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기자수첩

[기자수첩] 인재 없인 K-반도체 미래 없다

입력 2023-11-09 09:56 | 신문게재 2023-11-09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전화평 기자
전화평 산업IT부 기자

학창시절 와인을 소재로 한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를 즐겨봤다. 이 만화 속에서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기후, 환경 등을 상징하는 하늘(天), 포도밭을 기르는 땅(地), 와인을 만드는 사람(人)이라는 세가지 요소가 갖춰질 때 만들어지는 일종의 작품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와인이 결국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다는 내용이다. 하늘과 땅은 태풍, 가뭄 등 천재지변으로 와인의 맛을 떨어뜨릴 수 있는 변수이지만 사람만큼은 한결같이 와인을 만드는 상수다. 결국 사람의 뚝심이 개성적인 작품을 만드는 셈이다.

한국의 반도체와 만화 속 와인은 닮아있다. 미·중 패권 경쟁, 한국을 쫓아오는 반도체 제 3국 등 반도체를 만드는 환경은 K-반도체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메모리 치킨게임이 있었던 1980년대 역시 환경이 좋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오늘날 메모리 신화를 이룩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문제는 반도체를 만드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획일적인 교육 방식에 전문 인력이 나올 수가 없는 구조다. 반도체는 설계, 공정,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각 분야의 전문적인 기술이 합쳐지는데, 일부 대학원을 제외하고는 분할되지 않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 인력 양성이 어려운 이유다.

특히 설계 인력난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당초 부족했던 설계 인력 대부분이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가 아닌 대기업 또는 해외기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K-반도체의 가장 큰 과제는 인재 양성과 인력을 거둘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다. 가지지 못한 천지(天地)에 이어 인재(人)까지 놓치면 K-반도체에 미래는 없다. 국가와 기업이 힘을 모아 두 가지 과제를 속히 해결할 때다.

 

전화평 산업IT부 기자 peace201@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