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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내일을 본다⑧] 반암 "도심에서 만드는 친환경 반도체"

"박막 소자, 벌크형보다 경제·환경 측면에서 더 좋아"

입력 2023-08-29 06:15 | 신문게재 2023-08-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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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대부분은 우리 기업들에 의해 생산되고 있습니다. 또,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글로벌 10위권 내에 위치하는 등 파운드리와 AI반도체 팹리스 등에서 활약하고 있고요. 수출의 큰 축 역시 반도체 몫 입니다. 가히 반도체로 먹고 사는 ‘반도체의 민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브릿지경제는 매주 1편 씩 총 10회에 걸쳐 21세기 반도체 산업의 기초 농사꾼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들을 들어 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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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에 위치한 반암의 소형 도심형 공장.(사진=전화평 기자)

 

서울시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 앞. SNS 핫플로 유명할 것 같은 외관의 한 건물 안에서는 조용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마이크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반암’이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공정으로 반도체를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한수덕 반암 대표는 “반암은 산소, 질소 등 기존 공기에 방출해도 괜찮은 가스만을 사용해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며 도심 속 공장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굳이 도심 안에 반도체 공장을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반도체를 하면 지방으로 내려가 일을 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반암이 소형 도심형 공장의 첫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암이 친환경 공정을 통해 만드는 것은 ‘에너지 감응형 소자’다. 기존에 사용되던 마이크로미터(백만분의 1m) 단위의 벌크형을 훨씬 작은 나노미터(나노미터, 10억분의 1m) 단위의 박막형으로 대체한 소자다. 에너지 감응형 반도체는 열이나 에너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도체로 화재 감지기 등 안전 시스템에 주로 활용된다.

한 대표는 “양 제품은 크기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반면 성능은 비슷하다”며 “공정적인 측면에서도 벌크가 한달 정도의 기간이 걸리지만 박막형은 6시간 정도면 제품이 양산된다”고 말했다.

벌크를 박막으로 대체할 시 공정 효율, 환경 등 측면에서 얻는 장점이 많다. 한 대표는 이를 형광등과 LED에 빗대 설명했다. 형광등은 △큰 부피 △제작 시 사용되는 유해 가스 △짧은 수명 등 특징을 가진 반면 LED는 △작은 부피 △긴 수명 △간단한 제작 절차 등 특징을 보인다. 형광등이 벌크, LED를 박막형으로 대입해 이해하면 된다. 박막이 벌크의 상위호환인 셈이다.

한 대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벌크는 가루를 녹여 얇게 피는 공정이 필요하다. 몸과 환경에 좋지 못한 것”이라며 “성능은 논외로 치더라도 경제와 환경적 관점에서 당연히 전환되는 게 맞다. 언젠가 다가올 패러다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반도체 업계에서 박막형으로 전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시작하려고 하지만 이미 공장이 커서 넘어오지 못하는 이유도 있고, 전문적으로 박막을 하는 게 아니라면 어렵다”고 했다.

한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신으로 금속산화물 반도체 박막화 연구를 해온 전문가다. 영국 등에서도 연구원으로 근무를 한 바 있다.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원자를 특별한 방향으로 정형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박막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4인치 박막형 반도체 시제품
반암 4인치 박막형 반도체 시제품.(사진=반암)

 

마이크로 파운드리라는 개념 자체가 박막 증착에 집중하는 개념이다. 기존 파운드리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의 주문대로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것이라면, 마이크로 파운드리는 증착 공정만을 연구개발하고 대행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반암 공장 내부에도 스퍼터(Sputter) 증착 장비만이 자리해 있다.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초격차 스타트업으로 선정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력을 놓고 경쟁하는 업체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인력을 수급하는 입장에서 보면 삼성전자가 경쟁사”라며 “스타트업이 단순히 미래를 제시하며 인력을 끌어 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반암이 이런 상황을 극복해 자기 기술을 갖고 사업하는 좋은 사례로 남겨져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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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창공 데모데이에서 발표 중인 한수덕 반암 대표.(사진=반암)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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