처음은 생각이 안 나는데 그 시기는 기억한다. 스프레이로 그래피티를 연습하다가 지금 작품에 쓰이는 붓의 터치를 처음 한 건 스테이지 위였다”고 밝혔다. 

 

“DJ들의 공연에서 라이브 페인팅을 했어요. 거대한 캔버스 앞에 긴장된 마음으로 처음 붓을 찍었는데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죠. 몇 시간 안에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데 작은 붓으로 언제 이 그림을 다 표현을 하나 싶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점에서 선으로 표현을 하게 되더라고요.”

 

윤협
점과 선으로 도시의 밤풍경을 구현하는 윤협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그는 “제 생각의 흐름과 가장 속도가 잘 맞는 것이 점과 선이었던 것 같다”며 “그렇게 처음 점을 찍었던 그 스테이지 위의 기억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다”고 덧붙였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점을 찍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하는 그는 “당시의 저와 겨룬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림이라는 것은 항상 저와 저의 끝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2004년 버전의 저와 2024년을 살고 있는 제가 겨루는 거죠. 더 다양한 색채가 캔버스에 들어오고 기술적인 부분도 더 많이 알게 됐으니 표현은 풍부해졌어요. 하지만 그때의 저나 지금 저의 그 에너지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해요. (DJ들의) 그 리듬을 표현하고자 했던 그 순수한 에너지는 지금과 그때랑 동일하다고 생각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윤협
‘윤협: 녹턴시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윤협
‘윤협: 녹턴시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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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협: 녹턴시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윤협
‘윤협: 녹턴시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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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협: 녹턴시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윤협
‘윤협: 녹턴시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윤협
‘윤협: 녹턴시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윤협
‘윤협: 녹턴시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윤협
‘윤협: 녹턴시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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