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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문학, 변주돼 무대에 오르다…‘휴먼 푸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작은 아씨들’

[Culture Board]

입력 2020-11-25 18:00 | 신문게재 2020-11-2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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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을 모티프로 변주돼 무대에 오른 공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변주한 연극 ‘휴먼푸가’, 루이자 메이 알코트의 ‘작은아씨들’, 백석 시로 넘버를 꾸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사진제공=남산예술센터, 세종문화회관,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비롯한 시들, 루이자 메이 알코트의 걸클래식 소설 ‘작은 아씨들’. 

 

시인 백석이 윤동주 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문학은 무대예술의 영감이 되곤 한다. 초겨울 무대는 ‘문학’에서 영감을 받아 변주된 작품들이 관객들을 만난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변주한 연극 ‘휴먼 푸가’(11월 29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백석의 ‘절망’ ‘국수’ ‘여우난 곬족’ ‘선우사’ 등의 시로 넘버를 꾸린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2021년 1월 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뮤지컬 ‘작은 아씨들’(12월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이 겨울 무대를 ‘문학’으로 물들인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변주한 연극 ‘휴먼푸가’(사진제공=남산예술센터)

 

‘휴먼 푸가’는 40주년을 맞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오브제 극으로 변주한 작품이다. 지난해 초연 후 5월 재연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반복되는 확산으로 11월 무대에 오른다.

 

기승전결로 꽉 채운 서사가 아닌 단편적인 인물의 기억과 증언을 따르는 작품으로 1980년 5월 계엄군에 맞서 싸운 이들과 남겨진 자들의 아픔, 고통, 분노, 연민 등이 배우의 신체, 행위, 오브제 등을 통해 연계되고 반복되며 표현된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변주한 연극 ‘휴먼푸가’(사진제공=남산예술센터)

 

제목에 쓰인 ‘푸가’(특정 주제가 규칙적인 모방 반복을 따르는 악곡)는 특정 사건에서 파생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간의 고통이 여러 인물들의 삶을 통해 변주되고 반복되는 극 형식에서 비롯된다.

 

극의 이야기와 장면, 인물들이 독립적이면서도 교차되는 것처럼 객석과 무대 역시 따로 존재하지만 경계를 허물어 관객을 극 속으로 끌어들인다. ‘노래하듯이 햄릿’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의 배요섭 연출작으로 운영종료를 발표한 남산예술센터의 마지막 작품이다. 

 

 

백석 시로 넘버를 꾸린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시인 백석(강필석·오종혁·송원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기생이었던 여인 자야 김영한(정운선·이하나·전성민)의 애달프기만한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제목과 동명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비롯해 ‘국수’ ‘여우난 곬족’ ‘선우사’ ‘절망’ ‘남주의주 유동 박시봉방’과 ‘흰 바람벽이 있어’ 등의 백석 시가 각각 ‘반가운 것’ ‘정주’ ‘흰밥과 가재미와 우린’ ‘북관의 계집’ ‘어느 사이에’ 등의 넘버에 실린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백석과 그에 대한 하염없지만 믿음으로 충만한 기다림으로 일관했던 자야의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이 때론 쾌활하고 소박하게, 또 때론 애틋하고 아프게 펼쳐진다.  

 

 

백석 시로 넘버를 꾸린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2016년 처음 관객들을 만난 후 2017년 재연에 이은 세 번째 시즌으로 초연부터 함께 하고 있는 강필석·오종혁과 정운선이 각각 백석과 자야로 다시 돌아왔다. 더불어 ‘아랑가’ ‘개와 고양이의 시간’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 ‘키다리아저씨’ 등의 송원근이 백석, ‘호프’ ‘더 데빌’ ‘록키호러쇼’ 등의 이하나와 ‘베르나르다 알바’ ‘데미안’ ‘풍월주’ 등의 전성민이 자야로 새로 합류했다.

 

백서과 자야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사내는 ‘미드나잇’ ‘템플’ ‘B클래스’ ‘난쟁이들’ ‘전설의 리틀농구단’ 등의 윤석현과 ‘미아 파밀리아’ ‘마리 퀴리’ ‘팬레터’ 등의 장민수가 새로 합류해 무대에 오른다.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뮤지컬 ‘작은 아씨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루이자 메이 알코트 원작의 ‘작은 아씨들’은 동명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답게 성장하는 마치 가의 전혀 다른 성격의 네 자매 이야기다. 

 

‘윤동주, 달을 쏘다’ ‘영웅’ ‘신과함께-이승편’ ‘오이디푸스’ 등의 한아름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빅 피쉬’ 대본 윤색과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작곡, ‘엑스칼리버’ ‘팬텀’ ‘더 라스트 키스’ 작가 등의 박천휘 작곡가가 넘버를 꾸렸다. 

 

뮤지컬 ‘레드북’ ‘시티오브엔젤’, 차지연의 모노극 ‘그라운디드’와 연극 ‘라스트세션’ ‘킬 미 나우’ 등의 오경택 연출작으로 원작의 섬세하면서도 따뜻하고 쾌활한 정서가 고스란히 무대에 구현된다. 

 

마치 가의 둘째 딸로 작가를 꿈꾸는 조 역에 뮤지컬 ‘레드북’ ‘헤드윅’ ‘리지’ ‘개와 고양이의 시간’ ‘키다리아저씨’ 등의 유리아와 서울시뮤지컬단원 이연경이 더블캐스팅됐다.

 

조실부모하고 할아버지와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 소년으로 조와 풋풋한 로맨스를 책임지는 로리는 ‘시데레우스’ ‘베어더뮤지컬’ ‘알앤제이’ ‘환상동화’ 등의 기세중과 서울뮤지컬단원 허도영이 번갈아 연기한다.

 

장녀로서 책임감과 포용력을 지닌 메그 역에는 ‘브로드웨이 42번가’ ‘록키호러쇼’ 등의 이혜란, 수줍지만 배려심 넘치는 베스에는 신예 서유진이 캐스팅됐다.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뮤지컬 ‘작은 아씨들’의 조와 로리. 왼쪽부터 로리 역의 허도영, 조 유리아, 로리 기세중, 로리 이연경(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욕심도, 꿈도 많은 말괄량이 막내 에이미는 ‘그날들’ ‘번지점프를 하다’ ‘키다리아저씨’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등의 이아진과 서울뮤지컬단 ‘애니’ 출신의 전예지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원작의 결은 살리면서도 따뜻한 위안을 전하는 이야기, 9인조 오케스트라에 실린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믹스매치한 선율, 새로 작곡한 가상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네 자매의 전혀 다른 개성을 음악적으로 차별화하면서도 하모니를 이루는 넘버 등으로 무장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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