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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의 ‘라인’ 지분 매각 압박, 정부가 좌시해선 안 된다

입력 2024-04-29 14:25 | 신문게재 2024-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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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 메신저로 성장한 ‘라인’이 일본 정부로부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공들여 글로벌 소셜플랫폼을 키운 네이버에게 경영권을 사실상 포기하라는 몰상식을 또 자행한다. 일본 총무성이 현지법인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 조치를 한 배경부터 석연치 않다. 소프트뱅크에 대한 자본 관여를 강화하라는 요구는 네이버 보유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일본 기업으로 만들라는 주문과 다르지 않다.

표면적인 이유는 작년 11월 발생한 해킹이다. 개인정보 51만여 건 유출 사고 책임이 한국 측 네이버 클라우드(가상서버)에 있으니 공동 경영 체제를 바꾸라는 것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측이 출자한 지주회사가 공동 경영해 온 지분 관계를 정리하라는 요구다. 해킹 사고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린다’는 속담을 연상시킨다. 경영권을 자국 소프트뱅크에 넘기라는 일본 측 의도가 선명히 드러난다.

고객정보 관리의 잘못은 일본 정부가 보완 강화 조치를 요구하든지 벌금 등 페널티를 부과하면 될 일이다. 시스템 위탁 규모 축소를 비롯한 재발방지책을 안 내놓은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한 A홀딩스의 주식을 추가 취득하면 경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해킹 사고 이전에도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경영권 장악을 시도해 온 이력이 있다. 네이버 지분 매각을 요청한 것은 그들만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대응법 아닌지 의심된다. 사이버 안보 이슈는 구실에 불과하다.

일본이 이 기회에 정리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점유율 83%인 모바일 메신저의 절반을 한국 기업이 소유하는 상황을 바꾸려는 것이다. 드러난 겉마음(다테마에)을 행정지도의 형식을 빌려 위장했다. 빼앗는 것이 직설적인 속마음(혼네)이다. 일본이 자유시장경제 체제임을 믿기 어렵게 하는 처사다. 타국 민간 기업에 대한 지나친 개입, 특히 과도한 네이버 의존을 문제 삼는 자체가 반기업적 발상이다. 일본의 반도체 3대 품목 수출규제로 양국관계를 파탄 낸 5년 전 전례까지 돌이켜보게 된다.

보안 이슈는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망 분리도 아닌 지분 정리를 요구한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한·일 기업이 절반씩 소유한 메신저 앱 라인의 경영권 탈취 의도를 좌시해선 안 된다. 한국 지분 매각 압박은 양국 간 산업협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처사다. 외교 문제로 비화하기 전에 일본이 얼토당토않은 행정지도 처분을 거둬들이는 게 순리다. 정부 차원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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