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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마릴린 민터 “저마다 다른 아름다움, 나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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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4-04-01 18:00 | 신문게재 2024-04-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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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를린 민터
마릴린 민터(사진=허미선 기자)

 

“그게 진짜고 솔직한 거니까요.”(Because It’s Real, Honest.)

어쩌면 진짜 아름다운은 ‘나’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4월 27일까지 리만 머핀 서울) 중반 즈음에 내한한 마릴린 민터(Marilyn Minter)는 여성들의 아름다운 붉은 입술과 필사적으로 가리고 싶어하거나 부주의한 실수로 여기는 것들, 나이듦과 젊음이 한 화면에 혹은 같은 벽이나 한 전시장에 공존하는 작품세계에 대해 명료하게 “그게 진짜”라고 표현했다.
 

“완벽이라는 건 어차피 불가능해요. 그래서 저는 완벽한 것을 모두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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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초반 필리피노 여성의 볼륨감 넘치는 입술이 있는가 하면 80세 모델의 주름 가득한 입술도 있다. 

 

같은 작품 속 인물이라도 주근깨가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가 하면 치아에 묻은 붉은 립스틱도 있다. 입술 주변의 주름이 적나라한가 하면 사이가 들뜬 치아가 붉은 입술과 대조를 이룬다. 

 

몽환적이기까지 한 이미지 속에 체모와 튼살 등 여성들의 자연스러운 신체적 특징이 공존한다.


그는 작품의 주요 매개체인 입술을 “그 자체로 상당히 함축적이면서도 다층적”이라고 표현했다. 

 

숨결과 유리에 반사된 사람의 숨결은 그에게 생명의 상징인 동시에 에로틱함이기도 하다. 그렇게 마릴린 민터는 입술을 비롯해 노출된 치아 등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세계적인 패션 아티스트이자 패션 디자이너 릭 오웬스(Rick Owens)의 아내 미셸 라미(Michele Lamy), 키도 150cm 남짓이고 하얗지도 않지만 현재는 유명 뷰티 모델이 된 필리피노 여성 등 “미래지향적인 키워드를, 비전통적이고 흔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가진 모델들”과 협업한 신비롭고 매혹적인 신작 회화들을 만날 수 있다.  

 

여성주의와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로서 ‘모델’ ‘화려함’ ‘글래머러스’ ‘섹시’ ‘아름다움’ ‘뷰티’ 등의 세계를 표현하는 그의 작품활동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없지 않다. 그의 말처럼 지금은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정말 싫어하는 문화”이며 “글래머나 뷰티 등의 개념이 ‘속물이다’ ‘천박하다’ 등 피상적인 시대”다.

 

마릴린 민터(사진=허미선 기자)
마릴린 민터(사진=허미선 기자)

 

그럼에도 글래머, 뷰티 등은 그의 설명처럼 “신체이형을 일으키는 동시에 많은 즐거움 주는가 하면 여성이 실직적인 권력을 갖는 세계들”이기도 하다. 

 

그렇게 세계는 그리고 아름다움은 극과 극이 공존하는가 하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가 모든 작업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노력하면서도 외모의 즐거움, 이형의 고통, 아름다움의 힘 등 이면들이 담기기를 바라는 이유다.  

 

마릴린 민터
마릴린 민터(사진=허미선 기자)

 

그가 표현했듯 “우리는 젊은 여성들에게 수치심을 유발하고 끊임없이 완벽함을 추구하도록 하면서 수치심을 강화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그 수치심은 젊은 여성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다.   

 

실수나 잘못으로 죄책감을 느낀다면 반성이나 극복의지, 다짐 등 스스로의 행동으로 만회하거나 떨쳐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를 지배하는 수치심은 “스스로가 존재하지 않아야만 사라지는 것”이다.

 

마릴린 민터(사진=허미선 기자)
마릴린 민터(사진=허미선 기자)

 

저마다가 살고 있는 문화와 그 기준으로 인한 수치심, 진정한 자신을 거부하거나 스스로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감정은 그의 표현처럼 “모든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것”이다. 그렇게 그의 작품에는 “완벽할 수 없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 저마다가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견디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모두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불완전함 속에서 완벽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름다움라는 건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요. 석양도 아름답고 새끼 고양이는 사랑스럽습니다. 클리셰 역시 예쁘죠.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아름다움은 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결이요? 나를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면 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마릴린 민터
마릴린 민터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마릴린 민터
마릴린 민터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마릴린 민터
마릴린 민터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마릴린 민터
마릴린 민터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마릴린 민터
마릴린 민터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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