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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K반도체, 미·중 패권전쟁에 EU까지…

입력 2023-04-21 06:33 | 신문게재 2023-04-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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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제공= 삼성전자)

 

미국과 중국 중심의 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에 유럽연합(EU)이 가세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는 첩첩산중을 만났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칩4’와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으로 분화되는 것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당장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EU 역시 잠재적 경쟁자인 만큼 우리 기업들의 셈법은 한층 더 복잡해 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EU 3자(EU 집행위원회·이사회·유럽의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EU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했다. 해당 법의 핵심은 2030년까지 민간과 공공에서 430억 유로(약 62조원)를 투입해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EU는 미국, 중국과 더불어 세계 3대 반도체 수요국이지만, 공급망 점유율 만큼은 10%에 불과하다.

EU 회원국들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제조시설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가 절대적인 상황으로 제조를 위해서는 대부분 대만의 TSMC와 UMC에 맡긴다. 유럽의 대표적인 팹리스로는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있다. 또한 반도체 장비업체 중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해 슈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이 있다.

EU 반도체법은 앞으로 이사회와 유럽의회 각각의 승인 절차를 거친 후 관보에 게재되며, 효력도 그때부터 발생한다. 최종 확정된 법안은 관보 게재시 확인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역외 기업에 대한 명시적인 차별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도 적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EU가 반도체를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역내 생산 강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제조 역량이 강화될 수록 글로벌 경쟁은 더 치열해 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유럽은 경쟁력 있는 분야가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로, 우리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려는 상황에서 잠재적인 경쟁자로 부상한 데다, 향후 경쟁 구도가 변하고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그동안 유럽 반도체 장비 회사로부터 우리가 우선순위로 공급받았는데 앞으로 유럽에 팹을 짓는 회사에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파운드리 회사에 대한 유치 경쟁이 활발해지며 이들 회사의 투자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TSMC는 독일 드레스덴 반도체 공장 건설 준비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영국의 팹리스 ARM과 깜짝 동맹을 선언한 인텔은 지난해 3월 유럽 전역에 800억 유로를 투자,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1월 방한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연이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고 주요 경영진과 만난 것은 결국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어서 당분간 유럽 내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철중 기자 cjpark@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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