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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생'은 신이 내린 최상의 선물

[인터뷰] 함명철 전 대사, 100세 시대 의미를 말하다

입력 2014-10-0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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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기자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간결한 문장에 띄어쓰기. 글에서 정중함이 묻어났다.

인터뷰는 코트라 건물에서 진행됐다.안내를 받고 들어간 방에선 누군가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뭔가에 집중을 하고 있다.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싱가포르, 체코대사를 지낸 함명철 전 대사다.

그가 외교관 생활에서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100세 시대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물었다.

그는 “인생은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이라며 배움으로 나를 성장시키고, 받는 것 없어도 남에게 주는 사랑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70대이지만 아직까지 영어, 중국어를 계속 연마하면서 아주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대한 행복지수가 더 높아지고 행복지수가 절정에 오르는 나이가 75세라던데요?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다는 것, 큰 축복입니다.” 

 

함명철전대사6
함명철 전 대사는 "인생의 행복지수가 절정에 오르는 것은 75세"라며 이때부터는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외교관이 꿈이었나.

1960년대, 그때만 해도 직업을 갖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교사, 은행원, 신문기자로 많이 취직했던 것 같다. 난 공무원을 꿈꿨고 당시 재정직과 외무직 시험이 있었는데 운 좋게 둘 다 합격을 해서 외교부를 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36년간 한우물만 팠다.

-외교관은 화려한 직업으로 보인다. 어떤가.

세상의 모든 직업은 양면이 있다. 당시는 여권 받기도 쉽지 않았고 해외 나갈 일도 드물어 여러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종 중의 하나였다. 나는 1970년대 초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는데 외국에서 좋았던 점도 있었지만 외교관의 지위나 대접은 국력에 상응하는 것 아니겠는가. 외국에서는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또 제3세계 국가들이 어울려 자기들 목소리를 내려는 비동맹이라는 것이 있었다. 북한은 비동맹의 정식 멤버였지만 우리는 비동맹, 유엔 멤버도 아니어서 국제적으로 외교 무대가 협소했다. 1980년대부터 좋아졌고 아마 지금 후배 대사들은 초대받는 곳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체코와 싱가포르 대사를 역임할 때 많은 부분을 느끼고 경험하셨을 것 같다.

체코는 2차 대전 전까지 보헤미안 문화라고 해서 역사, 문화, 전통이 있었다. 하지만 2차 대전을 겪으면서 공산권으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한국과 비슷한 운명이라 볼 수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철의 장막이 무너지고 체코, 헝가리 등 동구권 나라들이 ‘Back to the past’ 즉 과거로의 회귀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였다.

그 사람들은 이미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경험했지만 공산주의가 그 과거를 몇십 년 동안 다 없애버렸다. 그 사람들이 과거의 기억을 살려 발전된 서유럽을 쫓아가는 것을 봤기 때문에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외교관으로서 내 마지막 부임지였는데 내 인생관을 바꾸게 만들었다. 세계문화를 리드하는 곳은 유럽이며 연장선은 미국이라고 생각하며 아시아는 거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난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것이다. 싱가포르는 위치만 아시아이지 유럽, 미국을 옮겨 놓은 것처럼 조직적, 제도적으로 선진국이다. 살면서 진작 독일, 불어 보다 중국어에 노력을 쏟았으면 좋았을 것을 후회를 했다.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한테 영어는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고 꼭 중국어나 일본어를 하라고 권유한다.

-체코와 싱가포르 두 나라 삶의 모습도 다를 것이고 시민의식도 다를 텐데.

체코의 경우 인구, 영토 모두 작은 나라이다. 자기들의 아이덴티티와 문화적인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하지만 이웃 국가와도 같이 살 수 있는 나라가 체코다. 사실 사람, 나라 등 가까운 이웃과는 항상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상처를 감수하면서 이웃과 훈훈한 정을 나누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원수여도 같이 살아가는 지혜를 말한다. 이 지혜가 모여 유럽이 하나의 통화를 쓰고 국가 통합이라는 것을 이뤄 나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면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의 나라들이 유럽을 배워야 하며 그렇게 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영국 식민지 시기 조그만 어촌이었다. 중국인, 말레이시아인, 인도인 이렇게 3개의 종족이 만든 나라다. 자기들끼리의 문제도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끼리 문제를 감수하면서 같이 살아간다. ‘우리나라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면 달나라에 가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두 나라와 우리나라 교육에 차이가 있나.

교육 문제는 인류의 탄생 이후 지금까지 가지고 온 문제다. 맹자의 어머니도 아들 교육 때문에 세 번 이사를 했다. 이것도 2200년 전 얘기 아닌가.

한국의 어머니들이 자식들한테 열의를 보이는 것에 대해 심하다고들 하는데 싱가포르는 우리나라보다 교육열이 더 뜨겁다. 초등학교에도 졸업시험이라는 것이 있는데 6학년때 치르는 그 시험 성적이 평생을 따라 다니며 직장과 배우자 선택에 영향을 준다. 그러다 보니 유치원을 오전과 오후 두 번 보낼 정도로 교육열이 대단하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경쟁을 해야 하며 경쟁을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좋은 미래를 위해서는 교육이 답인데 국가가 행정력을 동원해서 밤 몇시 넘어서는 공부하지 말라는 식으로 규제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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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명철 대사는 고려대 영문학과를 나와 외무직 시험에 합격해 30년 넘게 외교부에서 일을 했다. 유엔(UN) 대표부 차석대사, 체코 대사관 대사, 싱가포르 대사관 대사를 거쳐 2003년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를 역임했다. 현재 대경대 석좌교수로 재직중이며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 큰 이슈 중 하나가 수명이 길어지면서 미리 대비하지 못한 은퇴 후의 삶이다.


나는 요즘 은퇴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인생을 두 번 살게 한 것, 축복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잘 설계해서 열정과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에도 바쁜 내게 “대사님 연세에 뭘 그런 걸 하시려고 하세요”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 답을 할 때 무척 곤혹스럽다. 꿈 열정은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영국 사람이 쓴 책과 미국, 독일 교수들이 공동으로 쓴 보고서를 봤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인생에 대한 행복지수가 더 높아지는 것, 또 행복지수가 절정에 오르는 것이 75세라고 한다. 제2의 인생은 첫 번째 인생보다 축복이다. 첫 번째 인생은 책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경험을 읽고 듣고 배우고 하지만 제2의 인생은 살아본 인생을 다시 사는 것이어서 훨씬 유리하다. 제1의 인생에서 배운 경륜이라는 지혜가 아주 절정기에 달했을 때가 70대라니까 난 지금이 황금기다.

-꿈과 열정을 말씀하셨는데 꿈이 있으신지.

나는 스마트폰을 쓴다. 주변 사람들이 “아버님, 할아버님, 스마트폰을 어떻게 쓰세요?”라고 묻는다. 한번은 비행기 안에서 노트북을 펴고 타이핑을 하고 있는데 연세가 있으신 분이 묻더라. “글자가 보이세요? 타이핑은 어떻게 치나요?”

내가 이렇게 답했다. “자전거 타실 줄 아세요?자전거 타는 것보다 더 쉽습니다.”

꿈도 없이 골프나 치고 유유자적한 삶, 나는 그런 생활을 못 버틸 것 같다. 물론 꿈을 가지고 이루어 나가는 과정은 나이가 적고 많음을 떠나 다 똑같다는 생각이다. 노력도 해야 하고 역경에 부딪히기도 하고 실망도 한다. 제2의 인생을 살면서 꾸는 꿈도 열정이 있어야 한다. 꿈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뒤돌아보면 인생이 허무할 것 같다. 현재 비즈니스, 대학 교육 쪽에 관여하고 있다. 못사는 나라도 많이 가 보고 그런 나라들 도와주면서 나름대로 바쁘게 보낼 예정이다.

그는 남을 사랑하는 것도 100세 시대에 꼭 배워야 할 공부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사진=윤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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