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ife(라이프) > 가족 ‧ 인간관계

[비바100] "코로나 검사 안했다고 '분만실 찾아 삼만리' 없어야죠"

[맘 with 베이비] 순천향대 부천병원 김태희 산부인과 교수

입력 2022-03-22 07:00 | 신문게재 2022-03-22 1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산부인과 김태희 교수님5

코로나19 상황이 벌써 3년째로 접어들면서 의료 인력의 피로도와 업무 과부하가 한계점을 넘어섰다. 특히 감염병과의 사투로 의료복지안전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노인과 임신부 취약계층 지원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등 의료공백까지 확산되고 있다. 감염 확산 우려에 방문 간호 사업도 중단됐다. 임신부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코로나 확진세가 가팔라지면서 임신부들이 분만실을 찾아 헤매는 사례까지 속출하는 등 ‘저출생 시대’에 최우선이어야 할 임신부 복지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임신부는 595명이다. 15일부터는 역학조사 간소화로 통계가 없지만 대략 3000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확진 임신부 분만 병상 수는 전국 160개로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252개까지 늘리는 목표를 잡았지만 역부족이다. 임신부와 산모의 곁에서 생명 탄생 과정을 지켜보며 지내온 김태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심각합니다. 직접 현장에서 본 임신 출산 준비여성들은 어떤 상황인가요.

“임신부들에게 새로운 분만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운동과 태교, 임신부교실 같은 부분이 줄고 코로나 같은 감염병에 대한 불안은 더 높아졌습니다. 임신부와 의료진이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하니 심도 있는 상담이 어려워졌습니다. 요즘처럼 임신부들의 불안이 높아진 것은 흔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 더 감염병이나 백신 같은 의료와 질환에 대해 많은 질문을 주십니다. 인터넷 등을 찾아보는 등 고민과 걱정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 임신 중 백신을 맞아도 되는 지를 묻는 질문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온·오프라인 설문을 받으면서 많이 받은 질문은, 임신인 줄 모르고 복용한 약물이나 검사한 것 들이 괜찮은지, 임신 때 조심해야 하는 약물이나 음식, 예를 들어 파마약이나 염색약에 대한 것 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엄마들은 자신이 임신 중에 취한 행동이나 음식이 영향 준 것은 아닐까 걱정을 많이 합니다. 태아 발달과 관련된 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산모를 보는 의사들까지 많은 두려움을 갖는 이유기도 합니다. 의사협회나 CDC(질병통제연구센터) 가이드라인과는 별도로, 현재 나온 백신이나 치료약 등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허가된 제품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반적인 백신 접종은 국가 권고안을 따르면 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개발된 백신은 고민이 됩니다. 임신과 태아와 관련된 분야는 특히나 연구 자료나 데이터의 충분한 검증을 거쳐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임신 중 백신 접종을 꺼리거나, 드물지만 접종하면 안되는 기저질환자들은 자의에 의해 접종을 하지 않아도 사회적 차별이나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 팬데믹 사태가 임신과 출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십니까.

“의료 부문 방역 정책에 전문가 의견이 다 들어갔는지 궁금합니다. 임신 출산이라는 특수 상황과 병원마다 문제점 등을 개별화하고 상황에 맞는 세분화된 의견들이 수렴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상황이 너무 급변하기 때문이라지만, 가장 중요한 순서부터 면책과 면제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신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분만인데 항상 초응급 상태입니다. 진통이 있는 임신부가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았다 해도 병원이나 의료진이 위험을 감수하며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코로나가 최우선 되는 상황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의료 인력들은 방역지침에 문제가 되는 상황이 맞게 되고, 분만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됩니다. 때문에 시와 도 경계를 넘어 병원을 찾다가 길거리 분만을 하거나 구급차 내 분만을 하는 황당한 사건들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산모와 의사들의 이런 우려가 과연 정책에 충분히 반영이 되었는지 의문입니다. 코로나 양성자 가족으로 인해 분만 시기가 변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분만이 늦어질 때 태아를 걱정하는 산모들의 두려움, 산과 의사들의 갈등과 고민 등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항상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기초의학과 면역학, 미생물학, 예방의학, 통계학, 산과, 부인과, 감염학, 사회학, 정신과학, 응급의학과, 외과 등 다양한 과가 함께 의논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현장 환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공무원 분들의 고충과 환자 분들의 생각도 제대로 정책에 담겨야 한다고 봅니다.”
 

IMG_9633
김태희 교수는 결혼과 가족 임신 출산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좋은 순간으로 생각되길 바란다며 출생의 기쁨을 생각하며 긍정의 힘으로 저출산 문제를 함께 극복해나가자고 말했다.

 

-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초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임신부에 대한 특별한 보건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많은 출산 정책과 비용 투입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초저출산 국가가 된 데에는 정책에 대해 충분한 복기를 하는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정책을 받아들이는 많은 현장의 실무진들과 임신을 준비하고 출산과 육아를 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기구가 절실합니다. 언제든 문제를 자유롭게 제기할 수 있고 현실적인 문제를 가감 없이 들어주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팬데믹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인프라 구축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질병관리청과 통계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 학계 등 모든 분야 전문가 풀로 확대해 자문기구를 만드는 게 시급합니다. 상시 기구가 아니더라도 이를 중심으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의료에서도 진료과 및 면역학 등 기초의학교실, 의생명 관련 연구자들까지 모두 포함해야 할 것입니다. 일부 예방의학이나 의과대학의 사회의학, 보건학, 감염학 등만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초와 임상 기초도 각계 분야가 다르고, 본인 분야가 아니면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발언이나 의견이 정치적으로 해석될까 두려움도 있겠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언론이 여러 전문가 의견을 기사화하고, 반대 의견도 청취해주었다면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소수 전문가 의견까지 공유할 수 있는 신뢰된 시스템을 구축해 주었으면 합니다. 좀 더 과학적이고 다양한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갖추게 되길 희망합니다.”


- 대학병원에서 여러 케이스의 출산 사례를 경험하셨는데, 산모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 드립니다.

“임신은 정말 소중하고 중요합니다. 본인과 국가의 미래입니다.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 분들은 모두 임신부와 태아를 사랑하지 않고 사명으로 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강의 때 늘 하는 이야기지만, 의료진의 힘든 부분들을 모두 함께 공감해 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사랑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의료진과 한마음으로 고민하고 건강한 태아를 분만하는 데 같은 마음이었으면 합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께 조언 부탁 드립니다.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취업, 복직 같은 이야기는 결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족 모두의, 나아가 사회구성원 모두의 문제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저 역시 엄마입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이 시대의 엄마이자 직장 맘의 한사람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가족의 가장 작은 단위인 ‘결혼’이 우리 사회에 무거움과 부담으로 다가왔고, 퇴색된 언어로 바뀌었습니다. 다시 결혼과 가족, 임신, 출산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좋은 순간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생명의 탄생을 지켜보며 가졌던 좋은 순간들을 생각하며 모두에게 긍정의 힘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으로 저출산 문제도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