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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업계, 사용후 배터리 통합이력관리시스템 도입 제안…배터리 순환경제 과제 산적

재생원료 사용의무제 도입 주문…민간 중심 ‘자유 시장 거래 보장’ 요구
산업부, 검토 후 최종 정부안 마련…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법률 정부안도 제출
2030년까지 사용후 배터리 시장 연평균 50% 이상 성장
전문가, 신속·정밀 성능 평가 방안 마련…통합 ‘배터리법’ 제정 필요성도 제기

입력 2023-11-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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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 전달식<YONHAP NO-1355>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오른쪽)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 전달식’에 참석해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한 민간중심 통합관리체계 구축 방안 건의문을 업계로부터 전달받고 있다.(연합)

 

배터리 업계가 전기자동차 사용후 배터리 재제조·재활용 등의 활성화를 위해 통합이력관리시스템인 ‘배터리 여권제도’와 재생원료 사용의무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정부는 이를 검토 후 정부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배터리제조사·자동차업체·재활용 등의 업체로 구성된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이 같은 내용의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과 관련 법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은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사용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 방안’에 따라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논의해 마련한 것이다.

업계안을 보면 우선 배터리 전주기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배터리 여권제도(통합이력관리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배터리 여권제도를 통해 배터리 취급·유통사업자들은 배터리의 제작과 전기차 탑재·운행·탈거,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등 전주기에 걸친 이력 정보를 통합이력관리시스템에 등재해야 한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안전 관리, 건전한 사용후 배터리 거래 시장 조성, 배터리 산업 활성화 등에 사용된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업계는 배터리 여권제도를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문 전담기관 신설도 제안했다. 이어 신품 배터리 제조 시 사용후 배터리와 공정스크랩 등에서 회수된 재활용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토록 하는 재생원료 사용 목표제의 도입 필요성도 제시했다.

업계는 특히 사용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재사용·재제조·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설명에 따르면 사용후 배터리는 그동안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사업장 일반 폐기물로 분류돼 각종 규제 등을 통해 관리해 왔다. 하지만 전기차에서 분리된 사용후 배터리는 셀 일부를 수리·교체한 후 자동차에 다시 탑재하거나(재제조), 에너지 저장장치 등으로 용도 전환이 가능(재사용)하고 분해 후 리튬 등 금속을 회수(재활용)하는 등 경제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이에 폐기물로 일괄 처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어서 사용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전기차로부터 분리돼 재제조·재사용·재활용의 대상이 되는 전기차 배터리로 정의해야 한다고 업계는 요구했다.

업계는 특히 정부의 지나친 관리·규제는 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며 최소한의 관리로 민간의 자유로운 사용후 배터리 시장 참여 보장을 주문했다. 다만 시장의 공정성,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 장치로 사용후 배터리를 확보·유통·활용하는 자의 자격 요건을 설정했고 모든 거래 결과는 정부 시스템에 등재하기로 했다. 또 공정거래 준수 가이드라인도 제정했다. 업계는 이와 함께 사용후 배터리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활용 전 검사→제품 안전검사→사후검사 등 3단계에 걸친 검사 체계도 제안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이번 업계안에 대해 “민간주도로 만들어져 현장의 목소리와 시장 상황을 생생히 반영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업계안을 바탕으로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의 검토 작업을 거쳐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업계가 제출한 ‘전기 자동차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안’도 함께 검토해 최종 정부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인용한 SNE 리서치에 따르면 보급 확산으로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는 오는 2030년 전 세계적으로 약 1300만개, 국내에서는 42만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사용후 배터리를 모두 재활용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보급 전기차의 43%인 17만대의 생산이 가능한 핵심 광물을 확보할 수 있다.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2030년까지 사용후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해외 핵심광물 확보와 함께 국내에서 사용후 배터리의 산업화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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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배터리 구조(이승희 한국바젤포럼 대표 ‘전기차 폐배터리의 국내외 정책동향과 순환경제 대응 전략’ 보고서)

 

하지만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등 사용후 배터리 산업의 활성화까지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성능평가 방법 및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국회기후변화포험 주최로 열린 ‘탄소중립을 위한 폐배터리의 순환경제 전략과 육성 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한 이승희 한국바젤포럼 대표(경기대 명예교수)의 ‘전기차 폐배터리의 국내외 정책동향과 순환경제 대응 전략’을 보면 전기차 사용후 나오는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 등에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성능이 최소 65% 이상이어야 한다.

또 배터리에 대한 SoH(State of Health, 성능상태) 평가에 걸리는 시간은 8~20시간 이상으로 발생량이 늘어나는 경우 배터리의 순환경제 활성화에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이승희 대표는 지적했다. 이에 배터리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용후 배터리의 품질을 분류할 신속하고 정밀한 성능 평가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중국과 달리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재사용·재제조·재활용 등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한 세부 기준 및 표준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에 배터리의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기반의 이력관리와 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환경성보장제 적용 강화, 사용후 배터리의 성능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 마련, 사용후 배터리 전과정 관리에 대한 세부 기준 및 표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제도 근거 마련도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월 한국법제연구원 홍의표 연구위원은 ‘모빌리티 배터리 사후관리 규제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배터리의 환경유해성과 폐기물의 자원순환과 함께 전주기에서 지속가능하고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별 법률에 산재돼 있는 배터리 관련 규정을 통합해 ‘배터리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후 배터리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재사용·재제조의 법률상 정의 규정 개정안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등의 기술 수준은 낮지 않지만 경제성은 아직 부족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배터리재활용연구단)은 “한국의 기술은 낮은 수준은 아니다. 진단·평가하고 다시 가공해 에너지저장장치뿐 아니라 여러 가지 제품에 재사용할 수 있게끔 기술개발을 했다”면서도 “기존 제품하고 경쟁했을 때 화재 폭발 문제도 있고 수명이 짧은 점도 있어 경쟁력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것은 불분명하다고 본다. 경제성을 더 맞추기 위해서라도 더 연구개발해 더 좋은 기술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고 밝혔다.

손정수 연구원은 이어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서는 가능한 쓸 수 있는 데까지는 재사용을 해야 한다”며 “경제성이 안 나오면 정부에서 보조금을 줘서라도 재사용을 하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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