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산업·IT·과학 > 전기 · 전자 · 반도체

[반도체의 내일을 본다①] 한국팹리스協 "팹리스 성장해야 시스템 반도체 큰다"

K팹리스, 현재 150여개 있어…기업 수 감소
"공공형 파운드리 있어야...칩 개발 늦어져"
AI반도체 업체 구원투수로 등판…적은 예산 우려돼

입력 2023-06-28 06:01 | 신문게재 2023-06-28 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흔히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대부분은 우리 기업들에 의해 생산되고 있습니다. 또,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글로벌 10위권 내에 위치하는 등  파운드리와 AI반도체 팹리스 등에서 활약하고 있고요. 수출의 큰 축 역시 반도체 몫 입니다. 가히 반도체로 먹고 사는 반도체의 민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브릿지경제는 매주 1편 씩 총 10회에 걸쳐 21세기 반도체 산업의 기초 농사꾼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들을 들어 봅니다.<편집자 주>

 

KakaoTalk_20230627_103942635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사무실.

 

“정부에서는 시스템 반도체를 키우겠다고 하지만, 정작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에 대한 투자는 미미한 것이 현실입니다. 심하게 표현하면 위기상황이라고 봐야 합니다.”

27일 한국팹리스산업협회 김서균 사무총장은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괜찮은 기업들이 있었지만 호황기를 겪으며 오히려 팹리스가 묻혀버렸다”며 진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국내 팹리스 기업들의 개수는 현저하게 줄었다. 협회에 따르면 기존 200개 이상으로 알려졌던 팹리스 기업이 현재 약 150개로 곤두박질쳤다. 메모리 중심으로 이뤄진 반도체 생태계에 팹리스 업체와 연구진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의 싹이 트려고 하는 바로 그 때, 팹리스 업체들의 어려움이 시작됐다”는 김 총장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중심으로 생태계가 조성돼 연구과제가 나오지 않다 보니 팹리스 설계분야에서 인재들이 대거 떠났다”며 당시를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나라가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한다고 하는데 내용을 보게 되면 결국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그리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심”이라며 “결국 반도체 설계에 힘이 실리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사본 -김서균사진23년6월_최종
김서균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사무총장.(사진=한국팹리스산업협회)
한국팹리스산업협회는 이런 현실 위기 극복을 위해 조직된 단체다. 정책에서 배제되는 팹리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협회에서 따로 독립했다. 협회는 지난해 12월 독립한 뒤 서울대, 서강대 등 대학교와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한국 반도체 시장에서 팹리스의 설 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대 현안이자 과제인 셈이다.

김 총장은 시스템 반도체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선 팹리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공공형 파운드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팹리스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공형 파운드리가 반드시 필요한데, 한국은 그런 시스템 자체가 없어 팹리스의 칩 개발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김 총장은 “대만 TSMC 역시 사업 시작 당시 대만 정부가 자금의 50%를 투자한 공공형 파운드리로 시작했다”고 전제한 뒤 “게다가 대만은 TSMC의 성장과 함께 자국 팹리스 기업들을 지원해주며 시스템 반도체 업계를 전반적으로 확장시켰다”고 부연했다. 그 결과, 80년대 팹리스가 3개에 불과하던 대만은 현재 200개 이상의 팹리스를 보유한 국가로 발전했다. 현재 대만의 팹리스 시장 점유율은 1위 미국(68%)에 이은 2위로, 2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김 총장은 “대만은 국가 차원에서 팹리스를 밀어주니 팹리스가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기면서 파운드리 기술력이 올라가고, 테스트베드(시험대) 패키징 산업까지 발전하며 업계 전체가 커졌다”며 “TSMC는 팹리스를 위한 파운드리로 시작한데 비해 국내 팹리스 기업들을 위한 파운드리는 없다. (한국에) 건전한 생태계 육성이 되지 않는 이유”라고 일침을 놨다.

KakaoTalk_20230627_104238292
한국팹리스산업협회가 참여한 제1회 시스템반도체 상생포럼 단체 사진.

 

이처럼 팹리스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AI반도체 시장이 대두되면서 상황 반전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부분은 희망적이다. 최근 몇 년간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유망한 팹리스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LX세미콘 외에 유명 팹리스가 없던 상황에서 구원투수가 등장한 셈이다.

다만 예산에 대한 우려가 뒤를 따른다. 대표적으로 퓨리오사AI는 1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지만, 개발·양산을 고려하면 넉넉지 않은 금액이다. 김 총장은 “최소 4000억~5000억원 정도의 추가 투자가 있어야 안정권에 들어설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모든 반도체는 AI반도체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AI반도체는 만만한 분야가 아니라서 수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들 기업의 성공이 팹리스 업계를 살리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한 뒤 “팹리스가 발전하면 생태계 조성은 자동적으로 된다. 앞으로 팹리스 위주로 산업 정책이 전환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