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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인생2막을 사는 사람들① '교장 선생님'에서 '냉동공조기능사로' 신동천 님

39년 교직 생활 후 '논다' 얘기 듣기 싫어 과감히 새로운 삶에 도전
폴리텍대학 신중년 특화과정 통해 기술 배워 새 일터에서 '구슬 땀'

입력 2023-08-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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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천 씨가 근무지에서 일하는 모습. 39년을 봉직했던 교직과는 전혀 다른 근무 환경에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그는 지금도 ‘1년에 자격증 하나 씩’ 이라는 당찬 계획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자전거는 달려야 쓰러지지 않는다.’

39년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폴리텍대학 신중년 특화과정을 통해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증을 따 현재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기관실에서 새로운 도전의 삶을 살고 있는 신동천(64) 씨의 인생 좌우명이다.

평생 교직에서 봉사하다 전혀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는 무엇보다 “퇴임 후 ‘논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제2의 인생’ 같은 표현도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할 수 있고 베풀 수 있을 때 사회에 뭔가 기여하려 노력하는 삶에 의미를 둘 뿐이라는 생각이다.

신동천 씨는 9 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넉넉치 않은 집안 형편 탓에 중 1 때부터 일찌감치 직업전선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고 한다. ‘어떤 직업이 가장 보람되고 행복할까’ 오랜 고민 끝에, 자신에게 부족했던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택했다. 당시 정부의 기술 진흥 정책 덕분에 자연스럽게 충남공업교육대학에 입학해 교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은퇴 후에는 교직 생활의 연장선 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마침 모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을 맡아 달라는 제안이 와 2년 동안 도움을 주었다. 평소 은퇴 후 ‘조경’ 쪽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어느 날 교직을 함께 했던 친구가 폴리텍대학을 소개해 주었고 그는 큰 고민 없이 신중년 특화과정에 입학하게 됐다.

4개월의 짧은 교육 기간에 이곳에서 그는 에너지관리기능사,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증을 한꺼번에 취득했다. 공업고등학교 교직 경험 덕분에 기술과정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린에너지설비과를 수료한 그는 4개월도 안되는 단기간에 2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비결을 묻자 담당교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교수님들이 명확한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을 심어 주었기에 학생 모두가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중고등학교 때 이렇게 공부했다면 명문대학에 무난히 입학했을 것’이라고 할 정도”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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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전혀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족들과 지인들의 반응은 걱정과 염려 반, 찬사와 박수 반이었다고 한다. 교단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일한다는 게 즐거운 일만도 아니고, 특히 익숙하지 못한 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법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사회 구성원으로 재 정립하는 기회로 삼아 하루 하루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한다.

운이 좋게도 그가 새롭게 얻은 근무지도 교육기관이다. “덕분에 평생을 학교에서 근무하며 익숙했던 자세와 습관으로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웃었다. 대학에서는 중앙도서관과 법대 사대 등 4개 동 건물을 관리하고 있다. 한 조가 4명이다. 하루 숙직하면 하루 쉬는 형태로 2021년 12월 1일부터 벌써 1년 6개월 정도 근무하고 있다.

신동천 씨는 앞으로 에너지설비 부문의 인력 수요가 꽤 많아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왠만한 건물이나 학교시설에 시설관리 전문가 채용이 의무화되었기 때문이다. 지하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소음도 크고 근무환경이 녹록치 않아 이직률은 다소 높다. 하지만 그 만큼 일자리 수요가 꾸준할 것이기에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적극 도전해 볼 만 하다고 권했다.

그는 행복하고 건강한 100세를 위해 벌써 또 다른 도전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1년에 1 자격증 취득’이라는 당찬 목표로 잡아 놓고 여가 시간을 적극 활용해 배움에 정진하고 있다. 현재는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고 귀뜸 했다. 하지만 가게를 차려 직접 중개업을 하기 보다는, 주변에 부동산 법이나 규정을 몰라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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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천 씨가 서울 용산구 한국폴리텍대학 정수캠퍼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폴리텍 출신의 동료들과 함께 후배들의 안정된 은퇴 후 삶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 은퇴자들에게 공조냉동기능사 등의 일자리 수요를 매칭시켜 줄 수 있는 단체나 협회를 구성하고 싶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신동천 씨 역시 새로운 직장과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에 힘든 줄 모르고 공부했다. 그는 폴리텍 신중년 과정에 무한한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교육과정 중에 현장 체험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취업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직접 기계나 설비를 만져보고 운용해 볼 기회를 가졌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인터뷰에 배석했던 그의 은사 최재영 교수는 이에 “교육 수료 전에 보라매건설회관에서 하루 현장 체험을 했는데, 신동천 씨는 워낙 성적이 좋아 수료 전에 조기 입사하는 바람에 현장교육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내년에는 학위과정 뿐만아니라 4개월 과정의 신중년 특화과정에도 실무 실습할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동천 씨는 교직 생활 중 ‘여러분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라고 쓴 피켓을 들고 제자들의 등교 길을 맞았다고 한다. 산본공고 교감을 맡았을 때부터 성남서고 교장으로 퇴직했을 때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문제 학생 관리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 새 그가 제자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의 표현이자 그들이 더 잘 되길 바라는 바람의 표현이 되었다.

그는 “누구나 자기만의 장점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 자체로 가족과 타인에게는 기쁨을 주는 것”이라며 “사회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다 한다면, 자신에게는 보람과 행복감을 주고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신동천 씨는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제2의 인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환경과 처지에 맞게 무슨 일이든 자신의 능력에 따라 우리의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퇴임 후의 새로운 세계를 두려워 말고,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일자리를 내게 에너지와 행복을 주는 것 들이라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 옆의 어떤 사람이라도 내 인생에 도움을 줄 사람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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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천 씨가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주었던 서울 용산구 한국폴리텍대학 정수캠퍼스 내 실습용 공조기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새 삶을 찾고자 하는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찾고 있다. 중년 일자리 수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관련 협회 추진 도 그 가운데 하나다. 아직 취업을 이루지 못한 이들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며, 조만간 가시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천 씨는 매사에 긍정적이다. 표정도 늘 밝다. 특별한 건강 비결은 없지만, 어려서 부모님들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무조건 장수해야 겠다’며 다짐했다고 한다. 요즘도 꾸준히 자전거와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전한다.


◇ 신동천 님은 누구?

충남공업교육대학 토목과 졸업 후 중·고교에서 39년 동안 교직 생활을 했다. 안양공고에서 처음 교편을 잡았고 2020년 성남서중 교장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2021년 친구의 소개로 폴리텍대학 서울정수캠퍼스 신중년과정의 그린에너지설비과(공조냉동직종)에 입학해 수료했다. 이 과정은 2019년 66.7%에서 2020년 84.1%, 2021년 82.0%라는 높은 취업률을 자랑 한다. 에너지관리기능사, 공조냉동기계기능사 등 국가기술자격 2종을 취득해 현재는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기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동기 중에 취업 1호였다. 부인도 교육행정 분야에서 오래 근무하다 같은 해 퇴임했다.


조진래·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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