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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내일을 본다⑬] 권호엽 서울대 교수 "스타 팹리스 기업 나와야 한다"

"자금·수요 없어…레퍼런스·영속성 부재 원인"

입력 2023-11-06 05:00 | 신문게재 2023-11-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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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대부분은 우리 기업들에 의해 생산되고 있습니다. 또,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글로벌 10위권 내에 위치하는 등 파운드리와 AI반도체 팹리스 등에서 활약하고 있고요. 수출의 큰 축 역시 반도체 몫 입니다. 가히 반도체로 먹고 사는 ‘반도체의 민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브릿지경제는 21세기 반도체 산업의 기초 농사꾼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들을 들어 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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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엽 서울대학교 교수.(사진=전화평 기자)

 

“현재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 팹리스’가 나오는 것입니다. 성공 케이스가 나와야 팹리스에 대한 불안감을 종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호엽 서울대학교 교수는 최근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 팹리스 생태계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권 교수는 “국내 팹리스는 급여, 복지 등 부분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국내외 대기업과 큰 차이가 나서 취준생들이 다니고 싶은 기업이 아니다”라며 “팹리스가 안정적이든지, 대기업보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팹리스로 인재가 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재가 팹리스로 향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는 자금이 꼽힌다. 개발 비용이 턱없이 모자른 것이다.

권 교수는 “국내 AI칩 팹리스 업체들의 경우 5~7나노 칩의 최소 설계 비용이 500억원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칩 샘플을 만들어서 고객사에 제공한 뒤 양산까지 가려면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간을 중소 팹리스들이 버티는 게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근 공정 전환에 따라 3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4나노 등 선단공정을 활용한 칩이 늘어남에 따라 팹리스들의 설계 비용도 오르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IBS에 따르면 3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 설계 비용은 최대 5억9000만달러(약 7200억원)에 육박한다. 5나노(4억1600만달러)와 7나노(2억1700만달러) 공정 설계 비용에 비해 41.8%, 171.8% 증가한 수준이다.

수요도 문제다. 중소 팹리스에 대한 고객사 주문이 없는 것이다.

권 교수는 중소 팹리스에 대한 주문이 없는 이유로 ‘레퍼런스(참고 자료)’와 ‘영속성’을 지목했다. 반도체가 실제로 사용된 적이 있어 사용해도 괜찮다는 안정성과 원하는 물량을 계속 공급해줄 수 있는 영속성이 공존해야 고객사가 팹리스를 찾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학 병원에서 명의로 이름을 날리던 교수가 개원을 해도 그 병원의 첫 환자로 내가 가기 싫은 게 현실”이라며 “새로운 물건을 팔기 위한 레퍼런스가 있어야 하는데 확인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은 국내에 수요 기업이 없어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주문을 받았다”며 “미국에서 새로운 빅테크 기업이 계속 나오는 만큼 팹리스를 필두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를 위해 ‘팹리스 에코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팹리스 에코시스템은 팹리스와 수요기업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특정 응용에 특화된 전용 반도체를 개발해 수요기업과 연결하자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정부, 기업 등이 나서 팹리스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현재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AI(인공지능), 차량용 칩에 초점을 두고 미래 반도체 시대를 주도해야 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팹리스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칩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레거시 제품은 이미 서플라이 체인이 구성이 끝났으니, 글로벌 시장이 커지고 있는 AI와 차량용을 중심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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