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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디보션푸드 박형수 대표·이용민 CTO "진짜 뺨치는 가짜 고기…대체육 시장 '인텔' 될 것"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자체 기술로 식물성 소재·제품 만들어… 여러 식품 대기업과 협업 중

입력 2021-05-24 07:00 | 신문게재 2021-05-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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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디보션푸드 대표(오른쪽)와 이용민 CTO가 대체육으로 만든 패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대체육 식품계의 인텔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대부분의 컴퓨터에 인텔 마크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대체육 상품 뒤에는 디보션푸드 이름이 적혀있는 거죠.” 

 

박형수 디보션푸드 대표와 이용민 CTO(최고기술경영자)는 올해 이 목표를 향해 첫발을 내디딘다. 2016년부터 대체육 개발에 매달려 온 끝에 오는 7월 첫 대량생산에 들어가는 것이다. 디보션푸드는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대체육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긴 연구 기간 끝에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난 뒤 디보션푸드는 지난해 말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5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투자금으로 하루에 3톤 가량 생산이 가능한 대량생산 공장을 구했고, 올해 첫 B2B(기업 간 거래) 판매를 앞두고 있다. 

 

이미 식품 대기업 2곳으로부터 구매의향서를 받았고, 총 8곳과 협업 및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박형수 대표는 “기업에서 식물성 단백질이나 식물성 대체육 연구를 하기에는 현재 시장성이 매우 부족하다. 즉 높은 비용의 연구개발 자금에 비해 예상 매출액이 적으니, 큰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기업에서 식물성 대체육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운 구조”라며 “그래서 연구개발을 끝내고, 소재부터 판매하는 우리에게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보션푸드는 식물성 단백·지방·결착제·피를 따로 판매하고 있어서 기업들은 이 식물성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을 뿐더러, 완성품으로 만든 패티용 다짐육을 대량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분자요리를 전공한 뒤 미국 시카고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던 두 사람은 환경과 기아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 대체육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지금이야 국내 식품 대기업들도 전부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두 사람이 시제품을 처음 개발했던 2016년만 해도 이들의 도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2018년 디보션푸드를 설립하고 연구개발을 위한 비용을 지원받기 위해 여러 사업설명회에 다녔지만 ‘콩고기가 있는데 대체육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을 받는 등 대체육의 개발 필요성에 대해서부터 설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돈도 문제였다. 매출 없이 연구개발만 진행하는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정부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지원서비스바우처, 초기창업패키지 등을 통해 1억원이 넘는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받았다.

 

이용민 CTO는 과거 ‘콩고기’라 불리던 식물성 고기와 대체육은 완전히 다른 상품이라며 “대체육은 고기가 열을 받으면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 현상과 기름이 흐르는 모습 등 동물성 단백질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냈다”고 말한다.

 

이처럼 실제 고기와 근접한 대체육을 만들기 위해 디보션푸드는 식품을 작은 분자로 분쇄를 한 후에 고온과 고압으로 조직을 형성하는 압출성형공법을 이용해 자체 기술인 BTVP(텍스처드 베지터블 프로틴)를 개발했다. 이 밖에도 식물성 지방·피 등 대체육과 관련된 총 8가지의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가운 입은 요리사’라고 불리는 분자요리를 전공했지만 두 사람에게도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CTO는 “대체육은 선행 기술이 없기 때문에 직접 개발해야 하는 게 많았다”며 “고기를 가장 흡사하게 대체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찾기 위해 고기 자체의 물성이나 향, 맛 등을 정량적 숫자로 표기하고 같은 과정을 식물성 식자재로 반복해 모든 것을 숫자로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두 사람은 첫 결실을 앞두고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표는 “편견을 깨고 남들이 도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창업 이후 모든 계획을 주간, 월간, 분기별, 연간으로 설정해 계획을 실행했다”며 “올해는 계획에 없던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도 이뤘다. 창업 초기 받았던 우려와 달리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게 증명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이룬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다. 더 다양하고, 동물성 고기와 비슷한 상품을 내놓기 위해 앞으로도 연구개발에 매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약 100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해외에 비해선 규모가 작은 편이다.

 

박 대표는 “디보션푸드의 연구목표는 낮은 에너지를 사용해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대체육류 기반의 기술들은 모두 개발이 완료됐고 이제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돼지고기, 닭고기, 참치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 갈 일이 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체육은 아직까지 다짐육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인데, 디보션푸드는 식품 3D 프린트업체와 협업해 대체육 형태가 아닌 실제 구워 먹을 수 있는 고기 형태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로 대체육 이외에도 식물성 계란과 식물성 치즈 등도 개발 중”이라며 “요리사가 만든 푸드테크 기업으로 이름을 알려 더 맛있고 이상적인 대체육 식품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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