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음악

[비바100] 농담으로 주고받던 ‘팝페라’의 선구자, 일 디보 “지금 이 순간 이상의 목표는 없어요!”

[人더컬처]

입력 2023-10-16 18:00 | 신문게재 2023-10-17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일디보
11월 7년만에 내한하는 크로스오버 그룹 일 디보. 왼쪽부터 데이비드 밀러, 세바스티앙 이장바르, 우르스 뷜러, 스티븐 라브리(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사실 ‘팝페라’(Pop-era)는 일 디보의 첫 인터뷰에서 제가 농담처럼 던진 용어였어요. 카를로스가 ‘우리 음악은 팝과 오페라의 혼합물’(Our music is a mix between pop and opera)이라고 얘기했고 제가 바로 ‘팝페라’라고 해서 우리 모두 함께 웃었죠. 실제로는 ‘클래식-크로스오버’(Classical-Crossover)가 더 적절한 것 같아요. 멤버 중 3명은 오페라 교육을 받았지만 우리는 오페라 레퍼토리를 한번도 부르지 않았거든요.” 

11월 7년 만에 내한하는 팝페라 그룹 일 디보(IL DIVO)의 데이비드 밀러(David Miller, 미국)는 최근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카를로스의 ‘팝과 오페라의 혼합물’이라는 말은 완전히 맞아요. 우리는 팝을 가져와 마지막 부분에 오페라 기술을 적용해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힘과 음역대로 노래를 끌어올리죠. 더불어 풀 오케스트라와 현대 팝록 밴드 사운드 그리고 현대적인 전자음악과 리버브 등 모든 소리의 조합으로 듣는 이의 귀를 만족시키는 다이내믹한 음악을 만들어 내죠.”

일 디보는 데이비드 밀러를 비롯해 세바스티앙 이장바르(Sebastien Izambard, 프랑스), 우르스 뷜러(Urs Buhler, 스위스) 등 3명의 테너와 바리톤 카를로스 마린(Carlos Marin, 스페인)으로 구성된 크로스오버 보컬 그룹이었다. 안타깝게도 2021년 카를로스 마린이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나면서 바리톤 스티븐 라브리(Steven LaBrie, 미국)가 스페셜 게스트로 합류해 투어 중이다.  

 

일디보
11월 7년만에 내한하는 크로스오버 그룹 일 디보(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이번 내한 콘서트 ‘일 디보, 어 뉴 데이’(IL DIVO A NEW DAy. 11월 21, 22일 유니버설아트센터) 투어에 대해 데비이드 밀러는 “새 앨범 녹음을 시작하기 전 올해 초 진행한 투어의 연장선”이라며 “2022년에는 우리의 친구이자 멤버인 카를로스를 추모하는 콘서트 투어였고 올해는 우리에게 전환점이는 되는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우리가 카를로스를 떠나보낸 것처럼 코로나 팬데믹 기간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이들이 적지 않은, 슬프고 무거운 날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공연은 좀 더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분위기로 바꾸고자 했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와 팬들이 사랑하는 노래를 들려드리 고자 합니다. 일부 노래는 한국 관객에게 더 많은 놀라움을 주기 위해 업데이트했죠.”

이어 그는 “4개의 목소리(3개의 고음과 1개의 중간 고음)로 이루어진 것이 일 디보의 특별한 음역대와 파워를 부여한다”며 “문화적·음악적으로 다른 배경을 가진 4명의 음악가가 모인 환경에서 강렬한 창의력과 절대 고갈되지 않을 아이디어의 샘을 만들었고 이를 음악에 끊임없이 쏟아 부었다”고 덧붙였다.

“유일한 어려움이라면 처음에 언어의 장벽을 극복해야 했던 부분 정도예요. 주로 영어로 소통하지만 종종 오해를 일으키기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문법과 언어를 배워야 했어요. 모두 어느 정도의 프랑스어를 구사했고 카를로스와 저는 우르스와 독일어로 대화할 수도 있었죠. 결국 우리는 모두 스페인어도 배웠어요. 그렇게 서로를,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고 가끔 잘못 사용하는 문제를 극복하면서 우리는 더 큰 공감과 신뢰로 이어졌죠.”

팝과 클래식,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다양한 언어로 노래해온 일 디보는 “항상 팝송의 느낌과 클래식·오페라의 색깔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한다”며 “노래의 성격에 맞는 언어를 선택한다”고 밝혔다.

“가능한 4명 모두의 목소리가 순서대로 나올 수 있도록 분배하긴 해요. 다만 특정한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해 선택된 노래거나 우리 중 누군가가 특정 노래에 특별한 열정을 드러낸다면 그 목소리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을 맡게 합니다. 그리곤 그 외 부분을 다른 목소리들로 나누어 배치하죠.”

 

일디보
11월 7년만에 내한하는 크로스오버 그룹 일 디보. 왼쪽부터 세바스티앙 이장바르, 스티븐 라브리, 데이비드 밀러, 우르스 뷜러(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일 디보는 ‘아메리칸 갓 탤런트’ ‘더 엑스 팩터’ 등의 독설가로 유명한 프로듀서 사이먼 코웰(Simon Cowell)의 월드 와이드 오디션을 통해 결성된 팀으로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 선사하는 하모니로 급부상했다. 2003년 출범했으니 벌써 20년째다.

“우리 중 누구도 20년 후에도 함께 활동하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앨범이나 오페라 녹음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앨범이나 음원 발매 후에는 저마다의 자리도 돌아가곤 하거든요. 하지만 일 디보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프로젝트였어요. 길게 잡아 5년이나 지속될까 싶었는데 벌써 20년째 여전히 극과 극을 경험하며 활동 중이죠. 100%의 진정성, 창의성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각 멤버들의 열망,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일 디보는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Hero), 토니 브랙스톤의 ‘언브레이크 마이 허트’(Unbreak My Heart) 등의 팝을 비롯해 록, 뮤지컬 넘버 등을 클래시컬 음악으로 변주해 선사하곤 한다.

“사실 클래식과 팝은 많이 다르지 않아요. 보컬에서 유일한 차이는 클래식 테크닉 훈련 여부입니다. 클래식 테크닉을 배우지 않은 가수가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저희가 채울 수 있죠. 원곡의 느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그것이 요점이라면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티스트를 위해 완전히 새롭고 진정성 있는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곤 “한국 곡도 가능하다. 멜로디가 우리의 드라마틱하고 감성적인 성향과 어울린다면 어떤 나라의 노래라도 부를 수 있다”며 “K팝의 분위기를 정말 좋아한다. 정말 재밌는 음악”이라고 말을 보탰다.

“여전히 매우 현재의 음악(Music that is still very ‘now’)을 다루는 새로운 앨범을 준비 중”이라 귀띔한 데이비드 밀러는 “이번 (내한공연 관련)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의 ‘팬텀싱어’라는 TV쇼에 대해 알게 됐다”며 “크로스오버 음악이 한국에서 큰 감동을 주고 있다니 기쁘다”고 밝혔다.

“아직 방송을 보진 못했지만 우리 음악이 젊은, 가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다니 너무나 기쁩니다! 젊은 세대들은 진정성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어요.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복제되고 인공지능(AI)까지 도입돼 좀체 실감할 수 없는 시대에 인간의 목소리가 주는 진정성은 분명 다르거든요. 일 디보가 (젊은 음악가, 가수를 꿈꾸는) 자신의 진정성을 찾으려는 누군가의 여정의 일부라면 큰 영광이죠. 어쩌면 일 디보가 이 쇼의 특별심사위원으로 출연해 한국의 차세대 보컬그룹들과 듀엣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데이비드 밀러는 일 디보의 음악에 대해 “가장 초기 음악의 성악·악기연주 기술을 가장 현대적인 사운드 기술과 녹음 프로세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우리 음악에 절대적인 방향성은 없다. 음악가로서 목표는 우리가 창의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모든 것에 항상 열정, 창의성, 진정성을 100% 부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이상의 목표는 없어요. 미래에 대한 꿈은 가질 수 있지만 미래 행동을 온전히 예측할 수는 없거든요. 행동은 오로지 현재, 지금 이 순간에서만 취할 수 있어요. 그래서 늘 현재에 100%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리곤 ‘지금’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지켜볼 뿐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