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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은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것"

[인터뷰]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
어머니 이소선 여사 평전 준비중
"노동,인권운동가이자 어머니인 이소선여사 객관적으로 조명"

입력 2014-12-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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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출간을 목표로 어머니 이소선여사의 평전을 작업중인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의원(사진=윤여홍 기자)

 

 

 “오빠와 어머니는 물론 저 역시 노동자로 살았습니다. 부천공단에서 재봉사로 일하면서 구멍이 숭숭 뚫린 양재기에 콩나물국을 받아먹고는 했어요. 겨울이면 구멍으로 샌 국물이 양말까지 흘러내려 얼 정도였죠.”


당시 자신의 고단한 삶처럼 찌그러진 노란 양재기는 단식파업을 하면서 발로 밟아 엿장수에 팔아버렸다. 2015년 출간을 목표로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평전을 준비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은 “노동운동은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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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선 여사의 일대기는 다큐멘터리 영화'어머니'로 2012년 제작됐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어요. 노동운동을 하면서, 아들을 그렇게 보내면서 41년 동안 한 여성으로써, 어머니로써, 노동·인권운동가로써 사회와 부딪히면서 치열하게도 사신 어머니를 ‘평전’이라는 형식으로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싶었어요.”


자서전이 아닌 평전 형식에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는 이유다. 영국 유학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권은정 작가는 이소선 여사의 평전 집필을 세 번이나 고사했었다. “산처럼 큰 분의 이야기를 감히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평전의 대부분은 좋은 것만 써요. 객관적으로 써야하는데 신격화에 열중하죠.”

전 의원은 가장 바람직한 평전으로 ‘마르크스 평전’을 꼽는다. ‘가디언’ 지의 필자인 프랜시스 윈이 2000년 출간한 ‘마르크스 평전’ 속 마르크스는 신적인 존재가 아니다. 노동자가 하나 되는 혁명세상을 꿈꾸면서도 자신의 딸들을 상류사회에 편입시키기 위해 빚을 낸 평범한 아버지였다.

“그는 혁명가였지만 인간이었고 아버지였어요. 자신은 굶주려도 자식들은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잖아요. 혁명가라고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어요.”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만 혁명가도 이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전 의원과 어머니, 그리고 노동조건 개선을 외치다 분신한 오빠 전태일 열사는 그런 혁명을 꿈꿨다.

“오빠는 양복을 차려 입고 멋내는 걸 좋아했어요. 어머니는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셨죠. 혁명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해요. 혁명의 과정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 그 자체예요.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 혁명을 하는 건데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면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평전’이라는 것이 전 의원의주장이다. 어머니와 오빠 전태일이 살아생전에도, 그들을 떠나보낸 후에도 전 의원은 꾸준히 “베트남과 러시아 혁명 이후 민중은, 노동자는 행복해졌을까?”를 묻고 또 묻는다.

“혁명의 주체는 현장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이며 민중이에요. 그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혁명은 아무 의미가 없죠. 비정규직들이 일하는 현장에 가보세요. 어떻게 먹고 일하는지, 사회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그들의 현실은 제가 양재기를 엿 바꿔 먹던 1972년 그대로죠.”

아파트 주민들의 핍박에 자살하는 경비원,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열악한 마트 계약직 사원들, 떡처럼 굳은 밥 한 덩이를 김치와 노란 단무지로 삼켜야 하는 노동 현장의 사람들 등이 있는 한 전 의원의 노동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노동자들은 늘 벼랑 끝에 몰려 있어요. 그들이 아무리 외쳐도 관심 가지는 이들이 없죠. 국회에서 더 뼈저리게 그 현실을 느끼고 있어요.”

어머니와 오빠 전태일 열사가 마음 아파하고 개선하고자 했던 노동자의 현실이 나아지는 그날까지 그녀의 미싱이 돌고 또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다.

글=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사진=윤여홍 기자 pks191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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