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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오펜하이머와 일본인

입력 2023-08-15 14:02 | 신문게재 2023-08-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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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화제다.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기술 책임자였던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다룬 이 영화는 지난 7월 21일 미국에서 개봉한 후 3주만인 지난 13일 전 세계에서 약 6억4902만 달러가 넘는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을 받은 전기영화가 이런 흥행실적을 보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는 게 영화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더욱이 오펜하이머는 미국 다음으로 가장 큰 영화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과 한국에서 아직 개봉을 안한 상태라 중국과 한국에서 개봉하면 역대 R등급 영화 흥행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오펜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개봉일인 15일 오전 7시 기준 예매율이 55.3%를 넘어섰고 사전 예매량은 53만9646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영화의 개봉일정을 정하지 못한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오펜하이머의 주도하에 개발한 원자폭탄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되고, 사흘 뒤인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지며 한순간에 20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8월 15일 일본이 항복을 선언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일본에는 원폭 투하로 인한 후유증과 고통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오펜하이머를 바라보는 시각이 복잡하다. 더욱이 매년 원폭 투하일이 되면 주일 미국대사관 앞에서 원폭 투하를 사과하라는 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자신들을 피해자로 인식하는 일본인들도 있어 영화의 개봉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영화 오펜하이머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개봉을 어렵게 만드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기를 주저하고, 자신들을 피해자로만 생각하는 왜곡된 인식을 보여주는 듯해 못내 씁쓸하다.


-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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