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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정휘 “전혀 다른 와일드·로스, ‘구텐버그’와 ‘이토록 보통의’, 두려움 앞에서 내보는 용기”

입력 2023-08-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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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

 

“분명 다른 점이 있죠. 그리고 초연 멤버들이랑은 연습한 기간들도 비슷하고 이 작품을 함께 만들어온 시간들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척 하면 척 하는 것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좀더 익숙하다고 할까,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하잖아요. 뭐든 다 받아줄 거라는 믿음에 무대 위에서 좀 더 자유롭죠.”

뮤지컬 ‘와일드 그레이’(9월 3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1관)에 알프레드 더글라스(Alfred Douglas), 일명 보시(Bosie)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정휘는 2021년 초연부터 함께 했던 정민·박민성, 안지환과의 호흡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와일드 그레이’는 아름다움을 쫓는 유미주의의 대표 인물로 ‘심연으로부터’ ‘살로메’ 등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정민·박민성·김경수, 시즌합류·관람배우·가나다 순)와 그의 몰락을 부른 퀸즈베리 사건에 관련된 실존인물 알프레드 더글라스(정휘·김리현·윤석호·정재환, 이하 보시) 그리고 와일드의 첫 동성 연인이자 현재의 사업파트너 로버트 로스(Robert Ross, 안지환·기세중·김지훈)가 풀어가는 예술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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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초연부터 함께 한 로버트 로스 역의 안지환(왼쪽부터), 오스카 와일드 정민, 알프레드 더글라스 정휘(사진제공=뉴프로덕션)

 

2021년 초연돼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작품으로 뮤지컬 ‘난쟁이들’의 이지현 작가, ‘라흐마니노프’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피아니스트이며 ‘미드나잇’ ‘오디너리데이즈’ ‘왕복서간’ 등의 작곡가이자 음악감독 이범재, ‘킹아더’ ‘검은사제들’ ‘록키호러쇼’ ‘호프’ ‘마마돈크라이’ 등의 오루피나 연출이 의기투합했다.

“보시 역할은 저만 초연을 했어요. 새로 온 보시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너무 잘해내고 있죠. 특히 우리팀 막내 윤석호 배우는 저랑 10살 차이가 나요. 제가 와일드를 해도 될 정도의 나이 차이죠. 저는 절대 할 수 없는 20대 초반의 풋풋함이 보시랑 너무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그 무기가 엄청나더라고요. 되게 새로웠고 좋았죠.”



◇무한사랑 정민, 친근한 박민성, 예술에 빠진 김경수의 오스카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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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공연 중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왼쪽)와 오스카 와일드 정민(사진제공=뉴프로덕션)

 

“정민 와일드는 보시로서는 같이 하면서 되게 좋아요. 무한한 사랑과 굳은 믿음을 주거든요. 제가 뭘 해도 다 받아주는, 제일 안정감이 들고 기대고 싶은 그런 와일드죠. (박)민성이 형도 굉장히 사랑이 많은데 좀 달라요. 정민 형은 완전히 무한한 사랑이에요. 미움도, 흔들림도 없죠.”

이렇게 전한 정휘는 “반면 민성이 형은 사랑이 많으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많이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와일드”라고 부연했다.

“힘들어도 하고 ‘그러지 좀 말라’고도 하는, 감정이 더 크게 나오는 와일드죠. 그래서 친근해요. 정민 형이 한없이 기대고 싶은 와일드라면 민성 형은 저를 너무 많이 사랑하면서도 친근하고 서로 고민 같은 것도 얘기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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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공연 중 오스카 와일드 역의 박민성(왼쪽)과 알프레드 더글라스 윤석호(사진제공=뉴프로덕션)

 

이어 이번 시즌에 오스카 와일드로 새로 합류한 김경수에 대해서는 “저를 사랑한다는 느낌보다는 본인의 예술세계에 좀더 많이 빠져 있는 느낌”이라며 “예술가적인 기질이 좀더 많은 와일드”라고 털어놓았다.

“(김)경수 형이랑 같이 하다 보면 좀 외로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좀더 표현되어지는 것들도 있죠. 사랑을 받는 것 같지만 아닌 것 같기도 한 데서 오는 불안감 등이 잘 나오더라고요. 되게 신선했죠.”



◇유대감과 시너지 안지환, 익숙함과 새로움의 공존 기세중, 든든한 김지훈의 로버트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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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공연장면. 로버트 로스 역의 기세중(왼쪽)과 오스카 와일드 박민성(사진제공=뉴프로덕션)

 

“보시로서는 로스의 존재 자체가 너무 불편해요. 그건 로스를 연기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이 너무 잘맞아서거든요. 그게 또 너무 좋아요. 배우로서의 즐거움과 보시로서의 ‘빡침’이 공존하죠.”

로스는 와일드의 첫 동성연인으로 현재의 연인인 보시를 견제하거나 도발하는 인물로 초연의 안지환과 더불어 새로 합류한 기세중, 김지훈이 번갈아 연기하고 있다.

“(안)지환이는 ‘와일드 그레이’ 뿐 아니라 다른 극에서도 많이 만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여서 유대감과 시너지가 있어요. (기)세중이 형은 원래도 잘 알고 있고 현재 ‘구텐버그’(10월 22일까지 플러스씨어터)를 같이 하고 있어선지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죠. 두 로스 다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시너지가 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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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공연 중 로버트 로스 역의 김지훈(왼쪽)과 오스카 와일드 김경수(사진제공=뉴프로덕션)

 

이번 시즌에 로스로 새로 합류한, DIMF 뮤지컬 스타 출신으로 JTBC ‘팬텀싱어’ 시즌 4 우승팀 리베란테(Libelante, 김지훈·진원·정승원·노현우) 리더인 김지훈에 대해서는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무대와 연기를 대하는 방식이 너무 좋은 동생”이라고 표현했다.

“함께 연습이나 공연을 하면 저도 파이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 만난 배우들끼리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란 쉽지 않아요. 그런데 (김)지훈이는 먼저 터놓고 다가와주고 기대줘서 함께 하는 시간들이 너무 좋았어요. 서로 고민을 나누고 서로에게 집중하며 반응하는 게 재밌죠.”
김지훈의 로스에 대해서는 “응원하게 되는 인물”이라며 “나이는 제일 어린데 오히려 제일 든든한 면이 있는 로스”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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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

“아무 것도 안하고 노래만 해도 굵직함과 드라마가 느껴지죠. 쉽지 않은 표현인데 지훈이가 그걸 해내더라고요. 로스는 굉장히 정제되고 인내하는 역할인데 지훈이를 만나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차기작 ‘구텐버그’와 ‘이토록 보통의’

“한 배우가 많은 역할을 해야하다 보니 힘들긴 해요. 그런데 오랜만에 땀흘리는 역이고 코믹이어서 재밌어요. ‘와일드 그레이’ 공연 중에 연습을 시작했는데 (오스카 와일드 역의) 정민 형이랑 (로버트 로스 역의) 세중이 형이 함께 였어요. 분위기가 극과 극인 작품들을 오가면서 재밌게 하고 있죠.”

지난 2일 개막한 뮤지컬 ‘구텐버그’에 대해 이렇게 전한 정휘는 “너무 다른 성향의 캐릭터로 대하지만 부담스럽기 보다는 낯설어서 재밌다”며 웃었다. ‘구텐버그’는 포도즙을 짜던 구텐버그가 인쇄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코믹하게 풀어낸 2인극으로 작곡가 버드 대븐포트(기세중·선한국·정휘, 이하 가나다 순)와 작가 더그 사이먼(정민·정욱진·최호승)의 이야기다.

한 배우가 모자를 바꿔 써가며 여러 캐릭터를 소화해야하는 작품으로 ‘와일드 그레이’에서 오스카 와일드로 분하고 있는 정민, 로버트 로스 역의 기세중이 함께 출연 중이다.

“보시로서 와일드, 로스로 만나다가 더그(정민)라는 상대역, 저와 같은 역할인 버드(기세중)로 만나는 게 즐거웠어요. ‘구텐버그’에서는 재밌고 ‘와일드 그레이’에서는 죽도록 사랑하고 아파하고 그러다 분장실이나 연습실에서는 수다를 떨며 깔깔거리기고…전혀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그날의 컨디션, 상황, 관객들 등에 따라 달라지는 극이어서 매회 기대하고 설레면서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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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

 

‘와일드 그레이’ ‘구텐버그’ 공연과 더불어 연습을 진행 중인 ‘이토록 보통의’(8월 29~11월 21일 예스24스테이지 3관)는 정휘가 “3연까지 함께 하는 첫 작품”이다. 가까운 미래 사랑하는 연인인 우주항공국 직원 제이(최연우·강지혜·김예원,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로봇 수리기사 은기(정휘·임준혁·황휘)의 서글픈 로맨스다.

“재연까지 해본 작품은 있지만 3연까지 같이 하는 건 ‘이토록 보통의’가 처음이에요. 초연, 재연에 이어 2년여만에 보는데도 또 좋더라고요. 나이를 먹으면서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더 다가오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연습실에서 (최)연우 누나랑 연습하는 걸 보면서 (김)예원 누나가 너무 슬퍼하더라고요.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확실히 있는 작품같아요.”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 “그 앞에서 내보는 용기, 그로 인해 뻗어가는 새로움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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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알프레드 더글라스 역의 정휘(사진=이철준 기자)
“극 중 보시라는 인물이 가진 사회적이지 못하고 못된 성향들, 그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들은 누구나 가지는 경험들이고 감정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 크고 작은 어려움이나 힘든 상황이 생겼을 때 보시처럼 도망가고 회피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전한 정휘는 “큰 사건을 마주했을 때 오히려 정면으로 부딪히고 인정하며 저 스스로에게 떳떳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사람 사는 건 별로 다르지 않아요. 사건들, 환경들이 다를 뿐 힘듦이나 기쁨, 슬픔, 괴로움 등 많은 감정들은 누구나 느끼죠. 특히 요즘은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 미래가 그려지지 않은 깜깜한 상황을 맞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는 선택의 연속이고 그로 인해 삶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정답은 알고 있잖아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해야할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싶어요.”

정휘는 “저 역시 그러지 못해 부끄러울 때도, 스트레를 받을 때도 많다. 한발도 앞으로 내딛기 힘들거나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무엇 하나 나아지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그런 생각들이 끊이질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점점 더 깊이 내려가 버려요. 저를 계속 갉아 먹죠. 그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뭐라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정말 하기 싫고 아무 의미도 없을 것 같지만 용기를 내서 무언가를 했을 때 또 다른 나뭇가지들이 뻗어나가더라고요. 그런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무언가를 하면 거기에 따라오는 어떤 현상들이 또 생기거든요. 그런 순간들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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