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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좌헌 “늘 ‘막내 하고 싶은 거 다 해’ 하는 형님들 덕에 매일 행복해요!”

[신人]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좌헌, 허규·송용진·조형균·백형훈·최민우, 고영빈·박영수·이충주·고훈정·김찬호·이승헌·장지후·노윤 등과 매일 행복한 '행피 바이러스'

입력 2021-07-19 19:10 | 신문게재 2021-07-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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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좌헌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

 

“보시는 분들 마음과 저랑 똑같아요. 신인이 할 수 있을까…전 인지를 못했는데 첫 공연에서 손을 엄청 떨었더라고요. 정말 부담이 컸었나봐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연기적, 음악적 생각이 아예 안들었어요. 첫장 지문을 읽고 둘째 장을 폈는데 29페이지까지 계속 ‘브이’만 있는 거예요.”

첫 주연작인 뮤지컬 ‘마마돈크라이’(8월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그의 첫 주연 캐릭터 프로페서 브이와의 첫 대면은 이랬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본 정독을 몇번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분량의 대사와 혼자 끌어가야하는 시간들이 박좌헌의 표현을 빌자면 “족쇄와도 같았다.”

“방대한 텍스트들이 처음엔 족쇄였는데 이제는 좀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그 방대한 텍스트가 주는 의미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거든요. 텍스트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엄마와 메텔 그리고 백작이 죽고자 하는 이야기를 심적으로 놓치지 않고 끝까지 가지고 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좀 자유로워진 것 같고 좀 더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드라큘라 백작을 진심으로 만나는 데 온전히 시간 쏟을 수 있어서 너무 재밌고 행복해요.”


◇막내 박좌헌, 어마무시한 주연 데뷔작을 만나다!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좌헌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
“과거로 돌아갔다가 현재시점에서 얘기하기도 하고 배우의 시점인지, 프로페서 브이의 시점인지, 그냥 인간 박좌헌의 시점인지 조차도 가늠이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서 너무 재밌어요. 자꾸 구렁텅이에 빠지게 하는 이런 장르가 너무 재밌고 저를 행복하게 해요.”

지난해 10주년을 맞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해 늦게 기념공연 중인 뮤지컬 ‘마마돈크라이’는 ‘사춘기’ ‘최후진술’ ‘해적’ 등으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이희준 작가·박정아 작곡가·김운기 연출로 2010년 초연돼 올해로 6번째 시즌을 맞았다.

타고난 천재성, 병적인 수줍음, 엄마의 불행 등으로 사회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프로페서 브이(박좌헌·허규·송용진·조형균·백형훈·최민우,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가 달의 폭력, 엄마의 불행으로 태어난 치명적인 매력의 드라큘라 백작(노윤·고영빈·박영수·이충주·고훈정·김찬호·이승헌·장지후)을 만나 위험한 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연구에 빠져 집을 떠나버린 아버지에 상처받고 눈물짓는 어머니, 차마 고백하지 못한 첫사랑 메텔에 대한 감정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가 하면 다소 어눌하고 수다스러워 자칫 방정맞아보일 수도 있는, 그래서 수위 조절과 균형이 중요한 프로페서 브이는 신인 박좌헌에게 쉬운 캐릭터가 아니었다.

“사실 저는 반대가 어려웠어요. 어린 모습의 브이나 까불거리는 건 제 평소 성격과 잘 맞아서 즐거웠는데 오히려 백작한테 물리고 나서 멋있게 해야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저는 멋있게 하는데 사람들은 웃고 있고…(장)지후 형님, (이)승헌 형님 등 백작 형님들은 그냥 서 있는 자태도 멋있거든요.”

백작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되기 전과 후의 균형잡기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는 박좌헌은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밝고 명랑하면서도 슬픔이 있는 모습은 변하지 않지만 자질구레한 것들이 극명하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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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마돈크라이’ 중 프로페서 브이를 연기 중인 박좌헌(사진제공=알앤디웍스)

 

“목소리의 톤이 확 낮아지거나 보폭이 넓어지는 식이죠. 잔동작도 없앴어요. 앞부분엔 톤이 저 위에 있는데 처음 뱀파이어에 물리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아예 확 내렸어요. 성향적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제스처가 크게 달라지죠.”

이어 박좌헌은 “많은 말을 하면서도 엄마와 메텔에 대한 생각을 놓치지 않는 게 너무 어려웠던 것 같다”며 “대부분이 애드리브고 재밌게 풀어낸다고 해서 한순간이라도 두 사람에 대한 생각을 놔버리면 뱀파이어가 되기로 선택한 후의 삶이 뜬구름 잡는 것처럼 돼버리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처음 연습할 때는 첫 장면이 너무 밝기만 해서 자꾸 잊곤 했어요. 내(브이)가 뱀파이어가 된 이유는 메텔과 엄마 때문인데…미세하게 그 끈을 붙들고 가야한다는 게 너무 어려워서 단순한 방법을 동원했죠. 대사를 하는 중간 중간 한번씩 엄마가 있는 2층의 등과 메텔을 처음 만난 창문을 좀더 많이 봐요. 잊을 것 같으면 더 많이 보면서 계속 생각하죠. 그걸 놓치면 마지막 절규가 허망해지거든요.”

매시즌 재관람율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품, 오랜 시즌을 함께 해온 탄탄한 배우들 역시 박좌헌이 짊어지고 극복해야할 것들이었다. 

 

“여기서 함께 하는 브이, 백작 형님들이 죄다 저의 롤모델이에요. 그분들과 함께 하니 처음엔 너무 행복했죠. 하지만 연습을 하면 할수록 저만의 색이 없는 거예요. 형님들의 브이를 답습하게 되고 저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고…그게 힘들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 젊잖아요. 절로 어린 혈기가 나올 수밖에 없으니 탄탄한 형님들의 것들을 가져와 제 걸로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형님 오늘 이거 재밌었는데 저 해도 돼요’라고 여쭤 보면 형님들이 흔쾌히 ‘다 가져’ ‘이제 이건 네 거야’ ‘막내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해주셨어요. 처음엔 부담이었고 스트레스였던 게 무기가 됐죠. 형님들이 고민하셨던 걸 긍정적으로 가르쳐주셔서 정말 다양한 걸 얻고 시도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어요. 그래서 매일 매일 너무 행복해요.”


◇밉다가도 안아주고 싶고 안기고 싶은 백작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좌헌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

“마냥 다크하기만 한 뱀파이어가 아니어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치열한 모습 속에 블랙코미디가 있거든요. 보통은 백작이 인간을 매혹시키지만 ‘마마돈크라이’에서는 브이가 찾아가요. 제 발로 찾아온 사람을 피에 굶주려 공격하기보다 호기심을 가지고 궁금해 하죠.”


박좌헌의 말처럼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변주되는 ‘뱀파이어’ ‘드라큘라’가 “인간을 먹잇감이 아니라 스스로가 죽기 위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인간을 궁금해 하는 존재”로 등장하는 것이 ‘마마돈크라이’의 차별점이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떠난 아버지도 나와 같은 삶을 살았던 게 아닐까. 백작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돼 떠난 건 아닐까, 아들까지 뱀파이어가 된 모습을 본 엄마는 아버지를 잃은 것 같은 슬픔에 또 잠겨 있는 건 아닐까. 또 메텔이 내(브이)가 뱀파이어가 된 걸 모르기만 할까, 과거로 시간을 돌려 기억이 없어졌다지만 진짜 없어진 걸까…그런 생각들이 들면 갑자기 백작이 미웠어요.”

그리곤 “대본을 읽으면 읽을수록, 공연을 하면 할수록 그리고 백작의 큰 그림이 맞춰질 때마다 저렇게까지 지도를 제대로 그려놓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무섭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고 계산하는 백작이, 브이는 무서웠겠다 싶다”고 부연했다.

“그러다가도 영생을 위해 피를 끊임없이 먹는 대부분의 드라큘라와 달리 나를 죽여줄 새로운 뱀파이어를 찾아 헤매는 백작을 보면 또 너무 안쓰러워요. 그래서 밉다가도 슬퍼지죠. 특히 백작을 찌르는 장면이 제일 슬퍼요.”

이어 박좌헌은 “찌르고 나가면서 ‘메텔’을 부르는데 메텔 보다는 백작 쪽에 신경이 더 많이 간다. 미웠다가도 ‘나는(브이) 사랑하는 두명을 떠나보냈을 뿐인데도 이렇게 힘든데 이 사람(백작)은 얼마나 많은 사랑하는 이들을 보냈을까’ ‘얼마나 죽고 싶고 그만하고 싶을까’ 싶어 연민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형님들이 너무 슬프게 하세요. 멋있기만 하다가 달이 떨어지면서 노래할 때는 그렇게 슬플 수가 없어요. 괜히 불쌍하고 내가 잘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고…백작 형들을 보면 자꾸 ‘안아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후 형한테는 제가 안기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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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

그리곤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달의 사생아’를 꼽았다. 드라큘라 백작의 비극적 탄생을 노래하는 넘버로 박좌헌은 “처음엔 ‘타임 플라이’ ‘유 아 소 뷰티풀’이 좋았었는데 최근엔 ‘달의 사생아’ 중 백작과 브이가 대결하듯 부르는 부분에 빠져버렸다”고 털어놓았다.

“그 전까지는 감정적으로 대치한다 정도로 느꼈는데 요즘엔 이 장면이 너무 소중해요. 여기서 서로가 한발짝도 안물러나는 게 중요하죠. 그 대화들로 백작을 찌르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선택 같거든요. 뱀파이어가 되는 선택도 중요하지만 백작을 죽이게 되는 선택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을 알면 알수록 이 장면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공을 들이게 된다”는 박좌헌의 설명처럼 “심호흡을 하고 오로지 백작만 보며” 임하는 이 장면은 마지막의 또 다른 선택과 결심에 맞닿아 있기도 하다.

“결국 브이도 백작을 인정하고 결심을 하죠. 브이는 이제 결심했지만 백작은 또 다시 살아가야하는 삶이 된 거잖아요. 그래서 맨 마지막의 하이파이브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죽이고 죽이려다 마지막에 손을 잡는다는 건 ‘각자’였다가 ‘함께’가 됐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새로운 이론을 찾는 브이처럼 매회 새롭게! 마냥 행복한 ‘해피 바이러스’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좌헌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

 

“브이가 새로운 이론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저에겐 배우라는 직업이, 연기가 그런 것 같아요. 연습 초중반까지는 힘들다가 어느 정도 감을 잡고는 형님들, 연출님이 응원해주시면서 브이의 밝은 부분은 충분히 할 수 있겠다 했어요. 하지만 첫 공연을 올리고 나서는 또 달라졌어요. 괜찮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대본을 보며 장면 장면을 뜯어보기 시작했죠.”

그리곤 “혼자 끌고 가는 27분”을 예로 들었다. 그는 “관객들에게 말 거는 부분이 어려웠지 속도감 있게 치고 나가는 그 27분은 괜찮았는데 개막(5월 27일) 한달이 지나고서는 제가 그 앞부분을 끌고 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관객과 조명은 앞에 있는데 저만 뒤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첫 술을 잘 떠야 하는데…불과 한달 전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왜 이렇게 못나오나 싶어서 다시 대본 분석에 들어갔죠. 맨 첫 대사 ‘오랜 시간이 흘렀죠’의 템포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이어 쳐지기만 해도 안되고 빠르기만 해도 안되고 슬퍼도 안되고 너무 밝아도 안되는 가장 중요한 대사”라며 그걸 물고 늘어져서 꽤 만족스럽게 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고 나니 이번엔 맨 마지막 장면, 메텔을 잃고 나서가 해결이 안되는 거예요. 그래서 또 다시 대본을 보고 준비했죠. 매 공연마다 괜찮은 것 같았는데 아닌 부분을 찾게 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아직 멀었구나 싶지만 재밌어요. 제 인생에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장르가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한 것 같거든요.”


인터뷰 내내 “행복하다”를 수차례 반복한 박좌헌은 스스로를 ‘해피 바이러스’라고 표현하며 “지금의 저처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가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거든요. 제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어요. 아무도 안 힘들 순 없죠. 하지만 힘들어도 저 때문에 웃었으면 좋겠어요. 꼭, 다들 행복하셔야 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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