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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결혼하고도 혼인신고 미루는 사회...왜?

입력 2023-09-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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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영 국장
최제영 경기취재본부/국장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예전부터 가을에는 시집가고 장가가기 좋은 시절이라고 불렀지만 요즘은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결혼식 청첩장은 날아온다.

오늘은 결혼 이야기를 짚어보려고 한다.

최근 결혼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결혼식을 마쳤더라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신혼부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살 아파트를 구하는데 필요한 청약 또는 대출이 기혼보다 불리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얘기다.

올해 통계청의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 2000건을 기록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대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것이다.

신혼부부들이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유는 대출이나 청약 등 주거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

집값이 하늘같이 높은 상황에서 혼인신고를 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대출받을 기회가 줄어드는 등의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인신고는 소득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기준금액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근로장려금을 세금 환급 방식으로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는 1인 가구일 때가 더 받기 쉽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근로장려금의 연 소득 기준이 단독가구는 2200만 원 미만, 맞벌이 가구는 3800만 원 미만이라고 한다.

때문에 실제 2019년 기준 맞벌이 가구의 근로장려금 수급률은 6.5%로 27.0%에 이르는 단독가구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

‘청년 전용 버팀목전세자금 대출’ 상품은 주택도시기금이 청년들에게 연 1~2%대 낮은 금리로 전세금을 빌려준다는 말도 들린다.

미혼은 개인 연 소득이 5000만 원 이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부부합산 연 소득이 5000만 원(신혼 6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 자격이 안된다.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처럼 맞벌이 가구소득합산과 미혼의 소득 조건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청약에서도 기혼자보다 미혼자가 차라리 더 유리할 때가 많다고 한다.

맞벌이 신혼부부가 주택청약 우선 공급 조건이 되려면 부부 중 1인의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의 10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4024만 원으로 집계됐다.

맞벌이 부부라면 합산 소득이 적어도 8000만 원을 훌쩍 넘을 수도 있다. 청약 우선 공급 조건을 충족하는 맞벌이 부부 사례를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이유에서다.

결혼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일부 신혼부부들도 “둘 다 버팀목 대출을 받았다”며 “둘이 합쳐 대출을 받으니 신혼 집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훨씬 쉬웠다”는 말을 하고있다.

이들은 “혼인신고를 안 한다고 우리가 남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집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혼인신고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상당수 부모들도 집값이 높은 상황에서 혼인신고를 미루는 게 이득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거들고 있다.

기자에게 누군가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묻는다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밖에 달리 말할 자신이 없다.


최제영 기자 cjy.800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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