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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슈주'를 몰라도 멤버들 얼굴과 이름은 '다 아는' 한국 연예계에서…

[#OTT] 디즈니+,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 맨 스탠딩’ 왕관의 무게를 견딘 멤버들 모습 조명
K-POP 산업에 관한 통찰력 엿 볼 기회

입력 2023-05-10 18:00 | 신문게재 2023-05-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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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초부터 남달랐다. 무려 13명이 무대에 올랐다. 지금이야 흔하지만 많아야 6명, 2명이나 3명이 그룹을 만들던 시대 ‘슈퍼주니어’는 그렇게 태어났다. 자조섞인 질문과 더불어 내부의 시선도 회의적이었다. ‘SM 내부에 연습생이 많아져 한꺼번에 데뷔시켰다’ ‘돈 많은 멤버들로 추렸다’ ‘멤버별 담당 파트가 10초를 안 넘는다’ 등 별의 별 소리가 다 들렸다.


하지만 그런 말조차 슈퍼주니어에 대한 관심을 반증했다. 되돌아 보면 이 그룹은 SM의 빅피처를 이끈 단단한 주춧돌이었다. HOT, SES, 신화로 한국 아이돌 시작을 주도했고 보아, 동방신기 등 굵직한 한류 1세대들을 탄생시켰지만 그들은 철저히 ‘가수’로 구분됐다. 노래와 춤 이외에는 모든 게 차단된 온실 속 화초였다. 하지만 슈퍼주니어는 달랐다. 이들은 유닛을 꾸려 각자의 장점을 살리고 전방위에서 활약했다. 디즈니 플러스의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 맨 스탠딩’은 슈퍼주니어의 치열했던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20주년을 향해 달려가는 성장과 미래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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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더 라스트 맨 스탠딩’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대형 그룹으로 데뷔 후 아시아를 넘어 월드클래스 아티스트로 불리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감정은 솔직히 감동 보다 재미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멤버와 각자의 사건사고로 지금의 멤버가 확정되기까지 슈주의 팬이 아니면 몰랐을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세계적인 OTT로 공개됐지만 제작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이기에 기본적인 톤앤 매너가 밝고 긍정적인 게 유일한 흠이랄까.

데뷔 초 차 전복사고로 생명이 위독했던 일이나 기존 멤버들의 이탈 등은 스치듯 지나가거나 일체 담겨있지 않다. 전방위로 활약 중인 멤버들의 속내가 드러나는 순간 스타다큐멘터리가 가진 연출된 장면들이 곳곳에 눈에 띄기도 한다. 그럼에도 ‘깨발랄’ 멤버들의 매력은 여전하다.

아마도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로 카메라에 앞에 앉았겠지만 이제는 SM 내부에서도 ‘슈퍼주니어’의 존재가 그만큼 커졌음을 드러내는 장면이 여러곳이다. 멤버들 대부분이 곧 마흔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들의 결속력은 웃음과 자조, 콩트로 수차례 방송에서 소비(?)됐다. 집돌이 동해, 수다꾼 은혁, 외톨이 예성, 재간꾼 신동, 할말하는 희철, 겉 멋든 시원, 마성의 려욱, ‘막내 온 톱’ 규현 등 이들이 싸운 에피소드와 정확한 시간, 직후 방송까지 유튜브로 제작돼 있을 정도다.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 맨 스탠딩
총 9명의 멤버들은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 맨 스탠딩’에서 고난의 과거를 자조하지 않고 현재를 즐기는 모습으로 특유의 에너지를 뽐낸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 맨 스탠딩’은 풋풋함이 묻어나는 신인시절부터 각자의 분야에서 ‘따로 또 같이’ 활동을 이어가며 성장해가는 슈퍼주니어의 변화된 모습에 집중한다.

데뷔 전부터 슈퍼주니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전 슈퍼주니어 헤드매니저이자 현재 SM 탁영준 대표이사는 극 중 “자신있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그 어떤 그룹보다 멤버 각자의 이름을 가장 많이 알린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 말은 ‘가수는 노래만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가수가 연기도 하네’를 거쳐 ‘노래 말고 또 뭘 할 줄 알아?’로 바뀐 현재의 산업 분위기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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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소속사 내부에서도 힘든 결정이었을 슈퍼 주니어의 데뷔 과정이 다큐멘터리의 초반을 대부분 장식해 눈길을 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들은 그저 히트곡 ‘쏘리, 쏘리’ ‘너라고’ ‘미스터 심플’로 대표되는 꽃미남 아이돌 가수가 아니다. 멤버들 각자가 연기, MC, 솔로 앨범, 유닛 등의 활동을 통해 숨겨진 끼를 발산했다. 2008년 서울에서 막을 올린 이후 14년 동안 전 세계 30개 도시에서 열리며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콘서트 브랜드 ‘슈퍼쇼’를 여전히 소화하고 있다.

직접 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수천번씩 부른 노래일지언정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다. 여장을 하고 반짝이 의상을 입고 때론 울컥하는가 하면 누군가 망가질지언정 몰래카메라를 진행하는 개구진 장면이 연출된다. ‘슈퍼쇼’는 각자가 국방의 의무를 졌을 때는 멤버들이 돌아가며 콘서트 연출을 맡아 훈훈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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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두터움 팬덤이 응축된 슈퍼 주니어 콘서트의 한 장면.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돌아 보면 SM은 일찍부터 이들을 한국에 국한된 아이돌로 키울 계획이 없어 보였다. 지난 2000년 ‘묵공’은 한중일 합작 영화였는데 안성기, 유덕화가 출연하는 캐스팅 목록에 연기 신예였던 최시원이 이름을 올려 화제였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었다. 아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소녀시대의 효연과 최시원은 일찌감치 중국에 건너가 언어연수를 끝낼 정도로 아시아를 접수하고 세계무대를 향해 도약할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었다.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 맨 스탠딩’ 후반부는 그런 가시밭길을 넘어 명실상부 최장수 아이돌 그룹으로 향해가는 멋진 남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팬들은 멤버들과 함께 나이들고 응원하며 각자의 길에 집중한다. 진정한 팬덤은 바로 이런 것이다. 작금의 시대 ‘한국=BTS’라는 공식과 더불어 ‘K팝=아이돌’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지만 슈퍼주니어는 후배들이 앉을 안락한 쇼파를 위해 기꺼이 고생을 고생이라 여기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또 모른다. 실제 그 의자의 주인공은 이미 정해져 있었을지도. 슈퍼주니어는 기꺼이 앉을 자격이 된다. 하긴 웰시코기 급 발랄함을 지닌 멤버들은 “우리는 줘도 안 앉을 것”이라며 쿨하게 각자의 길을 가겠지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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