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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백남준의 쇼는 끝나지 않았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Culture Board]

입력 2024-03-20 18:30 | 신문게재 2024-03-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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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백남준(Paik Nam June)의 위대함은 40년 전 작업임에도 현재에 발 디딘 ‘동시대성’이자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을 ‘미래성’에서 기인한다. 1984년 백남준이 기획한 전세계 최초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Good Morning Mr. Orwell)이 40주년을 맞았다.

그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Wake Up! It’s 2024, 3월 21~2025년 2월 23일 백남준아트센터 제1전시실)와 권희수, 삼손 영, 상희, 이양희, 장서영, 조승호, 홍민키, 휘(HWI), 히토 슈타이얼(이상 가나다 순) 등 동시대 미디어 작가 9명의 커미션 작품이 전시된 ‘빅브라더 블록체인’(Big Brother Blockchain, 3월 21~8월 18일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이 동시 개막한다. 

 

백남준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 인간과 물질, 인간과 미술, 정신과 세계 등의 연결에 초점을 두셨던 백남준 선생님의 인공예술이 시작된 것이 1984년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4년 1월 1일 미국공영방송 WNET 뉴욕 스튜디오와 프랑스 퐁피두센터를 위성으로 연결해 한국, 독일, 일본 등으로 생중계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라이브 쇼다.

1977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 6에서 처음으로 소규모 위성TV 프로젝트를 시도한 이래 대대적으로 펼친 작업이자 ‘바이 바이 키플링’(Bye Bye Kipling, 1986), ‘손에 손잡고’(Wrap around the World, 1988)로 이어지는 위성 오페라 3부작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49년 쓰여졌지만 지금까지도 유효한 문제의식과 풍자로 무장한 조지 오웰의 대표소설 ‘1984’가 예견한 통제의 기술을 소통의 기술로 전환한 작업이다.

텔레스크린을 통해 지식과 권력을 집중화시키고 사회를 통제하는 빅브라더를 등장시켜 매스미디어가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는 ‘1984’의 경고에 “절반만 맞았다”고 반기를 드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1984’가 빅브라더와 매스미디어에 통제받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그려냈다면 백남준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통해 기술발전으로 인한 소통 가능성의 확대, 그로 인한 공존과 평화 그리고 예술의 역할로 재해석해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첫 인공위성 라이스쇼인 동시에 “모든 사람은 예술”이라고 주창했던 독일의 화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와 미국의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 두 거장의 첫 만남으로도 큰 화젯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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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 작품에는 두 거장을 비롯해 음악가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 시인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Charlotte Moorman), 가수 톰슨 트윈스(Thompson Twins), 안무가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 연주그룹 어반 삭스(Urban Sax) 등 당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들 100명이 참여했고 전세계 2500만여명이 시청했다.

 

박 관장은 “조지 오웰의 미래였던 1984년과 백남준 선생님의 미래였던 2024년, 120년의 시간들을 한꺼번에 마주하고 관통하는 시간과 차원을 논의할 수 있는 장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연결했던 그 세계는 2024년 현재의 일상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에 의해 이미지와 예술이 탄생하는 순간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백남준 선생님이 생각했었던 세계를 연결한 기술과 조지 오웰의 권력화된 기술 그리고 이를 토대로 2024년 지금의 기술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대안적 미래를 짚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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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일어나 2024년이야!’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소통과 평화의 메시지에 주목한다. 김윤서 큐레이터는 “현재의 관점에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다시 보기 위해 마련된 전시인 만큼 지금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쌍방향 소통의 기술은 최첨단화되고 변화했지만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진행된 1984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은 분쟁,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에 40년 전 위성예술을 보면서 백남준이 예술의 위상을 결합시킨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로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세계 평화의 가치를 들여다봐야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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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에 전시의 첫 장면은 “백남준의 여러 영상 중 가장 정치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다큐멘터리 ‘과달카날 레퀴엠’(1977)이다.” 

 

그렇게 ‘과달카날 레퀴엠’으로 시작하는 ‘일어나 2024년이야!’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뉴욕 라이브방송과 마지막 위성 작품 ‘세계와 손잡고’ 그리고 백남준의 쌍방향 예술의 비전을 제시한 조각·설치작 ‘로봇 K-456’ ‘TV 첼로’ ‘TV 부처’ ‘칭기즈 칸의 복권’ 등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최근 화제가 된 얼터너티브 K팝 그룹 바밍 타이거(산얀, Omega Sapien, 언싱커블, 잔퀴, 소금, 헨슨, 어비스, 원진, Mudd the student, 이수호, 홍찬희)와 미술가 류성실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내용과 형식을 오마주한 신작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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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중 버밍타이거와 류성실이 오마주한 신작 ‘SARANGHAEYO 아트 라이브’(사진=허미선 기자)

 

버밍타이거는 ‘SARANGHAEYO 아트 라이브’에 대해 “백남준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그 평화가 아직은 좀 멀었다고 생각하면서 그 현실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미디어뿐 아니라 여러 가지가 결합돼야 평화라는 게 있을 수 있으며 (그 평화) 또한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동시대 작가로서라기 보다는 대중음악 신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서 공연 예술도 관객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저희만의 쌍방향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도 항상 평화를 비롯한 긍정적인 말들과 메시지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매공연 그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작은 새롭기 보다는 항상 해오던 것들을 확장하는 차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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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백남준아트센터 2층에서 열리는 ‘빅브라더 블록체인’에는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사회를 감시하는 가상의 독재자 ‘빅브라더’와 정보를 분산저장해 투명하게 공유하는 ‘블록체인’, 상충하는 두 단어를 통해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함께 했던 아티스트들의 미래를 담는다.

1984년과 현재의 연결고리를 만든 홍민키 신작 ‘라이브 방송 중 해킹 당한 BB?!?!’, AI 알고리즘으로 초개인화된 미디어와 인류를 위태로운 비행에 빗댄 장서영 신작 ‘터뷸런스’,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부터 40년 후의 미래인 2024년에서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물에 잠긴 세계의 생존자들이 세계를 재건하는 가상의 미래를 그린 휘의 신작 ‘너의 전생’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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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프로젝터 앞 셔터 스피드 조절 장치를 통해 분해된 빛이 전시실 풍경을 실시간으로 재구성하고 변형시키는 권희수의 ‘나선필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육체적인 노동이 가상의 세계로 전환되는 테이터 기반 사회를 다룬 히토 슈타이얼의 ‘태양의 공장’, 기술에 대한 인간의 신념과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삼손 영의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기술의 통제를 거부하며 숨으려 하지만 오히려 시선이 집중되는 현상을 다룬 조승호 신작 ‘은신처’, 팬데믹 시절을 보내면서 깨달은 것을 반영해 누구나 어디서나 퍼포머이자 관객이 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조망한 이양희 신작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 그리고 한국 청년들의 특수 주거공간이자 사회적 현실을 상징하는 원룸을 모티프로 한 상희의 ‘원룸바벨’ 등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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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 전시의 아쉬움이라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오마주 혹은 ‘동시대성’에 그친다는 것이다. 1984년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급부상한 이유는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에 반기를 들며 동시대성과 미래성을 동시에 그려냈기 때문이다.

 

반면 ‘빅브라더 블록체인’에는 동시대성과 미래 예측만 있을 뿐 백남준이 제시한 미래성에 대한 반기나 그 미래성의 구현, 지금에서 모색한 새로운 미래성은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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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백남준이, 파란을 일으킨 1984년 그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위대한 건 미래를 예측만 하던 시대에 기발하게 그 미래를 구현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동시대 문제의 해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후로 40년이 흐른 지금의 작가들이 해야할 일은 백남준의 단순한 오마주나 동시대의 현상 분석이 아니다. 40년 전 백남준이 던진 소통과 평화의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한 지금에서 할 수 있는 미래 예측과 그 미래성의 구현을 통해 동시대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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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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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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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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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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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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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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