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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나 회사가 아닌 내가 변해야 진짜 행복"

[인터뷰] 행복한 일터연구소 심윤섭 대표

입력 2015-01-0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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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섭 대표이사(사진제공=심윤섭)



“첫 강의는 말 그대로 죽을 쒔어요.”

2008년이었다. 현재 행복한 일터, 팔로워십, 감성리더십, 자기혁신 등을 주제로 연 200여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행복한 일터연구소 심윤섭 대표의 첫 강의는 암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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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섭(사진제공=심윤섭)

 

 

회사를 다니며 MBA과정을 밟던 2002년부터 꾸준히 온라인에 게재했던 직장인의 애환에 대한 글을 모아 ‘행복 이노베이션’(2002, 동아일보사)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어도 꾸준히 판매고를 올리던 ‘행복 이노베이션’은 그 해 경제·경영서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간간이 저자와의 만남을 가지긴 했지만 강단에 선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그에게 쏠린 시선에는 무기력과 냉기가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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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심윤섭)

“직장생활은 짧고 굵게 했어요. 그 짧은 직장생활을 밑천으로 제품이 아닌 지식을 팔자고 마음 먹었죠.”


포카리스웨트 해외영업 담당으로, 도서관·교회·공연장·고시원 등을 위한 휴대폰 통화차단 서비스를 하던 벤처기업 재밍일렉트로닉 임원으로 이슬람사원을 비롯한 세계시장을 누비던 그의 직장생활 9년은 짧지만 파란만장했다.

성공과 좌절을 반복하며 지칠 대로 지쳐 강단에 섰지만 지식을 파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1년 6개월을 ‘강의 전문가’라는 이름을 달고 백수처럼 살았다. 불러주는 데는 없고 강의 스킬은 엉망이었다. 강사로써의 평가는 점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 그나마 있던 집마저 날릴 지경에 이르렀다.

“절박했어요. 인기 강사를 쫓아다니며 강의를 듣고 영상으로 돌려보며 공부했어요. 준비를 마친 후 처음 한 일이 이미 한번 강의를 했던 기업에 전화를 걸어 무료 A/S 강의를 구걸하는 거였죠.”

이미 ‘못하는 강사’로 낙인 찍힌 그에게 모두가 A/S 강의를 허락하진 않았다. 어렵게 기회를 얻어 시험처럼 치른 A/S 강의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심 대표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분노조절은 정확한 자기 분석과 인정, 감성리더십은 인간미, 행복한 일터는 구성원들 간의 관계, 팔로워십은 자기주도성 등 강의 주제마다 강조해야 할 점은 달라진다. 하지만 핵심은 하나다.

“세상이나 회사가 아닌 내가 변해야 한다는 거죠. 나라, 회사, 부모가 잘 돼서 나도 잘 되기를 바라기 보다는 내가 잘해서 회사, 부모, 형제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야 행복할 수 있어요.”

남 탓은 쉽다. 수강생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당신 잘못이 아니라 회사나 상사의 문제다’일지 모른다. 하지만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상처를 다독이는 것만으로는 좋은 강의가 될 수 없다. 다독임과 더불어 자극을 주는 것도 강사의 몫이다.

“강의의 핵심은 공감이에요. 참석자들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실패한 강의죠. 핵심 메시지는 같아도 회사마다, 직급마다, 직종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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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심윤섭)

 

이에 그는 눈높이 강의를 강조한다. 최근 탈북여성을 대상으로 한 국정원 강의에서 ‘공감’과 ‘눈높이 강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소통’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쉬는 시간에는 함께 어울려 춤을 췄으며 강의 후에는 생애 처음으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구성지게 불러 눈물을 흘리게 했다. 강사는 화려해 보이지만 만인의 평가에 노출된 직업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단단해지지 않으면 금세 도태되는 냉혹한 세계다.

“요즘도 강의 중에 딴죽을 걸어와요. 너무 이상적이라거나 좋은 얘기만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받곤 하죠. 그런 도전적인 질문이 좋아요. 초반에는 질문이 두려웠는데 지금은 질문이 없으면 재미가 없어요. 질문이 저를 발전시키거든요.”

‘행복한 일터’를 설파하는 그는 그렇게 자신의 일터인 강단에서 행복하게 맷집을 키우고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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