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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손정의, '서울담판' 나오나?

입력 2022-10-03 16:15 | 신문게재 2022-10-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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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손정의
지난 2019년 만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오른쪽)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연합뉴스)

 

일본 소프트뱅크와 삼성전자간의 ‘서울담판’이 언급된 지 열흘만인 지난 1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방한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삼성전자와의 기업인수합병(M&A)설이 나돌 고 있는 영국의 팹리스(반도체설계회사) ARM의 대주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손 회장의 방한사실을 공개한데다 실제 손 회장의 방한이 이뤄지자 두 사람의 동태파악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은 지난 1일 오후 3시 50분께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1주일 가량 머물면서 이재용 부회장과 회동을 통해 양 사의 협력 관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손 회장이 이날로 방한 사흘째지만 삼성전자 복수의 관계자들은 두 수장의 회동 사실과 내용 등에 관해 “모른다”거나 “알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논의 형태는 손 회장 측의 제안을 바탕으로 양 측의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복권 후 첫 해외 출장 귀국길에서 ARM 경영진과 회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다음 달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에 오실 것”이라며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관측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선 인수방식은 삼성이 ARM 지분에 참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의 단독인수 방안은 과거 독과점 이슈로 무산된 적이 있는데다 복잡하게 얽혀진 반도체 생태계를 볼 때 경쟁당국의 견제가 심할 것이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ARM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의 구조방식을 설계해 삼성전자,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에 판매하는 회사로서 ‘반도체 회사의 반도체 회사’로 불린다. 특히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지분 75%로 ARM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0년 미국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약 57조원)에 매각하려 했지만, 2년 가까이 진행된 협상은 독과점 문제로 올해 2월 영국, 미국 등 규제 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손 회장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기술적 협력사로 참여한다면 ARM의 몸값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ARM은 지난해 매출 27억 달러(약 3조9000억원)로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회사 가치는 최대 100조원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 25%의 ARM 지분을 갖고 있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입장은 다르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6월 기준 2분기 연속 3조1627억엔(약 30조5000억원), 비전펀드는 7조엔(약 69조3840억원) 손실을 각각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RM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위해 지분 3~5% 정도를 취득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큰 손실로 입지가 낮아진 손 회장이 알짜 기업인 ARM의 몸값을 높이는 데 삼성전자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급한 쪽은 오히려 손 회장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를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스템 반도체의 확장을 위해 ARM과 전략적 협력은 삼성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며 “경쟁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묘수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ARM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IPO 전문가 제이슨 차일드(Jason Child)를 CF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30년 경력의 재무통으로 알려진 그는 최근까지 쿠팡 이사회 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철중 기자 cjpark@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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