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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반도체 설계를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스타트업] 반도체 IP 판매 플랫폼 개발 '오픈엣지스퀘어'

입력 2024-04-01 06:07 | 신문게재 2024-04-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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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IP(설계자산)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45억8000만달러(약 6조1700억원)에서 2029년 85억3000만달러(약 11조49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8.1%에 달하는 성장세다. 일부 시장조사업체들은 AI(인공지능) 시장 개화와 함께 IP 시장이 기존 예상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확대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제조 중심으로 편성됐던 국내 반도체 업계도 IP 업체들이 날개를 펴고 있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와 협력해 칩을 제조할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IP는 칩 내에 필요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미리 제조된 일종의 블록이다. 설계도면 중 일부를 미리 제조해 파는 것이다.

문제는 필요한 IP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IP 기업들을 돌며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점이다. 도서관의 책을 하나씩 전부 찾아봐야만 하는 상황과 같다. IP 세일즈 플랫폼 ‘오픈엣지스퀘어’가 출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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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엣지스퀘어 사무실.(사진=오픈엣지스퀘어)

 

◇온라인 쇼핑하듯 고르는 반도체 IP

반도체 IP 판매 플랫폼인 오픈엣지스퀘어는 반도체 IP 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자회사로 지난해 8월 설립됐다. IP 기업의 가려운 부분을 누구보다 잘 긁어줄 수 있는 것이다.

회사의 시작은 IP 업체들이 토로하는 어려움과 맞닿아 있다. 현재 IP 업계에서 꼽는 장애물은 고객과의 접점 및 논의다. 국내에는 반도체 설계 업체가 많지 않아 괜찮지만, 해외 사업을 진행할 경우 오프라인으로 만나 IP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힘들다. △인력 △시간 △장소의 제약이 강하게 적용하는 탓이다. 더 효율적으로 IP를 판매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이유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 겸 오픈엣지스퀘어 상무 황인조 CTO(최고기술책임자)는 “현재 IP기업은 팹리스 등 수요업체와 1대1로 접촉하여 라이선스 영업을 진행하지만, 글로벌 수천 개의 팹리스를 접촉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입장에서는 편리하게 여러 반도체 IP 설계사가 공급하는 다양한 IP 제품들을 비교 검토 가능하여, 개발 실패 리스크 감소에 기여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리적인 칩이 나오기 전에 예상 성능을 확인해볼 수 있어 칩 설계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는 기존의 소모적인 SoC(시스템 온 칩) 설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IP 세일즈 플랫폼을 개발해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플랫폼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효율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오픈엣지가 개발한 메모리 시스템 IP를 플랫폼 설계 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회사의 기존 고객사를 대상으로 효과적인 시장 진출 가능성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의 공유 서비스 계약으로 효율적인 사업 운영도 가능하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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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엣지스퀘어 직원이 업무를 하고 있다.(사진=오픈엣지스퀘어)

 

다만 플랫폼 구현을 위한 맞바람도 거세다. IP 세일즈 플랫폼 자체가 국내외 어디서도 시도하지 않은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황 상무는 장애물을 넘기 위해서는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 있는 베테랑 엔지니어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전문 인력의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엔지니어, 플랫폼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자들 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사용자 친화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오픈엣지스퀘어의 가장 큰 숙제”라고 밝혔다.

오픈엣지스퀘어는 이 같은 문제의 해답을 해외에서 찾았다. 미국에 있는 자회사에서 우수한 해외 리더를 영입하며 전문 인력을 확보한 것이다. 또 국내에서도 개발팀과 디자인팀을 구성해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도 필요한 인력들을 계속해서 채용하고 있다.

황 상무는 “이렇게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더 많은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3월 기준 오픈엣지스퀘어의 임직원수는 13명이다.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난해 9월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모회사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임직원수는 160명을 돌파했다.

수익은 플랫폼 이용료와 수주금액의 일정 퍼센트(%) 커미션을 취득해 창출한다. 사업 초반에는 모회사의 IP를 활용해 세일즈 중계 영업을 착수할 계획이며, 향후 제3의 기업까지 중계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AI 반도체의 두뇌인 NPU(신경망처리장치)부터 다양한 메모리시스템(온칩인터커넥트, 메모리컨트롤러, PHY)을 동시에 보유한 글로벌 유일한 회사다. 플랫폼 런칭 초기 안정적인 IP 거래 실적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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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엣지스퀘어 비즈니스 계획.(이미지=오픈엣지스퀘어)

 

◇미래사업, CXL 준비…칩렛 설계도 지원

회사는 멀티코어 프로세서 기반 IP 개발 사업에도 뛰어든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AI 반도체 내 프로세서 연산 부담을 줄여주는 블록을 개발하는 것이다.

오픈엣지스퀘어 측은 “반도체 설계가 복잡해지며 각 프로세서들의 데이터 전송 불일치로 연산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며 “멀티코어의 캐시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캐시 일관성이란 중앙처리장치(CPU)의 캐시 데이터와 메인 공유 메모리의 데이터가 모두 일치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만약 캐시 일관성에 오류가 생기면 개별 코어가 다른 값을 가지며 연산 오류가 발생한다. 최근 AI 반도체 등 고성능 칩이 늘어나며 캐시 일관성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캐시 일관성을 관리해주는 반도체 IP 필요성이 증가하는 셈이다.

황 상무는 “캐시 일관성은 AI반도체 등 고성능 멀티프로세서 시스템 반도체 설계 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기능”이라며 “기존에는 시스템반도체 내 소프트웨어 혹은 낮은 성능의 반도체 IP를 활용하여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였으나, 최근 AI반도체 등 고성능 반도체의 데이터 요구량 급증 및 코어 수 급증으로 높은 성능의 반도체 IP 활용 필요성이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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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조 오픈엣지테크놀로지 겸 오픈엣지스퀘어 CTO.(사진=오픈엣지테크놀로지)

 

또 캐시 일관성은 반도체 설계 미래 기술로 꼽히는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의 핵심으로 꼽힌다. CXL은 CPU와 메모리를 이어주는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생성형 AI, 데이터센터 등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최근 HBM과 함께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고 있다.

오픈엣지스퀘어는 캐시 일관성 기술에서 모회사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모회사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인텔이 주도하는 CXL 컨소시엄에 등록된 국내 유일한 IP 업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CXL 구현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컨트롤러 IP를 오픈엣지테크놀로지에서 보유하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CXL 시장 규모는 오는 2028년 15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그 중 80%인 120억달러(약 16조원)가 CXL D램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글로벌 CXL 시장 규모는 170만달러(약 22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회사는 AI 반도체 내 핵심 IP 4종을 상업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AI반도체 내에서 캐시 데이터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역할의 블록을 개발하고 있다. 오픈엣지스퀘어 관계자는 “기존 IP와 연계로 토탈 솔루션으로도 공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패키징 기술인 칩렛(Chiplet) 설계도 지원한다. 칩렛은 기존 칩에서 필요한 각각의 기능을 분리해 작은 면적의 칩 조각으로 따로 제조한 후, 후공정 기술을 통해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방식이다. 칩렛을 포함해 로직, 메모리, 센서 등 다양한 종류의 칩을 하나의 패키지 내에 만드는 기술을 통칭해 ‘이종접합’이라고 부른다.

황 상무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현재 정부 과제, ICT융합산업혁신기술개발 반도체 이종접합에서 칩렛 UCIe 컨트롤러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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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IP 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사무실 전경.(사진=오픈엣지테크놀로지)

 

◇모회사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모회사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지난 2017년 5명의 반도체 설계자가 시작한 IP 기업이다. AI 시장 개화와 함께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차량, 5G 무선 통신, 인공지능 서버, 사물 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는 오픈엣지의 메모리 시스템 IP와 NPU가 결합된 인공지능 플랫폼 IP를 제공한다.

지난해 4분기에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단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회사의 지난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31억원, 영업이익은 42억원이었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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