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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래서 거장, 거장 하는구나! 영화 '원 세컨드'

[Culture Board] 중국 국민배우 장역의 믿고보는 연기
장예모 감독이 말하는 필름찬가

입력 2022-01-26 18:00 | 신문게재 2022-01-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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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컨즈
12세 관람가인 영화 ‘원 세컨드’의 한 장면. 고작 1초만에 사라지는 딸의 얼굴을 보려는 부성애가 눈물겹다.(사진제공=영화사 찬란)

 

한마디로 ‘중국판 시네마 천국’이다.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장예모 감독의 신작 ‘원 세컨드’는 거장의 이름값을 증명하는 영화다. 근대국가의 출발과 문화대혁명을 관통하는 이 영화는 진한 뒷맛을 남긴다.

 

영화를 보는 것이 유일한 문화 생활인 중국의 지방 소도시, 남루한 남자가 이제 막 상영이 끝난 영화관을 찾는다. 다음 상영은 차로 하루를 넘게 달려야 하는 이웃 마을. 낙심하던 그는 필름을 훔치는 소녀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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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장쯔이등 여배우를 발굴하는데 탁월한 시선을 가진 장예모는 이번에도 류 하오춘이란 신인을 선택해 될성부른 나무의 존재를 대중앞에 내놨다. (사진제공=영화사 찬란)

캄캄한 밤 무작정 필름도둑을 붙잡고 되돌아가니 배달기사는 필름 한 통이 없어진지도 모른 채 이미 출발한 상태,

 

두 사람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필름 배달에 나선다. ‘원 세컨드’는 영화 상영 전 방영되는 뉴스에 헤어진 딸의 모습이 담겼다는 소식을 듣고 노동교화소를 탈출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영화보다 뉴스에, 소녀는 영화보다 필름 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영사기사의 아들이 필름을 망가트리면서 영화의 비극이 시작된다.

장예모 감독은 지금은 사라진 필름 영화에 대한 애잔한 향수와 왜곡된 이념과 가난으로 피폐했던 당시의 상황을 교차시킨다. 

 

마을사람들은 필름을 물에 헹구고 부채로 말리는 등 영화상영에 목숨을 건다. 그 과정에서 남자가 탈주범이란 사실과 숨겨진 사연을 알게 된 영사기사는 단 1초 만 나오는 딸의 모습을 일일이 필름으로 이어 붙여 무한 반복으로 보게 해준다. 

 

영화가 가진 또 다른 감동 코드는 아버지를 잃은 소녀의 존재다. 그는 어린 남동생을 위해 필름이 필요한 상황이다. 동네 잡배들에게 시달리는 이유가 빌린 전등갓을 동생이 태워 먹었기 때문. 이를 안 남자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해 준다. 사실 두 사람은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딸과 아버지를 잃은 공통점이 있다.

‘원 세컨드’의 반전은 영사기사가 보여주는 친절과 오지랖이다. 흡사 중국의 두 얼굴을 겨냥한듯 웃으면서 뒷통수를 치는 그의 존재야말로 장이머우 감독이 노린 마지막 한방으로 보인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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