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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끊고 매일 2000자 일기 쓰다보니 글쓰기에 중독"

[인터뷰] '굿바이 술' 작가이자 경찰관 김영복
매일 취객 상대하다 2006년 금주 결심…돌파구로 일기 쓰기 시작

입력 2014-11-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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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술’ 저자 수서경찰서 개포파출소 김영복 경위(사진=윤여홍 기자)

2005년 12월 19일. 수서경찰서 개포파출소 3팀장 김영복(57) 경위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친구의 아들이 연락이 두절된 날이었다. 그리고 열흘 후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술 때문이었어요. 저 역시 매일 말술을 즐기던 때였죠. 제게도 그 또래 아들이 둘이나 있거든요. 그들 역시 말술이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고주망태가 돼 아무데서나 쓰러져 자고 고성방가에 무언가를 흘리고 다니기 일쑤였다. 스스로가 밤이면 밤마다 파출소에 끌려오는 취객의 모습 그 자체였음을 깨달으면서 금주를 결심했고 마침내 술을 끊었다. 2006년 5월의 일이다.

“자제력만 있었다면 이 좋은 술을 왜 끊었겠어요? 한 모금이라도 입에 대면 자제가 안돼요. 술을 끊기 위해 안 해본 게 없죠. 술에 엄격한 기독교로 종교를 바꾸기도 했으니까요.”

그렇게 술을 끊고 8년, 차곡차곡 쌓아둔 글들을 엮어 첫 책 ‘굿바이 술’을 출간했다.

“글쟁이는 꼴초에 말술이라는데…전 금주하고 작가가 됐죠. 책을 처음 받고 진짜 술을 잘 끊었다고 생각했어요. 제 이름을 단 책이 전국 서점에 깔린데다 인세도 받고 일거양득이죠. 어제도 잠실 교보문고에 갔더니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에 제 책이 놓여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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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교보문고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에 놓여 있는 ‘굿바이 술’(사진제공=김영복 경위)

너무 신기해 찍은 사진을 보여주곤 “정치·사회 책이 잘 안팔리나?”라며 겸연쩍게 웃는다. 


“술을 끊고 나니 돌파구가 필요했어요. 책을 읽는 것으로는 뭔가 부족해 일기를 쓰기 시작했죠. 큰 노트에 앞뒤로 빽빽하게 한바닥씩을 쓰면 꼭 2000자예요.”

그렇게 금주 후 술 대신 글쓰기를 벗 삼았다. 매일 새벽 3시면 눈을 떠 제목을 쓰고 일기를 적어 내려갔다. 소재는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독서를 함께 하던 멘토가 신문기자처럼 파출소에서 겪은 일을 취재하듯 글로 쓰라고 조언했다. 고갈됐던 소재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쓸 것도, 쓰고 싶은 것도 점점 늘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글쓰기는 관찰력이에요. 그리고 자신감이죠. 경찰에는 매년 10월 21일 경찰문화대전이 있어요. 수필을 공모했는데 기분 좋게도 그 부문 최고상을 받았죠. 얼마나 좋던지….”

3년 연속 상을 탄 후 공무원 문예대전에도 공모해 수필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2012년 ‘조선일보’에 수필도 기고했다. 6월 28일. 날짜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후로 매주 수요일 그의 에세이가 신문에 실렸다.

“하루에 딱 한두 단락씩만 써요. 하루에 많이 쓰는 것보다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하죠. 그걸 모아 기획하고 목차를 짜 살을 붙이면 책이에요. 글 잘 쓰는 게 얼마나 좋은지 더 잘 쓰고 싶어지고 그래요. 글은 단박에 좋아지는 게 아니에요. 아주 조금씩 늘죠. 죽을 때까지 쓰고 또 쓸 수밖에요.”

그렇게 쓰고 또 쓰는 그는 벌써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출판사와 논의 중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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