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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유통·물류 하이브리드 시대

입력 2023-12-12 14:09 | 신문게재 2023-1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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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생활경제부장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대형 물류업체 유피에스(UPS)와 페덱스를 제치고 미국 내 최대 운송업체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미국 내에서 52억개 가량의 소포를 운송한 데 이어 올해는 59억개 운송을 예상하고 있어 UPS를 제쳤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올해 들어 쇼핑 대목인 추수감사절(23일) 이전에 이미 소포 48억개 이상을 운송한 상태다. 반면 지난해 미국 내에서 53억개의 소포를 운송해 근소하게 아마존을 앞섰던 UPS는 올해 운송량이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UPS의 올해 1∼9월 소포 운송량은 34억개였다. 아마존은 이미 2020년 소포 운송량 33억개를 기록해 페덱스(31억개)를 제쳤고 격차를 계속 벌려가는 상황이다.

10년 전인 2013년만 해도 아마존이 UPS와 페덱스의 고객이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뀐 셈이다. 불과 10년 만에 아마존이 UPS와 페덱스를 따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자동화다. 미국의 기술전문 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아마존 배송 제품의 4분의 3은 로봇을 거친다. 아마존은 이를 위해 로봇 75만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100만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은 이같은 자동화를 바탕으로 배송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초 미국 내 당일 배송 시설 수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유통업체가 자체 배송을 바탕으로 물류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미국 뿐만이 아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은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앞세워 국내 1위 택배업체 CJ대한통운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CLS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2.7%에서 올해 8월말 24.1%로 2배 가까이 증가하며 택배업계 2위로 올라섰다. 반면 CJ대한통운 점유율은 2020년부터 50.1%에서 2022년말 40%, 올해 8월말 33.6%로 주저앉았다.

쿠팡은 자사가 직매입한 상품이 아니더라도 쿠팡의 물류창고에 물건을 입고시키면 쿠팡이 포장과 배송, 재고관리까지 해주는 서비스인 ‘로켓그로스’를 올해 도입하면서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로켓그로스는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을 벤치마킹 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이처럼 배송경쟁력을 강화하자 기존 유통업체들도 배송 경쟁력에 나섰다. 이마트 계열 SSG닷컴은 2021년부터 자동화율 80%를 자랑하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운영하기 시작해 현재 3개의 네오를 운영하고 있다. SSG닷컴은 네오 운영 노하우를 전국 이마트 PP센터(Picking&Paking)에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도 최근 영국의 리테일 테크기업 오카도사와 합작해 부산에 최첨단 물류센터 고객풀필먼트센터(CFC)를 착공했다. CFC는 AI와 로봇을 활용해 하루 약 3만건의 배송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향후 이같은 CFC를 6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쿠팡 사례에서 보듯 이제 유통 경쟁력은 과거와 같이 좋은 입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물류 경쟁력에 좌우되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 이같은 물류 경쟁력은 AI와 로봇과 같은 첨단기술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유통업체들의 물류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할 때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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