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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그 누구와도 다른, 그 다름의 성실한 표현”인 ‘나다움’ 신민주 ‘아리아드네의 실’

입력 2024-03-0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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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주
신민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이렇게 그렸으면 좋겠다는 어떤 누군가의 기대, 눈에 띄는 현재의 트렌드들이 있잖아요. 그걸 못해서가 아니라 안하고 싶은 게 저예요. 저는 그 사람들이랑은 다르니까요. 그 다름을 굉장히 성실하게 표현한다는 게 ‘나다움’인 것 같아요.”

3년만의 개인전 ‘아리아드네의 실’(Shin Min Sjoo: Ariadne’s Thread, 3월 6~4월 13일 PKM+)로 돌아온 신민주 작가는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나다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솔직하게 작업하고 싶어요. 저마저 깜짝 놀랄 그런 작업이요. ‘그 시도들이 상당히 나 같다’거나 ‘내가 할 수 있는 행위 같다’는 작업이요. 그 작업들을 성실하게 하는 거죠.” 

 

신민주 '아리아드네의 실' 전경
신민주 ‘아리아드네의 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는 스스로를 “그 작업을 꽤 성실히 수행하는 작가라고 생각한다”며 “특유의 시그니처가 있고 그것을 계속 생산해내는 작가도 있지만 저는 매일매일 그때그때 스스로의 감각이나 느낌을 믿는 편”이라고 털어놓았다.

“매일이 새날이고 저 역시 새 사람이잖아요. 가능성은 늘 열려 있거든요. 오늘은 또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작업을 하죠. 이미 정해져 있다면 저는 그림을 안 그릴 것 같아요.”

이어 그는 “그러다 보면 한번에 끝나서 나를 설득시키는 작업이 잘 나오질 않는다”며 “그렇다고 실패는 아니다. 마르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브러시도 쓰고 스퀴지(Squeegee) 쓰다 보면 다른 작가와 구분지어지는 결과물로서의 가장 큰 요소인 ‘기질’이 나오는 것 같아요. 특히 스퀴지를 쓰다보면 나오는데요. 저는 즉흥성, 어떤 감각을 믿고 용맹하게 부딪혔을 때의 결과물을 선호하는 작가 같습니다.” 

 

신민주 '아리아드네의 실' 전경
신민주 ‘아리아드네의 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감각과 이미지들을 두터운 붓질과 스퀴지 행위로 만들어낸 추상회화들에 그리스·로마신화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아리아드네의 실’을 접목시켜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을 구현했다.

작가 대부분이 어떤 이야기나 아이디어에 영감받아 작품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신민주는 일상처럼 작업해 완성한 작품들에서 ‘아드리아드네의 실’에 맞는 추려 제목을 붙이는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제가 고 이윤기 선생님을 참 좋아하는데 그분의 저작 중 그렇게 싫었던 게 ‘그리스·로마신화’였어요. 왜 그렇게 안받아들여지는지…그럼에도 왜 그렇게 이 선생님이 천착하셨을까 생각하면서 읽다보니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알파와 오메가가 다 거기 있더라고요. 그 무한한 보편성, 인간이 갖고 있는 무수한 스펙트럼들이 거기 다 있더라고요. 그 중 가장 임팩트 있었던 부분이 책 서문의 ‘아드리아드네의 실타래’ 소개글이었어요.” 

 

신민주
신민주 ‘아리아드네의 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전시 제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그는 “그 실타래를 신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기를 바라셨고 인생 또한 그런 도구가 필요하지 않은가 말씀하셨다”고 부연했다.

“그 소개 글에 감흥받으면서 나를 변질시키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했던 요소가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어 전시 제목을 ‘아드리아드네의 실’이라고 썼습니다. 제가 가장 파격적이고 욕망하면서 뭔가를 갈아 엎을 수 있을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폭력적인 방식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봤죠. 가장 용맹하게 스퀴지를 했을 때 그간 했던 작업들, 실패했다고 생각해 다시 시작하고 또 다시 시작했던 밑작업들이 드러나죠. 다양한 무드의 그림들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그리스·로마 신화의 요소들을 연상시킬 수 있는 작품들만을 추려 명명하고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신민주
신민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그렇게 ‘그날 새벽, 트로이’(Dawn on That Day,m Troy) 연작, ‘마르지 않는 샘’(Ever-flowing Spring Water), ‘판도라의 호기심’(Pandora’s Curiosity), ‘프로메테우스의 바위’(Prometheus’ Rock), ‘프로메테우스의 불’(Prometheus’ Fire) 등에 깃든 그리스·로마 신화 속 스토리들이 관객들을 만난다.

푸른 빛의 ‘프로메테우스의 불’에 대해 신 작가는 “계시적인 불”이라며 “활활 타며 정지된 불이 아니라 섬광과도 같은, 내리 꽂히는 불”이라고 전했다. ‘마르지 않는 샘’에 대해서는 “의도한 건 아닌데 한참 보다 보니까 무슨 구멍 같고 그 구멍에서 흘러서 떨어지는 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핑크빛 바탕의 그 ‘구멍’은 보는 사람에 따라 시든 장미, 눈물 등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달라요. 자꾸 상상력을 매치시키면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신민주
신민주 ‘아리아드네의 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신민주 '아리아드네의 실' 전경
신민주 ‘아리아드네의 실’ 전경

 

신민주
신민주 ‘아리아드네의 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신민주
신민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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