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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연금 개혁, 구체적 수치 보여줘야

입력 2023-10-30 14:18 | 신문게재 2023-10-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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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정치경제부 기자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는 B612라는 소행성에서 살던 어린왕자를 만난다. 어린왕자는 조종사에게 양을 그려달라 칭얼댔는데, 막상 조종사가 그림을 그려주면 양이 아니라고 화를 냈다. 결국 조종사는 꾀를 내 상자그림을 그린 뒤 이 안에 양이 있다고 말하고 나서야 어린왕자는 흡족해한다.


정부가 지난 27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놨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는 담지 못했다. 연금개혁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 때도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정부안(사지선다)을 내놓고 국민 설득에 매진했다.

윤 대통령 또한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혁안이 전 정부처럼 복수안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복수안을 내면 정부 부담이 줄지만 국민에게 선택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모순적이게도 ‘국민연금’ 개혁을 주장했던 윤석열 정부는 단일안도 복수안도 아닌 모든 수치가 빠진 개혁안을 내놨다. 지금껏 국민연금 개혁에 참여한 전문가부터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들 모두 충격을 받았다. 의문을 해소할 길은 정부의 공식 브리핑 자리였다.

궁금증은 곧 실망으로 돌아왔다. 이날 조규홍 장관은 준비된 사전질의 두 가지에만 답하고 자리를 떴다. 정해진 일정이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장관 공식 일정표에는 브리핑 이후 일정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납득되지 않는 개혁안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현실은 동화와 다르다. 정부는 상자를 그린 뒤 그 안에 완벽한 국민연금 개혁안이 들어있다는 말장난을 해서는 안 된다.

 

이정아 정치경제부 기자 hellofeliz@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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